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에 씨 같은 사람들은 일본인으로서, 나라를 위해, 쇼와 천황을 위해 목숨을 바친 것이다.
그런데 패전과 함께 일본은 대만을 깨끗이 버렸다. 아무래도 너희들은 대만인이야. 대만인은 대만인이지 일본인은 아니야. 그러니 부디 행복해. 그때까지 일본인으로 살아온 사람들의 자아는 그 시점에서 소리를 내며 무너졌다. 대륙에서 공산당에 쫓긴 국민당이 이 섬으로 들어온 사태는 (외성인인 내가 할 소리는 아니나) 그야말로 엎친 데 덮친 격이었다. 바로 대만인에 대한 탄압이 시작되었다. 일본어뿐만 아니라 대만어 사용까지 금지되었다.- P185
"당신들은 외성인이죠? 그리고 아마 자네 할아버지는 대륙에서 항일 전쟁에 가담했을 테고."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눈에 일본 통치 시절을 그리워하는 우리 같은 사람들은 노예근성이 뼛속까지 박힌 배신자로 보였겠죠. 그건 오스트리아나 체코 사람들이 독일 노래를 부르며 나치 시절을 그리워하는 거나 마찬가지일 수도 있으니까요."- P188
"할아버지는 장점보다 단점이 훨씬 많은 사람이었습니다."
위에 씨는 연못으로 시선을 돌리고 있었다.
"하지만 그런 건 상관없어요."
"우리가 일본을 그리워하는 것과 왠지 비슷하네요."
"네."- P18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