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흑해는 아는 사람만 아는 그리 알려지지 않은 바다다. 어디라고 하면 딱 꼬집어 이야기 하기 어렵지만 어디 어디쯤 이라고 하면 대충 알 수 있는 사람은 있을 것이다. 흑해는 오늘날의 튀르키예 위에 있는 바다다. 구 소련권인 우크라이나, 조지아와 함께 루마니아, 불가리아와 튀르키예로 둘러 쌓인 타원형의 호수 같이 보이는 바다다. 바다인 이유가 튀르키예의 이스탐불을 통해 에게해로 나갈 수 있고 에게해는 다시 지중해로 나아간다.
아무튼 많은 나라와 연관이 된 바다라고 할 수 있다. 그런 만큼 여기에 얽힌 역사가 참 많을 수 밖에 없다. 그런 의미에서 흑해를 중심에 놓고 주변을 살피는 이런 내용의 책은 잘 없었는데 이번에 나온 책이 흑해와 관련된 오래된 역사를 잘 정리하고 있어서 큰 의미가 있다고 하겠다.
흑해는 뜻이 말 그대로 검은 바다를 말하는데 왜 이렇게 불렀는지는 여러 학설이 있지만 오스만 투르크 제국이 들어서고 흑해라는 이름이 대체로 정착이 된 것으로 볼 때 이 때의 이유가 가장 크지 않나 싶다. 지리적으로 흑해는 튀르키예의 북쪽에 있다고 했는데 전통적인 투르크 문화에서 검은색이 북쪽을 뜻하는데 거기에서 명칭이 굳어진 것이 아닌가 싶다. 그리고 여기는 염도가 낮아서 물고기가 잘 살지 못한다고 하고 환경 자체는 그다지 좋지 못한데 그래도 이 흑해를 통해서 여러 나라들의 이익이 충돌하는 중요한 무대이기도 하다.
책은 지역, 변경, 민족이라는 개념 아래에서 흑배의 기원과 함께 역사상 어떤 사람들이 왕래를 했고 문명을 발전시키고 전쟁을 했는지 등등 흑해와 관련된 2700년의 역사를 적절한 내용으로 잘 정리하고 있다. 이 흑해에서 가장 중요한 나라는 아무래도 러시아와 튀르키예다. 이 바다는 한때 러시아의 바다처럼 사용되기도 했고 나중에 오스만 투르크가 번성하면서 러시아와의 대립이 주를 이루기도 했다. 튀르키예의 속성이 그렇듯 이 지역은 유럽과 아시아 그리고 기독교와 이슬람, 문명과 야만의 양면을 다 가지고 있다. 물론 그런 이분법으로 이 세계를 딱 잘라서 정의할 수는 없다. 이 책은 그런 면을 넘어서 이 흑해의 실체를 알려주고 있다.
책의 각 장은 흑해에서 가장 주도적으로 활동하던 나라에서 부른 이름이다. 당연히 바다를 지배한 나라들이 자신들이 부르기 좋은 이름으로 불렀지만 오늘날에는 단순히 검은 색깔의 바다라는 편의주의적인 이름으로 불리고 있다. 흑해는 지리적으로 그리스에서 가깝기에 고대 그리인들이 개척을 했다. 검은 바다로 불리는 만큼 옛날 사람들에게는 이 바다가 무섭고 공포스러웠을 것이다. 그것이 점점 흑해를 알게 되면서 좀 더 친근하게 다가갔는데 이것은 이름의 의미가 바뀌는 계기가 되었다.
흑해가 전략적인 중요성을 가지게 된 것은 러시아의 남진 이후이다. 작은 공화국에서 오늘날의 큰 땅을 가진 큰 나라로 성장하던 러시아는 흑해를 통해서 여러 나라와 이어졌다. 여러 수출품을 흑해를 접한 연안 항구에서 교역이 이루어졌는데 그런 것 뿐만 아니라 흑해를 통해 군사력의 표출도 이루어졌다. 그 유명한 '흑해 함대'는 러시아 군사력의 상징이기도 했다. 이런 러시아 앞에 오스만 투르크와의 대립은 바다의 긴장을 더 크게 했다.
러시아의 팽창을 저지하려는 영국과 프랑스는 오스만을 지원함으로써 더 국제적인 면을 가지게 되었고 흑해는 더 복잡한 양상을 끼게 된다. 접해 있는 나라들 뿐만 아니라 흑해와 관련된 이익에 이어져 있는 나라들도 분쟁에 참여하게 되어서 이 바다의 중요성은 더 부각되고 있다.
책은 2000년 전후의 상황까지만 이야기 하고 있어서 그 뒤에 이어진 중요한 사건이 자세히 다뤄지지 않고 있는데 바로 러시아의 크림 반도 침공이다. 소련에서 독립해서 우크라이나라는 국가를 세웠지만 크림 반도를 러시아에 빼앗기고 나중에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전쟁에 돌입해서 언제 휴전할 지도 모르는 상황에 빠졌다.
책은 흑해라는 지역을 주인공으로 해서 그 주위 지역이나 나라의 여러 역사를 압축해서 잘 이야기해주고 있다. 아주 세세히 이야기하지는 못하지만 이 정도면 흑해라는 지역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는 할 수 있을 정도다. 흑해를 주된 소재로 다룬 것으로는 이 책의 최초라고 하는데 그만큼의 가치가 있다. 내용 자체는 쉽게 잘 읽히는 편이 아니기 때문에 긴 호흡으로 읽으면 좋을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