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에 관심이 없었던 탓인지 몰라도 이번선거에서는 특이한 점을 많이 발견했다.
없는 사실을 이야기하고 우기면 있는 사실인 것으로 취급되는 것이었다.
이재명 후보의 대장동 사건부터 시작하여 온갖 거짓 이야기들이 난무했다.
이재명 후보가 성남시장이었던 시절 대장동 사업을 하면서 걷어들였던 개발 이익 환수금액이 21년간 전국 환수금액보다 3배가 더 많은 치적을 세웠음에도 불구하고( 아주경제 2021년 10월 15일 https://www.ajunews.com/view/20211005092055478 ), 근거도 증거도 없는 흑색선전이 떠돌더니 어느 순간 그 공적은 어디가고 흑색선전만 남게 되었다. 이런 현상은 대부분 보수진영에서 시작되었다.
2022년 02월 10일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 유닛(EIU)는 2021년 세계민주주의 순위를 발표했다.
우리나라는 지난 해 21위에서 7단계가 오른 16위에 올랐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면서 민주주의 순위, 언론 자유순위가 전 정부에 비해 높아졌다는 것은 수치로 확인할 수 있다. 그런데 선거기간 동안 보수진영(윤석열 후보)에서는 문재인 정부가 독재를 하고 있으며, 민주주의가 붕괴되었다고 말하며 다녔다(2022년 03월 06일 경기도 고양시 유세).
민주당은 민주주의를 망쳤으며 경제를 망쳤다고 했다.
문재인 정부는 코로나 방역실패를 사과해야 한다고 했다.
한국의 민주주의 순위가 올라가고 국방력도 올라갔으며, 경제규모도 3년 연속 10안에 들었음(연합뉴스 2021년 12월 26일 https://www.yna.co.kr/view/AKR20211224134000009 )에도 이러한 수치는 무시되버린다.
WSJ에서는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코로나가 풍토병이 되는 첫 사례가 될 것이라고 하는 발표를 하였다( 연합뉴스 2022년 03월 31일 https://imnews.imbc.com/news/2022/world/article/6355060_35680.html ).
방역에 실패한 나라에 대해 이런 평가가 나올 수 있을까?
엄연히 수치와 객관적인 평가가 나오지만 이런 평가는 의심받는다.
사실도 사실이 아닌 것으로 이야기 함으로써 사람들의 감정을 자극시킨다.
그리고 혐오와 자극으로 이득을 보았다.
《포스트트루스》 첫 부분에 나오는 CNN 앵커 앨리슨 캐머로타와 트럼프의 고문 뉴트 깅리치와의 대화를 보면 너무 유사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캐머로타 : 범죄율은 하락했습니다. 경기도 회복하고 있고요.
깅리치 : 주요 도시에서는 하락하지 않았습니다.
캐머로타 : 강력 범죄율, 살인 범죄율은 떨어졌습니다. 하락했다고요.
깅리치 : 그럼 시카고, 볼티모어, 워싱턴에서는 어째서 상승했습니까?
캐머로타 : 물론 살인 범죄에 대처하지 못하고 있는 지역도 분명 있죠.
깅리치 : 특히 워싱턴은 우리 수도이자 세 번째로 큰 도시입니다.
캐머로타 : 하지만 전국적으로는 범죄율이 하락했습니다.
깅리치 : 장담하건대 일반적인 미국인이라면 범죄율이 낮아졌다고, 더 안전해졌다고 생각하지 않을 겁니다.
캐머로타 : 하지만 사실이 그런 걸요. 더 안전해졌고 범죄율은 낮아졌습니다.
깅리치 : 아뇨. 그건 당신의 의견일 뿐이죠.
캐머로타 : 의견이 아니라 사실입니다. 국가기관인 FBI에서 내놓은 사실이라고요.
깅리치 : 하지만 제 말도 사실입니다. 진보 진영에서 이론적으로 그럴듯해 보이는 온갖 통계 자료를 제시하지만 인간 세상이 통계 자료 같지는 않는다는 게 최신 관점이죠.
캐머로타 : 아니, 의장님 잠깐만요. 지금 진보 진영에서 그럴싸한 통계 자료를 사용한다, 신비로운 숫자놀음을 한다고 말씀하시는 건데요. 제가 지적한 것은 FBI에서 제시한 자료입니다.
깅리치 : 맞아요. 하지만 제가 말한 것도 똑같은 사실입니다. 사람들은 예전보다 위협을 크게 느끼고 있어요.
캐머로타 : 느끼고 있다. 그렇죠. 느낌일 뿐 사실로 뒷받침되지 않는 거죠.
깅리치 : 저는 공직 후보자로서 사람들의 감정을 따를 테니 그쪽은 이론가 말이나 따르시죠.
옥스퍼드 영어사전에서 2016년 올해의 단어를 post-truth(탈진실)로 선정했고 한다.
옥스퍼드 영어사전에서 post-truth를 “여론을 형성할 때 객관적인 사실보다 개인적 신념과 감정에 호소하는 것이 더 큰 영향력을 발휘하는 현상”이라고 정의한다. post-truth에서 post는 진실 이후가 아니라 진실이 무의미할 정도로 퇴색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19쪽)
탈진실은 단순히 거짓말이 아니다.
의도를 가지고 의도적으로 거짓말을 하며 그것으로 (정치적이든 경제적이든)이득을 보는 것이다.
《포스트트루스》에서는 탈진실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과학부인주의를 먼저 보라 한다.(제2장)
사실이 있고 증거가 있음에도 의혹을 제기한다. 그리고 언론을 이용하여 대중을 움직인다.
그러면 대중들은 그때부터 사실을 사실이 아닐 수 있다는 착각에 빠지게 된다.
그리고 사실이 있음에도 사실은 의혹이 되고 논란거리가 되어 버린다.
담배와 암의 연관성과 관련된 문제, 온난화의 문제 등이 그러한 예이다.
과학도 그러한데, 그것이 정치적 사실이 되어 버리면 논란거리로 만들기 굉장히 손쉬워진다.
이것은 인간의 인지 능력 한계 때문에 발생하는 것이다.
사람들은 자신이 합리적이라고 생각하지만 이념과 고정관념으로 인해 여러 선입견을 가지고 있으며(편향성), 이러한 선입견들에 의해 반대의 증거를 제시하여도 이때까지 진실로 믿었던 신념에 대한 자존심 때문에 굽히지 않으며(인지부조화), 인정하지 않고 자신만의 이론으로 정당화하려 한다(확증편향).(제3장)
그리고 탈진실 전략을 사용하는 보수진영의 선동가들에게 이론적 영향을 준 것은 20세기에 진보진영에서 등장한 포스트모더니즘이라는 것이다.
포스트모더니즘은 쉽게 말해 모든 것을 의심하라는 것이다.
그것이 진실이라고 여기지는 것까지도 진실이 아닐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포스트모더니즘의 이론이 아이러니하게도 보수진영에 이용 당해 탈진실의 선동 전략의 방법으로 전락해버렸다(제6장).
그러면 우리 일반인들은 탈진실에 맞써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가.
《포스트트루스》에서는 거짓에 맞서 싸우라 하나(제7장), 일반들로서는 불가능일이다.
정보가 부족하고 시간이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눈을 키워야 한다. 논리적 사고를 키워야 한다.
눈을 키우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을 해야 하는가.
우리는 끊임없이 탐구하고 탐구해야 한다.
역사를 공부하고 철학을 공부하고 그들의 거짓말을 기억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역사는 되풀이 될 것이고 2022년과 같은 말도 되지 않는 역사상 최악의 인물이 또 다시 권력자로 등극하는 비극을 맞이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