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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프카의밤
  • 감각의 제국
  • 문강형준
  • 11,700원 (10%650)
  • 2017-03-31
  • : 142

 시절이 팍팍할 때는 동시대와 함께 하는 책이 간절해진다. 지금 내가 어떤 처지에 놓인 건지, 어떤 의미로 받아들여야 하는지, 희망은 있는지에 대해, 현 상황을 예리하게 관찰할 수 있는 책. 그의 객관적 거리두기가 독자인 내게도 현실에서 한발짝 물러나 숨쉴 수 있는 여유를 주기 때문이다.

『감각의 제국』은 문강형준이 《한겨레신문》에 연재한 칼럼을 모은 문화비평집이다. 마침 2012년부터 2016년까지의 칼럼을 모았으니 숨통을 틔우는 데 이만한 책이 없다.(탄핵으로 마감된 박근혜 정권을 갈무리하며 읽기에도 딱인 것 같다 >_<)

 칼럼의 소재들은 연재 기간 동안 한국 사회에서 벌어진 거의 모든 사회문화 현상을 포괄한다. 20대 총선, 세월호 참사, 강남역 살인 같은 무거운 시사부터 일베, 여혐, 흙수저, 갑질, 젠트리피케이션 등 새롭게 등장한 사회문제, 화제가 된 드라마, 영화, 예능 프로그램, 도서, 패션 등이 줄줄이 거론된다. 저자는 이처럼 일상적이고도 다양한 현상들을 하나하나 들여다보며 내재된 의미를 해석하고 본질을 규명하는 데에 탁월한 통찰력을 발휘한다. 좀비서사로 신자유주의의 인간상을 읽어내고 중년들의 등산복 열풍을 극심한 소득불균형 현상과 연결하는 식의 날카롭고 신선한 사유들이다.

 그리하여 흩어져 있던 칼럼들을 한데 모은 이 한 권의 책을 쭉 읽어나가다 보면 결국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의 얼굴을 만나게 된다. 너무 크고 넓고 깊어 그안에 몸담은 채 허우적대기 바빴던, 헬조선이라며 막연히 절망했던 '한국 사회'라는 것의 현 실체를 어렴풋하게나마 큰 그림으로 그려볼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 책이 여러 곳에서 대학교재로도 쓰이고 있는 이유를 분명히 알 것 같다. 일상을 다시 보게 하는 감각, 흔히 접하고 누려 온 문화 현상의 심층에 어떤 본질과 구조가 자리하고 있는지 재차 생각해보는 감각을 책을 통해 자연스레 체득하게 되니까. 

 책 제목도 그래서 '감각의 제국'이다. 모오든 것을 감각하자. 그리고 그 감각의 힘을 새로운 삶을 만드는 무기로 삼자.


아무리 가볍게 보일지라도 이야기는 그 이야기를 듣는 이들이 세상을 보고, 느끼고, 반응하는 감각을 만들어낸다. 감동을 주기도 하고 혐오를 야기하기도 하는 이야기들은 곧 우리의 일상적 감각, 우리의 정치적 감각을 생성시키는 것이다. 우리 시대의 특정한 이야기는 그래서 특정한 감각의 저장고이기도 하다. 이 책의 제목을 『감각의 제국』이라고 지은 이유는 여기에 있다. 한국 사회의 특정한 이야기를 통해 만들어지는 특정한 현실의 ‘감각‘, 그리고 다시 그 감각을 통해 만들어지는 실제적 ‘현실‘간의 순환 속에서 우리는 나고, 살고, 죽는다. 우리는 그러한 ‘감각의 제국‘속에 사는 신민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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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삶의 의미를 다시 만들어내야 한다. 그 첫 걸음은 새롭게 생각하는 훈련을 하는 것이고, 익숙한 것을 달리 보는 연습을 하는 것이다.틀에 박힌 생각을 깨고, 과감하고 근본적으로 다시 바라보고, 그래서 한국의 억압적이고 위선적이고 관습적인 문화가 내게 요구하는 의미화의 무게로부터 벗어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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