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우리 고대사에는 삼국 시대라는 것이 있었고 고구려,백제, 신라가 패권을 겨루다가 당의 지원을 받은 신라가 삼국을 통일했다는 것은 역사를 배운 사람이라면 대부분 알고 있는 사실이다. 그러나 삼국의 역사는 기본적으로 관련된 역사서가 고려 시대에 편찬된 삼국 사기와 삼국 유사밖에 없어서 불분명한 부분이 많다. 그나마 신라는 경주의 유적 유물을 통해 어느 정도 맞춰갈 수 있지만 고구려 백제는 신라와 당에 의해 멸망 당한 나라라서 잊혀진 부분이 많다. 그러던 것이 최근에 들어와서는 발굴을 통해서 새로운 사실이 밝혀진 것도 많고 그동안의 연구 결과가 축적이 되어서 어느 정도 역사의 빈자리를 채워나가고 있다.
이 책은 다른 시대 역사에 비해서 많이 알려지지 않았던 백제 역사를 이야기하고 있다. 건국부터 멸망까지 쭉 다룬 통사는 아니고 중요한 사실을 중심으로 이리저리 얽힌 이야기들을 재미있게 들려주고 있는데 작가가 이런 글쓰기에 솜씨가 있는 사람이다. 지금도 신문에 글을 연재하고 있는데 쉽고 재미있게 소개를 잘 한다.
책은 처음 한성백제에 대해서 이야기 한다. 오늘날의 수도인 서울은 조선 시대만의 수도가 아니었다. 백제 초기 하남위례성이라는 수도가 있었는데 그것이 오늘날의 서울로 오랫동안 여겨졌었다. 그런데 어느 지역 인가에 대한 명확한 기록도 없었고 관련한 유물 유적이 없었었다. 그냥 뭔가 강력한 집단이 만들었을 것으로 추정되는 토성이 있었을 뿐이었는데 1996년 말 백제의 수도가 어떠했는지를 알 수 있게 하는 일이 벌어진다.
아파트 재개발 현장에서 백제토기 편들이 무더기로 발견이 된 것이다. 곧 정식 발굴을 통해서 엄청난 유물을 수습하게 된다. 이곳이 바로 풍납토성이다. 발굴 결과 폭 43m 이상에 현존 높이 11m에 이르는 사다리꼴 형태의 토성임이 밝혀졌다. 이 정도 거대한 규모는 당시 왕권에 준하는 강력한 절대 권력 만이 만들 수 있었다. 공식적으로 한성백제의 터라고 정한 것은 아니지만 기존의 몽촌토성을 하남위례성으로 추정해온 학계에 커다란 충격을 주면서 풍납토성이 한성백제의 수도였다는 강력한 주장이 제기되기 시작했다. 관련 유물로 봤을때 타당한 것 같았다.
책은 이 풍납토성의 유적 발굴을 상세히 이야기하면서 이 곳에 대해서 상세하게 설명을 잘 하고 있다.
무령왕릉의 발견은 한국 고대사 최대의 사건이었다. 이미 조선 시대와 특히 일제 강점기를 거치면서 웬만한 왕릉은 대부분 도굴을 당했기에 당시까지 남아 있는 처녀 고분은 있으리라고 생각 못했었다. 그런데 한번도 도굴 되지 않은 왕릉이라니..훗날 무령왕릉으로 밝혀진 이 왕릉은 수 많은 유물을 수습했고 여러 명문을 통해서 당대의 역사를 재정립 하는 큰 계기가 되었다.
그런데 이미 이 왕릉은 일제 강점기 당시 공주 지역의 문화재 도둑 가루베에 의해 도굴을 당할 뻔 했었다. 전문 지식도 없이 마구자비로 왕릉을 헤치고 다녔던 이 도굴꾼은 무령 왕릉의 가치를 몰라서 더 파보지 않았던 것이다. 그래서 이 귀중한 역사가 우리 손에 의해 밝혀질 수 있었다.
한 가지 안타까운 사실은 당시까지 이런 도굴 되지 않은 왕릉을 발굴 해보지 못했었기에 정말 세밀하게 천천히 발굴을 하지 못하고 그야말로 번갯불에 콩 볶아 먹듯이 후다닥 해치웠던 것이다. 관련된 학자들은 훗날 다 후회하는 심정을 남겼는데 고고학의 경험이 많이 쌓이지 않았던 당시로서는 어쩔 수 없었던 것이 아닌가 싶다.
이 밖에도 '백제금동대황로'의 기적 같은 발견과 거기에 관련된 여러 이야기들이 흥미롭게 펼쳐진다. 용 문양을 새긴 백제 시대 명품 구두나 백제판 구구단 목간 등 흥미로운 유물이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쉽게 잘 설명하고 있다. 신라에도 영향을 준 것을 보면 당시 백제는 찬란한 문화를 발전시켰고 그 유산은 엄청 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멸망과 전잰 등으로 그 진면목을 오롯이 느낄 수 없는 것이 너무나 안타깝다.
책은 재미있다. 많은 부분 우연히, 운 좋게 발견되어 가슴이 철렁 내려 앉을 뻔 했던 이야기와 함께 아주 수준 높은 문화를 누렸던 당시 백제의 모습을 잘 알 수 있게 한다. 지은이가 기자이지만 역사 학자 못지 않은 식견과 끈기로 당대 백제를 잘 재현해서 더 가깝게 느끼게 했다. 앞으로도 많은 연구를 통해서 백제의 진면목을 더 많이 알 수 있게 되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