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개의 단편들로 이루어진 <도쿄 기담집>,
저는 그 중 「시나가와 원숭이」를 최고로 꼽고 싶습니다.
'우연 여행자'에서의 따뜻함도, '하나레이 해변'에서의 그리운 흐름도, '어디가 됐든 그것이 발견될 것 같은 장소에'서의 현실도, 그리고 '날마다 이동하는 콩팥 모양의 돌'에서의 집중 까지도 모두 정말로 다 좋았어요. 그럼에도 '시나가와 원숭이'를 꼽은 이유는 자신과 자신의 생 전체를 '받아들이겠다'는, 이야기 결말에 직접적으로 나타난 주인공의 담담하게 적극적인 태도 때문입니다.
5개의 단편들 모두 현실과 그 속에서 일어난 크고 작은 기이함을 가지고 있고, 이것들을 경험하는 즉 '살고 있는' 인물들 역시 현실과 모호함을 모두 가지고 있습니다. 이런 모호함과 대비되는 '시나가와 원숭이'의 직접적인 결말이 그래서 더 다가왔던 것도 같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우연이든, 보이지 않는 세계이든, 설명할 수 없는 일이든 모든 '일'들은 '살아 있기 때문에' 일어나고 또 일어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기반으로 한다면, '그녀는 앞으로 다시 그 이름과 함께 살아갈 것이다. 일이 잘 풀릴 수도 있고 잘 풀리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어쨌거나 그게 바로 그녀의 이름이고 그밖에 다른 이름은 없는 것이다.' 라는 문장으로, 이 책 속의 모든 등장 인물들과 책 밖의 실제 인물들 그리고 -우연과 필연, 일상과 기이함을 포함한- 그들의 生이 당연하다는 듯이 그 모습 그대로 받아들여지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좋은 것만 쏙쏙 뽑아갈 수는 없으니까요. 거기에 나쁜 것이 포함되어 있으면 우리 원숭이는 그것도 받아갑니다. 모두 통째로 받아들이는 거예요." 이 말은, 꼭 나에게 일어나는 바깥의 일만이 아니라 나 자체에도 그대로 적용되는 말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나의 좋은점과 나의 나쁜점, 내가 마음에 드는 내 부분과 내 마음에 들지 않는 내 부분, 그리고 과거와 현재와 미래의 조금씩 때로는 많이 다른 각 각의 '나'까지도 통째로 받아들이는 것으로요.
다른 모든 것은 그대로 잘 기억하지만, '자신의 이름' 만을 잊어버리곤 했던 주인공은 이제 이름을 되찾습니다. 그 때, 이름을 훔쳐간 주체가 정말 원숭이었을까요? 지금, 이름을 되찾아준 주체가 정말 상담사일까요? 내 이름이 최소한 나 자신에게는 의미가 있었으면 합니다. 다른 많은 이루고 싶은 일들이 잔뜩 있지만요.^^ 이런 「최소한」을 건드리고, 거기까지 가 닿는 이야기「시나가와 원숭이」를 최고로 해서, 무라카미 하루키의 <도쿄 기담집>은 기이하게 궁리해 보고 싶어지는 굉장히 즐거운 이야기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