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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다른 동물과 구별되는 가장 큰 특성은 '생각'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생각에는 다양한 감정이 있는데 그 중에서 불안이나 공포심이 있다. 바로 두려움인데 앞으로 일어날 일에 대해서 걱정하는 것을 말한다. 인간 자체가 불완전한 존재기에 병에 걸려서 괴롭거나 다른 사건 사고로 일이 일어날 것을 대비해서 보험까지 든다. 이를테면 막연한 두려움이 있는 것이다.
존재 하는지 존재 하지 않는지도 모를 어떤 절대자에 대해서 공포를 갖고 있기도 하다. 과거에 과학이 발달하지 않았던 시절에는 각종 자연 재해에 대해 그런 마음을 갖고 있었다. 그래서 오랫동안 인간들의 마음 속에 축적되어온 그런 생각들이 눈에 보이는 것으로 발현이 된 것이 바로 '괴물'이다. 상상 속에서만 존재하는 것 보단 실제로 있다고 눈에 보인다고 하는 것이 어쩌면 더 마음을 편안하게 했을지도 모른다.일단 본다는 것은 피할 수도 있으니까 말이다. 그렇게 괴물은 인간 마음 속 깊숙이 내재되어 있던 공포감이나 불안, 두려움이 눈에 보이는 형태로 만들어진 것이다. 당연히 근거가 없는 상상 속의 존재다.
그런데 인간이 만들어낸 이런 괴물의 존재는 오래 전부터 있어왔다. 각 괴물의 존재를 잘 연구한다면 당대 사람들이 갖고 있던 여러 생각들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이번에 나온 '근대 괴물 사기극' 은 괴물이라는 것에 대한 총체적인 안내 책이라서 큰 의미가 있다. 이 책은 1700년대부터 1900년대까지 '믿을 만한' 괴물들을 엄선해서 그 존재 이야기를 잘 풀어주고 있다. 사실 괴물은 오래전부터 있어왔지만 좀 더 믿을 말한 괴물이 나타난 것은 과학이 발달하기 시작한 시대 이후다. 고대의 괴물은 나중 사람들이 봐도 너무 허무맹랑하고 믿기 어려운 내용이 많았기에 과학이 발달한 때 이후의 괴물들은 나름 논리성을 갖추고 그럴 싸한 것이 많이 등장했다. 그중에서 나름의 의미가 있는 29가지 괴물을 이 책에 실었다.
먼저 1700년대의 '동물 인간' 을 소개한다. 사실 인간은 여러 종이었지만 진화를 거듭하면서 오늘날의 사피엔스 종만 남았는데 어느 정도 문명이 발달하고 과학 지식이 퍼진 시대에도 자신과 다르게 생긴 인간을 동물로 취급하고 신기하게 바라보는 일이 제법 있었다. 그들에게 '좀 다른' 인간은 일종의 괴물이었으리라. 그랬으니 인간을 '전시'하기 까지 않았겠는가. 이 책의 동물 인간은 주로 밤에 활동하며 땅굴을 파고 사는 종이며 일반 인간과는 구별된다고 한다.
주로 유럽 백인을 기준으로 그 생활 형태에 어긋나는 것은 무조건 괴물로 여기던 시절이었다. 물론 과학이 더 발달하면서 이 동물인간의 실체를 알게 되긴 했지만 사람들은 여전히 인간과 아주 닮았지만 결코 인간이 아닌 존재에 대해서 매혹되었다. 결국 이것은 자신과 다른 것에 대해 존중이 결여된, 편견이나 혐오를 가졌던 것이다. 인간이 가진 이 추악한 관념은 아직도 이어지고 있어서 앞으로도 만들어질 가능성이 있다.
1800년대 괴물들 중에서 '수정궁의 이구아노돈' 은 좀 더 현실적인 괴물이다. 아니 어쩌면 진짜 괴물이라고 하겠다. 원래 이구아노돈은 백악기 전기 유럽에서 서식했던 조각류 공룡이다.사실 공룡이야 말로 진정한 괴물 중의 괴물이다. 인간을 압도하는 힘과 몸을 가졌고 인간 역사는 찰라에 지나지 않을 정도로 수 억 년을 살았던 동물이다. 그런데 수정궁 공원의 이구나노돈은 잘못 복원된 고생물의 상징이라고 한다. 에를 들어 앞다리를 들 수 있었던 원래 모습과는 다르게 수정궁의 이구나노돈은 네 발로 걸었다. 책에서는 어떻게 해서 이 고대 생물이 그런 모습으로 사람들에게 소개가 되었는지 잘 알려주고 있다.
1900년대의 대표적인 괴물은 네스호의 괴물인 '네시'다. 영국 최대 호수인 네스호에 살고 있다는 이 괴물은 수 많은 목격담과 수 많은 사진 등으로 그 진실 여부가 늘 이슈가 되는 괴물이다. 과거의 많은 괴물들이 당대에 반짝하고 그 존재를 부정 당하는 경우가 많은데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발달한 오늘날에 와서도 이 네스호의 괴물은 죽지 않고 있다. 많은 사진들이 있다고 해도 그 중에 상당수는 조작이고 나머지는 존재를 확인할 수 없었다. 생긴 것은 대략 중생대 수장룡 플레시오사우루스 와 비슷하게 보인다. 이 괴물은 최근까지도 심심치 않게 언론에 떠오르는데 이쯤 되면 이걸 진짜로 믿는지 가짜로 믿는 척 하는지 모르겠다. 사실 네시 덕분에 스코틀랜드는 관련한 산업으로 큰 이익을 얻고 있다고 한다. 진짜 있다면 모습을 드러냈을 이 괴물은 이제는 하나의 캐릭터가 되어서 아마도 영원할지도 모르겠다.
어중이떠중이에 괴물 같지도 않은 괴물 말고 어느 정도 믿을만한 구석이 있는 괴물들을 골라 완전 해부한 이 책은 지은이가 수 년을 공을 들여 쓴 책인데 그 노력한 티가 난다. 각 괴물의 특성과 의미를 상세하게 서술하고 있고 시대성도 잘 설명하고 있어서 '주요 괴물 소개서' 에 걸맞게 수준 높은 내용을 보여준다. 존재하지 않는다고 누군가 에게 무시 당할 수도 있는 괴물이라는 존재에 대해서 이토록 고품질의 글을 쓴 지은이가 대단하다. 게다가 이해를 돕기 위해 실린 흑백 삽화는 괴물을 실제 보고 그렸다고 할 수도 있을 정도로 수준 높다.
책은 막 쉽게 읽히진 않는다. 괴물들을 가볍게 소개하기 위해 쉽게 쓴 글들에 비해서 어쩌면 '괴물학' 적인 내용이 가득해서 천천히 읽어야 내용을 잘 파악할 수 있다. 하지만 괴물이라는 환상적인 내용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라면 틀림없이 만족스럽게 읽을 책이다.
내가 아이였을 때 '괴물이다' 하면서 장난쳤던 기억이 있다. 조카가 아이였을 때 괴물 놀이를 했었다. 요즘 아이들도 괴물이다 하면서 놀고 있다. 괴물은 친숙한 존재이면서 무섭기도 하고 피하고 싶은데 가까이 다가오기도 한다. 상상 속의 존재지만 진짜 있는 듯한 느낌도 든다. 어쩌면 인류가 멸망 할 때까지 이 괴물은 인간 곁에 있을 지도 모른다.
현대에 들어와서 그 현실성은 떨어지더라도 존재감은 여전한 괴물에 대해서 깊이 있게 쓴 이 책, 참 귀하다.
[본 서평은 부흥 까페 서평 이벤트에 의하여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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