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잡하면서 잔인한 장면이 많이 나오는 현대의 추리 스릴러 소설에 비해 캐드펠 시리즈는 크게 자극적인 면이 없다. 시대적 배경이 중세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로 지은이는 '사람'의 이야기를 하고 있다. 단순한 살인 사건이 아니라 나름의 사연이 있다. 그 사연을 쫓아가다 보면 사람이 보인다. 그리고 사람 이야기이기 때문에 좀 더 마음에 와 닿고 중세라는 오래 전의 배경이긴 해도 현실적인 느낌이 드는 것이다.
이번에도 역시 무대는 수도원 근처다. 수도원 근처 세인트 자일스 병원의 나환자촌에 한 무리의 결혼 행렬이 지나간다. 그런데 일반적인 결혼이 아니라 남작인 늙은 남자와 젊은 처자와의 결혼이다. 행렬을 지켜보던 사람들은 저마다 생각이 있지만 입밖에 내지 못하는데 캐드펠 수사는 뭔가 느낌이 안 좋다. 이들은 수도원에서 결혼식을 할 예정이었는데 문제가 생긴다. 바로 늙은 새 신랑이 살해당한 것이다. 신랑은 밖에 혼자 나갔었는데 누군가 인위적으로 설치한 줄에 걸려서 목이 졸린 것이다. 수도원과 관련된 인물이 살해당해서 난리가 난다. 당연하게도 캐드펠이 나서게 된다.
사실 이 사건은 뭔가 좀 이상한 점이 있는데 젊은 처자와 정이 깊어 보이는 한 젊은 남자가 그대로 따라온 것이다. 그는 이 결혼이 잘못이라고 주장하고 있는데 당연하게 그가 범인으로 몰리게 된다. 한편 결혼할 처자는 큰 유산을 상속 받는 상속녀인데 그녀의 숙부와 숙모가 이 결혼을 추진한다. 요즘말로 '가스라이팅'을 당한 듯이 순종적이다. 이 결혼에 대해서 나름 부정적인 반응도 보이지만 결국은 자신의 운명이려니 따르게 된다.
한편 꼼짝 없이 범인으로 몰린 젊은 남자는 이리 저리 도망치다가 나환자촌의 라자루스 노인의 도움으로 나환자로 분장해서 지낸다. 아무리 사람들이 이 잡듯이 뒤져도 찾을 수 없었던 것은 나환자 무리에 있었기 때문이다. 그 당시에는 나병은 옮는다고 믿어서 근처에 얼씬도 안 하던 시기다. 그러니 무사히 숨어있을 수 있었다.
이제 캐드펠은 본격적인 수사를 시작한다. 피해자인 남작에 대해서 조사를 하는데 뜻밖의 사실들을 알게 된다. 이 사실들이 새로운 실마리가 되어서 하나씩 하나씩 결론을 향해 간다. 그리고 예상했듯 드러나는 여러 반전들. 겉으로 봐서 완전 악인 같았는데 속을 보니 다르게 보이고 사람의 욕심으로 결국 이런 일들이 일어나는 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 시리즈의 미덕은 나오는 등장 인물들이 대부분 입체적이라는 것이다. 그냥 전형적인 악인, 선인 이렇게 나오는 것이 아니라 못돼 먹었으면서도 선한 면이 있고 결국에는 선하지만 영악한 면도 있고 우리의 인간 본연의 모습을 다각도에서 잘 그리고 있어서 더 현실감 있게 느껴지고 재미가 있었다. 그리고 그 옛날이던 지금이던 사람 사이의 사랑은 참 대단하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1편부터 느낀 거지만 주요 인물로 젊은 남자와 젊은 여자가 대부분 나오는데 그들이 하나 같이 착하고 영리하며 빼어난 외모를 가지고 있다. 산전 수전 다 겪은 캐드펠 수사 입장에서는 젊은이들이 다 이뻐보였을지도 모르겠다. 다음편에도 다 미모가 괜찮은 젊은 인물들이 등장하지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