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사회 경험으로 비추어 볼 때 반드시 알아야만 안심할 수 있는 대단한 일이란 없었다.- P52
원래 일정한 나이가 지난 뒤에는 지혜가 실제 나이에 맞춰 성장하지 않아. 모두 똑같이 노인이라 적힌 패를 받을 뿐, 예순 살이나 여든 살이나 차이가 없지.- P59
네가 형용할 수 없는 뭔가란 시간이야, 하고 그가 말했다. 음악은 우리에게 시간을 들려주거든. 우리 자신의 그림자를 들려줘.- P68
어떤 사람들의 만남은 특정한 시기에만 가능하도록 운명이 지어졌는지도 모른다.- P71
서른네 살의 피아니스트는 아직 젊었고, 열일곱 살의 내게 유치한 장난을 칠 줄도 알았다. 하지만 음악계에서 십 년 동안 미래의 스타로 주목받아 온 사람에게 더 올라갈 곳이 없다는 건 이미 내리막길에 접어들었다는 의미였다.- P77
무대 위에서 연주가 어떻게 될지 모르는 불안함을 매번 홀로 마주하는 것보다는 무대 뒤에서 누군가의 완벽한 신뢰와 의지의 대상이 되는 게 더 행복하지 않을까.
함께 연쥬아거나 공부하는 사람이 아니라 피아노 연주자 곁에 있는 조율사처럼 말이다.- P78
"맞아. 무대에 오르는 순간 마주하는 것은 본인이 통제할 수 없는 상황이야. 결국 연주자는 그 순간 자신과 피아노의 대화에만 집중해야 해. 인생도 마찬가지 아니겠어? 마음속 괴물을 떨쳐 내야만 한 걸음을 내디딜 수 있지."- P8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