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서재

카프카의밤
  • 나와의 연락
  • 유지혜
  • 13,500원 (10%750)
  • 2017-01-20
  • : 455

인스타그램 스타인 제제(유지혜) 작가의 두번째 여행기.

그녀가 여행의 시작과 끝에 관해 정의한 대목에 공감하며.


'정확하게 여행한다'는 말은 근거 없는 억지다. 그러나 적어도 여행을 정확하게 출발하는 법은 있다고 믿는다. 그것은 '혼자 시작'하는 것이다. 도시의 뉘앙스를 말없이 보고 느끼는 시간이 하루쯤 보장되어야 숨통이 트인다.말의 왕래를 등지지 않는다면 지지 않는 낮과 카페 모서리 자리, 전시된 무명 아티스트이 그림이 건네는 말에 대답할 기회는 없다. 꿈꿔온 거리에 그런 푸대접을 할 수는 없다.

더이상 갈 곳도, 살 것도, 할 것도 없는 마지막 날 밤. 불필요한 부담이 덜어지는 끝은 마지막 식사, 빠뜨린 것 없이 잘 챙긴 짐 가방, 공항에 무사히 도착하는 일, 이 세 가지로 완성되는 간단한 게임이다. 기대할 것이 없다는 사실이 하루를 경쾌하게 만든다. 

기분좋은 여행의 시작과 끝, 그 사이 어느 때, 어떤 장소, 어떤 사람, 어떤 마음에 대해 그녀는 매순간 담담하고 진솔하게 써내려간다.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기보다 자기 자신을 제대로 응시하는 것'이야말로 삶을 온전하게 사는 것임을 알기 때문이다. 작가에게 일기는 자기 자신의 안부를 확인하는 시간, 책 제목 그대로 '나와의 연락'이다.


안네는 외로운 마음을 달래기 위해 크고 작은 감정을 세세히 남겼다. 전쟁이라는 잔인한 사건이 성장의 모든 사건들을 앗아갔기에 안네에게 감정이란 곧 사건일 수밖에 없었다. 우리에게는 너무도 쉬워서 불평거리가 되는 크고 작은 일들이 그녀의 일기에서는 감사로 적혔다. 그트록 절실했던 사건들은 그녀를 나이와 상관없이 큰 사람으로 만들어놓았다. 그녀 덕분에 기록이라는 것을 다시 생각해보았다. 기록은 살아가기 위한 수단이라는 것을. 뛰어난 기교로 남길 게 없는 무의미한 하루일지라도 말도 안 되는 문장 하나라도 적어야 할 이유가 생겼다.  

첫번째 여행기 '조용한 흥분'에서 설렘 가득하던 스물셋은, 스물다섯에 쓴 이번 여행기에서 더 단단하고 더 깊어진 느낌이다. 투명한 하늘빛 반짝임 아래 따스한 분홍빛을 껴안은 채로. 덕분에 김광석의 '변해가네'가 멋진 고백을 담은 가사라는 것도 새롭게 발견했다. 그 노래를 부르며 눈물을 글썽였을 청춘의 연인을 떠올리며 내 마음까지 촉촉해졌다. 아, 여행으로, 사랑으로, 무엇보다 자기 자신으로 이렇게 충만하게 빛나는구나!(나의 스물다섯은 어떠했던가... 아흑) 그리고 2년 후, 아니 서른, 마흔, 쉰에 그녀는 또 어떤 날, 어떤 곳, 어떤 기분, 어떤 사람과 어떠한 자신을 이야기할지 벌써 궁금해진다.


  • 댓글쓰기
  • 좋아요
  • 공유하기
  • 찜하기
로그인 l PC버전 l 전체 메뉴 l 나의 서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