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삶에 고비가 없다면 이 세상에는 소설도 존재하지 않을 거라는 걸 우리는 잘 알고 있습니다. 소설은 역경을 위해 존재하고, 사람은 역경에서 벗어나기 위해 사니까요. 소설 속 인물들이 역경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다면, 그건 우리 독자들이 지지하고 믿어주며 포기하지 않고 붙잡아주었기 때문일 거예요. 그렇기에 현실과 상상이 공존하며 만들어낸 그 풍경 속을 벗어날 수 있는 거죠.- P343
점점 더 많은 문학 작품들이 영화나 드라마로 뿌리를 내리고 있는데, 아주 환영할 만한 현상입니다. 문학 시장의 하락이 곧 문학 활성화의 시작이라는 것을 증명하는 거니까요. 문학을 신의 제단에 바치는 제물로 여기거나 대단한 고전인 것처럼 받들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새로운 시대가 우리에게 가르쳐주고 있는 거죠. 사실 이러한 변화가 있어야만 고전을 끌어안고 남 탓하는 대신 문학이 거리 구석구석으로 들어설 수 있게 됩니다.- P3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