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미국 트럼프 대통령의 기이한 행동으로 정책이 왔다 갔다 하면서 우리 나라 같은 수출주도형
나라는 여러 방면에서 힘든 시절이다. 사실 미국만이 문제가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경기가 안 좋고 우리 나라 또한 안 좋은데 미국 트럼프의 변덕으로 더 힘든 상황이 되었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우리가 실리를 얻고 있는 것이 있는데 그것은 중국과 일본이 틈이 벌어지고 있고 우리는 중립을 지키고 있어서 상대적으로 피해를 덜 보고 있다.
우리 나라는 세계에서 가장 강한 나라들에 둘러 쌓여 있다. 한반도와 맞대어 있는 중국과 러시아 그리고 바다 건너 일본과 미국. 이들 중 어느 나라도 우리를 함부로 못하지만 그렇다고 우리가 그들과 같은 반열이라고 할 수도 없다. 지리적으로 참 재수 없는 위치에 있는 것이다. 하지만 그게 지금만 그랬나 싶으면 그렇지 않고 그 정도는 약해도 과거에도 죽 있었던 일이다.
고조선 시절부터 조선 조까지 우리의 주된 갈등 상대는 북방이었다. 중국 본토의 한족과 더불어 만주의 거란족, 여진족 등과 많은 갈등이 있었고 때로는 국운을 건 전쟁을 하기도 하였다. 하지만 우리의 체급이 열세인 경우가 많았기에 늘 싸울 수는 없는 법. 적당히 달래고 협상을 해서 우리가 멸망 당하지 않게 해야 했다. 그것이 바로 외교다. 지금도 중요하지만 그 옛날에도 중요하다. 이 책은 오늘날에도 써먹을 수 있는 외교술, 그 중에서 고려의 외교에 대해서 이야기 하고 있다.
사실 우리 역사에서 조선은 여러 방법으로 많이 다루어서 좀 익숙한 느낌이 드는데 고려는 아직 모르는 사람이 많다. 최근에 드라마를 통해 고려의 자주성과 거란과 몽골 항쟁에서 보이는 군사력 등이 사람들 기억에 많이 남을 듯 싶다. 그러나 고려가 외교를 잘 했는 것을 아는가? 단순히 고려 군사력이 높았던 것이 아니라 오히려 외교를 잘 했기에 고려라는 나라를 유지할 수 있었다고 볼 수 있다. 이 책에서는 거란과 몽골이라는 큰 세력을 어떻게 고려가 대했는지 이야기하면서 고려의 탁월한 외교술을 설명하고 있다.
우선 거란은 일반적으로 우리 발해를 멸망 시키고 고려를 침략해서 강감찬 장군에게 박살 났다
고 많이 알고 있다. 맞는 사실이다. 그러나 전쟁을 이겨서 평화가 지속된 것이 아니라 외교를 잘 해서 평화를 이룬 것이다. 사실 처음 거란이 침공했을 때는 그 유명한 서희의 활약으로 전쟁없이 오히려 강동 6주를 얻기 까지 했다. 그 이후 전쟁도 잘 싸워서 결국 마지막 결전인 귀주 대첩으로 끝을 낸 것이다.
그러나 거란은 거란이다. 중국 송나라도 어찌하지 못하던 거란을 고려가 끝까지 이길 수는 없다. 계속해서 거란이 쳐들어오면 버티기 힘든 것이다. 그것을 알고 전쟁이 끝나자 말자 거란에 사신을 보내어 화친을 요청한 것은 바로 고려다. 적당히 거란의 체면을 세워주면서 동시에 거란의 요구 사항을 들어주고 평화를 얻었던 것이다. 이것이 바로 실리 외교다.
고려 중기는 거란이 쇠퇴하고 그 자리를 훗날 금나라로 불리는 여진이 치고 올라왔다. 당시 여진은 고려를 부모의 나라로 섬겼으나 점점 커져서 고려를 압박하기에 이르렀다. 그들이 스스로 황제국이라 칭하면서 중국도 압박하고 고려에도 군신 간의 관계를 요구했다. 당시에도 자주파가 있었지만 송이나 거란도 어찌 못하던 여진을 고려가 단독 방어하기는 힘들었다. 그래서 적당히 그들의 요구를 들어줬고 동시에 전쟁을 하기 어려웠던 여진은 그대로 고려와 화약을 맺어서 역시 전쟁이 일어나지 않았다.
고려의 역사에서 가장 큰 시련은 역시 몽골의 침략이다. 당시 고려는 무신의 난이 일어나서 무신이 집권하고 있을 때였다. 몽골과의 여러 공방전 후 무신 정권은 왕실을 강화도 옮기도 장기 항쟁에 돌입했다. 사실 말이 항쟁이지 전국은 초토화 되었다. 몽골에 맞선 이들은 무신 정권이 아니라 각 지역의 백성들이었다. 그들 덕분에 그래도 나라가 유지되었던 것이다. 아마 무신의 난이 일어나지 않았다면 벌써 항복했을 수도 있다. 그러다가 무신들이 물러나고 왕의 친정이 시작되면서 무의미한 항쟁에 대한 반대가 고개를 들게 되었다. 그런 와중에 몽골에서 권력 투쟁이 있었고 운 좋게 당시 승자인 쿠빌라이를 편 들은 고려는 부마국이 되면서 그 무시무시한 몽골제국하에 살아 남은 몇 개의 국가 중 하나가 되었다.
이렇듯 실리 외교로 최대한 고려의 이익을 지키고 전쟁을 막았던 고려가 마지막에는 왕조의 운이 다하는 모양인지 상황 판단을 잘못하고 말았다. 몽골이 세운 원나라 말에 명나라가 새로 생기면서 당시 급부상한 신진 사대부들은 원을 배척하고 명을 따르려고 했다. 그러나 원은 예상보다 수명이 길었고 스스로 신하를 자처한 고려에 대해서 명은 철령위 설치 등 오히려 등에 칼을 꼽으려고 했다. 중립을 선언하면서 원과 명 사이에서 줄타기를 했었어야 한다. 그것은 거란이 흥할때 중국 송나라에 대해서 했던 중립 등거리 외교에서도 드러나듯이 철저하게 상황 판단를 했어야 하는데 그것을 하지 못했던 것이다. 그게 결국 고려가 망하고 조선이 세워지게 되는 하나의 배경이 되었다.
책은 고려의 역사 중에서 대륙의 세력과 어떻게 대처했을 때 나라를 보존하고 이익을 지킬 수 있었는지 여러 나라들과의 관계 속에서 설명하고 있다. 그런 여러 나라들과의 관계를 지은이는 '국제관계사'라고 이야기하는데 맞는 말이다. 우리는 늘 두 개 이상의 나라들과 여러 관계를 맺고 적절한 등거리 외교를 할 때는 이익이 극대화 되었고 단순한 외교를 할 때는 피해를 봤다. 지금 여러 강대국으로 둘러 쌓인 상황은 과거 고려의 외교 정책에서 답을 찾아야 한다. 전쟁을 불사할 정도로 강력한 무력을 갖고 있긴 해야 하지만 전쟁을 위한 것이 아니라 평화를 위해서 외교를 잘 해야 하는 것을 책에서 역설하고 있다.
책은 어렵지 않게 잘 쓰여졌다. 고려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만 있어도 이해할 수 있게 쉽게 쓰였기에 고려의 역사 그 중에서도 외교사에 관심 있는 사람은 읽어 보길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