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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프카의밤
  • 어떤 날 8
  • 강윤정 외
  • 9,000원 (10%500)
  • 2017-03-25
  • : 157

글만 들춰보아도 어딘가로 떠나듯 마음이 산뜻해지는 여행무크지『어떤 날』8호가 나왔다 +_+!!

이번 주제는 '망가진 여행' - 여행은 무조건 즐거워야 한다는 강박이 있어선지 '망가진 여행'이라는 말은 묘하게 위안이 된다. 하긴, 어쩌면 난 그동안 일상을 탈출하겠다는 결심으로 온갖 정보를 찾아가며 일정을 짠 후 여행지에서 계획한 것들을 전부 이행하고 흐뭇한 마음으로 귀가하는 일을 행복한 여행이라고 여겼는지 모른다.

 

책에 실린 산문에는 예측할 수 없는 사건과 사소한 어긋남, 복통과 날씨, 기분 탓으로 실망하거나 낙담하고, 계획한 일을 하지 못한 채 돌아오는 여행들이 있다. 분명 망가진 여행에 대한 이야기다. 그런데 작가들은 마지막에 덧붙인다. 그건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 여행이었다고. 불쾌하고 아프고 고통스러운 기억을 여러 장에 걸쳐 한참 수다 떨다가, 그래도 다시 여행은 갈 거라고. 


망친 이야기여도 괜찮다. 여행을 떠나면 또 새로운 이야기가 생길 것이다. 오래오래 기억에 남을 이야기. 여러 페이지에 걸쳐 신나게 쏟아낼 수 있는 이야기. 길고 지루하게 이어지는 삶을 견딜 수 있게 하는 건 결국 이런 이야기들의 연속이다. 아, 특히 『어떤 날』에서 유머를 담당하고 있는 정성일 작가의 글을 매호 좋아하는데 이번 호에서는 웃기다가도 좀 짠해져서...... 아무튼 완전 강추다ㅋㅋ

나는 여행을 좋아하지 않는다. 여행을 망쳐버리고 싶다. 여행을 망치기 위해서 여행을 떠나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여행을 망치려면 일단 여행을 떠나야 한다. 그때는 늦지 않게 공항에 도착할 것이다. 누군가의 손을 잡고 그 시각의 지금-여기인 공항부터 느긋하게 망쳐볼 셈이다.
- 이현호, ‘어떤 싸움의 기록‘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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