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최근 읽는 많은 추리 미스터리 책들 중에서 신간이 나온다면 무조건 읽는 책이 있다. 바로 이 책의 지은이 '마이클 로보텀'의 작품들이다. 재미있는 많은 작품들이 있겠지만 이 작가의 작품은 끌어당기는 힘이 강하다. 그리고 책의 완성도가 처음부터 끝까지 비슷하게 이어진다. 어떤 책들은 재미는 있는데 중간 중간 설정이 이상한 부분이 있어서 아쉬운데 마이클 로보텀은 전체적으로 고른 완성도를 보여주고 있다. 그래서 순간적인 재미는 덜 할지 몰라도 전체적으로 책을 끝까지 읽고 싶어지게 만든다. 그만큼 탄탄한 작품성이 있다고 하겠다.
그의 대표적인 시리즈인 '조 올로클린' 시리즈가 오랜만에 돌아 왔다. 지금까지 열 세 편의 시리즈를 냈다고 하는데 이번에 나온 작품은 아홉 번째라고 한다. 신체적으로 불편한 면이 있어서 막 날아다니고 화끈한 면은 안 나오지만 풀기 어려운 실타래를 하나 하나 조금씩 풀어가는 심리학자의 범죄 수사물 이다. 전작들을 보면 참 어려운 상황에서 기가 막히게 사건을 헤쳐나간다. 몇 수를 내다보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한 두 발짝 앞서면서 사건을 풀어가는 모습이 아주 재미있다. 경찰은 아니지만 경찰의 프로 파일러 같은 역할을 하면서 이야기를 전개하는 것이 늘 흥미 있었다.
이번에는 슬픈 상황이다. 그와 그의 가정의 가장 큰 버팀목이었던 아내가 수술 합병증으로 숨을 거둔 지 16개월이 지났다. 파킨슨 병으로 안 그래도 몸과 마음이 약해져 있는 그에게 그가 힘을 내게 하는 가장 큰 원동력이었던 아내의 죽음은 엄청난 충격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에게는 남은 자식이 있다. 두 명의 딸인데 큰 딸은 대학에 들어가서 그나마 손이 덜 가지만 둘째는 아직 어려서 그가 돌봐야 한다. 조는 슬플 겨를이 없는 것이다.
그러던 어느 날 병원에서 연락이 온다. 그의 아버지가 머리에 중상을 입고 병원에서 수술했다고 한다. 이 무슨 날벼락 같은 일인가. 바로 병원에 가보니 더 희한한 일이 벌어진다. 어머니가 아버지의 병상을 지킨다고 들었는데 가보니 '누구세요'다. 전혀 모르는 사람이 아버지를 지키고 있었던 것이다. 누구냐고 물으니 자기가 아버지의 아내 란다. 누구라고? 조는 넋이 나간 채로 서 있었다. 전혀 생각 지도 않은 일이 눈앞에 벌어지고 있었다.
'올리비아 블랙모어'. 사기꾼도 아니고 미친 사람도 아니다. 아버지의 아내라고 주장하는 올리비아는 결국 또 다른 아버지의 부인으로 밝혀진다. 아니 어머니가 엄연히 살아 계신데 또 다른 부인이라니. 이해가 안 가는 이 상황은 아버지가 수 십 년 동안 이중 생활을 해온 것으로 밝혀진다. 완벽한 두 집 살림을 한 것이다. 그것을 조의 형제들은 몰랐고 어머니도 처음에 모른 척 했으나 결국 알고 있었음이 밝혀진다.
지역사회에서 명망 받던, 그리고 자녀들에게 좋은 아버지였고 빈틈이 없었던 아버지가 두 집 살림을 했다니. 도저히 믿기 지가 않았지만 현실은 그게 사실이라고 이야기한다. 조는 참 정신없을 듯 하다. 그런데 아버지 상황이 좀 이상하다. 처음에는 강도가 든 줄 알았는데 금품을 노린 것도 아니다. 이 층에서 굴러 떨어진 것도 아니다. 누군 가가 살의를 가지고 머리에 둔기를 내려친 것이다. 죽지 않은 것이 다행일 정도. 이제 범인을 잡아야 한다. 경찰은 열심히 하지만 미덥지 않다. 범죄 심리학자인 조 자신이 움직인다. 수 십 년 동안 몰랐던 아버지의 진실을 아버지의 뒷모습을 알아야 한다.
이번 작품은 주인공 조의 가정에서 일어난 사건이다. 오랜 시간 동안 믿고 따랐던 사람들이 또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웃음 뒤에는 배신과 음모가 자리 잡고 있었다. 언젠 가는 터질 일이었는데 그것이 이렇게 결과로 나온 것이다. 평범한 사람이라면 진실을 알기 어려웠을 사건인데 주인공은 자신의 장기를 잘 살려 결국 범인의 실체를 알아내기에 이른다.
어찌 보면 주인공에게 씁쓸하면서도 슬픈 내용이었다. 자신과 때론 가족이 위협 받을 때가 있긴 했어도 어쨌든 다른 나쁜 범인을 잡았었는데 이번에는 주인공 자신에게 일어난 일이다. 그리고 어릴 때부터 많은 영향을 받았던 아버지의 상상도 못한 이면의 사실에도 충격을 받았고 믿고 따랐던 사람에게도 실망감을 느끼게 했던 이번의 내용은 조에게 크나큰 시련이었을 것이다.
그나저나 모든 사건의 주범은 '미모'다. 조의 아버지에게 여러 기회가 왔던 것은 결국 그의 미모탓 아니겠는가. 아버지를 닮은 조가 이번 책에서도 여러 여성들의 관심을 받게 된 것은 역시 미모다. 잘 생긴다는 것은 불공평하다.
이야기는 역시 '마이클 로버텀'이다. 이 시리즈 내내 보여줬던 완성도가 이번 책에서도 여전히 잘 나타났다. 아주 큰 사건이 아니라서 피가 막 나오고 살인이 이어지고 그런 것은 아니지만 꼬이고 꼬인 이야기를 풀어내는 솜씨는 여전히 좋았다. 책 읽는 속도가 높아질수록 줄어드는 분량이 아까 와서 조금씩 읽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재미있었다. 시리즈가 지금 열 세 편이 나왔다고 하는데 북로드에서 출간한 것은 여섯 편이다. 후속작을 강력하게 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