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은 롤러코스터 같았다. 방금 고개 숙이고 잘못을 시인했는데, 바로 이어서 인정을 받게 되었다. 낮에는 눈앞에서 비난받으며, 마음속에 방패를 단단히 세운 채 창이 날아와 부딪히는 소리를 들었다. 그런데 저녁에는 등뒤에 갑작스럽게 버팀목이 생겨서, 뜨거운 물 한 방울이 얼음을 녹이듯이 돌연 나를 연약하게 만들었다. 전화를 끊자 눈가가 시큰해지며 코끝이 찡했다.- P160
책을 선정하는 것은 확실히 어려운 문제이다. 한 사람에게는 보물일지라도 다른 사람에게는 지푸라기일 수도 있다. 책을 선정하는 직위를 감당할 수 있는 이는 어떤 사람일까? 데이나는 <도서관 입문>에서 공공도서관의 이상적인 도서 선정인의 형상을 수립했는데, 일단 책벌레로 학문적 소양이 풍부하여 아이들에게 좋은 책을 읽도록 이끌 수 있어야 한다. 다만 그 책벌레는 절대 책만 알고 세상사에는 어둡거나 지나치게 책에 빠져 있어서는 안 되고, 자주 밖으로 나와 활동함으로써, 사회적 약자들과 어울리지 않은 까닭에 저학력자들의 수요를 이해하지 못하는 지경에 빠지지 않은 사람이어야 한다.- P19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