호수성을 기반으로 조합이 운영된다고 가정했을 때, 조합 활동에 공헌하지 않는 사람도 지원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위험도가 높은 범죄 행위에 손댄 동료가 어려움에 빠졌다고 도울 필요가 어디에 있는가? 자업자득 아닌가?
카라마를 비롯한 조합원들과 생활하다 보면 조합 활동에 대한 실질적인 공헌도, 특정한 어려움, 궁지에 빠지게 된 ‘원인‘을 거의 불문하고, 마침 홍콩에 있는 그 타자가 처한 상황(결과)에만 응답하여 가능한 범위 내에서 지원해주는 태도가 폭넓게 관찰된다. 이는 죽음이라는 특별한 사태에만 한정된 것이 아니다. 또한 조합 활동과 타자에 대한 세세한 규칙이나 규범을 가능한 한 만들지 않는다/애매한 채로 둔다는 의도가 있음을 알 수 있다.- P88
그들에게 ‘궁지에 빠진 경험‘을 물으면 다들 수없이 겪어본 인생의 위기를 들려준다. 그 위기들을 극복할 수 있었던 것은 집회에서 조합원들이 말했듯이 우연히 만난 누군가에게 도움을 받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분명 누군가가 도와준다‘라는 신념은 ‘동포에게 친절히 대해야 한다‘는 기대가 아니라, 각기 다른 인간들이 갖고 있는 서로 다른 가능성에서 주고받기의 기회를 발견해 내는 각자의 ‘지혜‘에서 비롯한다.- P9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