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가 만들어지고 오랜 세월이 흐른 뒤에 생명체가 탄생하고 또 여러 진화가 있으면서 수 많은 종의 생물이 생겨났지만 결국 이 행성은 '사람'이 지배하게 되었다. 다른 생물과의 가장 큰 차이점은 '지능'이 있다는 것이다. 머리를 쓰기 때문에 더 나은 것을 생각하게 되고 그것이 의식주에 큰 발전이 있게 되면서 오늘날에 이르게 되었다. 지능이 있다는 것은 여러 가지를 할 수 있다는 것인데 다른 종에 비해서 진화가 더 빨리 이루어지는 이유는 '축적과 전승' 때문이다. 뛰어난 기억력에 의해서 많은 능력이 다른 사람에게 퍼지게 되고 이것이 계속 누적되어 더 나은 방향으로 가는 길잡이가 되면서 결국 많은 지식이 쌓이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만물의 영장이라고 할 인간은 사실 전지전능한 신이 아니다. 오히려 우리의 신체와 정신에는 큰 결함이 있다. 사실 어떤 정의가 성립한 것이 바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다. 수 많은 실패를 통해서 이루어진 것이다. 인간은 실패를 통해서 발전을 이룬 것이지 그냥 뚝딱하고 나온 것이 아니다. 그런데 그런 결함이 뜻하지 않은 결과를 이룩한 것도 많다. 이 책은 다른 동물들에 비해서 연약한 신체를 가진 인간이 완전하지 않은 지능을 가지고 진화를 이루게 된 것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처음에 책에서는 유명인의 결함에 대해서 이야기 한다. 그들이 그런 위치에 오른 것은 다른 사람에 비해 유능하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보통 사람들은 안 하는 결함을 그런 유능한 사람이 갖고 있을 수도 있다. 그리고 인간 발전의 큰 공헌을 한 직립 보행의 경우에도 두 다리로 걸으면서 여러 가지를 발전하게 했지만 이 자세는 그 자체로 무릎에 큰 부담을 주게 되어 나중에 요통으로 고생할 수도 있고 무릎 자체의 통증으로 힘들어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왜 이런 결함이 생겨 났는가.
인간이 가진 여러 결함은 진화 과정에서 생겨난 타협의 산물이다. 진화 과정에서 서로 상충하는 여러 요구를 동시에 충족시켜야 한다면 그중 한 기능만 선택해서 최적화 할 수가 없는 것이다. 그중에서 좀 더 중요한 것이 발전하고 다른 것은 결함을 가진 채로 갈 수 밖에 없다. 결국 인간은 우리의 모든 능력과 제약이 합쳐져서 만들어진 결과인 것이다.
인간은 개별적인 존재로는 약함이 많지만 협력을 통해 함께 살면서 효율성도 높아지고 서로 더 많이 발전하게 된다. 그래서 유목의 역사가 결국 정주의 역사로 되면서 발전도 했지만 또 여러가지 문제점도 발생하게 된다. 이 책은 그런 문제점을 이야기하면서 그런 것을 통해서 인간이 더 발전하고 결국 기본적인 인간성이 어떻게 표출되는가를 이야기한다. 유전학이나 생화학, 해부학, 생리학, 심리학의 다양한 특성이 어떻게 나타나는지를 살펴보고 있는데 많은 역사상의 예를 통해서 주장을 이해하게 한다.
3장 4장에서 설명하는 감염병과 유행병은 인류 역사에 큰 영향을 끼쳤다고 볼 수 있다. 어쩌면 인간은 병을 이겨내려는 투쟁의 역사라고 볼 수 있을 정도로 이런 병들은 큰 사상자를 낳았고 결국 역사를 바꾸게 되었다. 한 예로 스코틀랜드의 식민지 건설 추진을 이야기한다. 지금도 영국으로부터 독립을 원하는 스코틀랜드 여론이 만만치 않게 있는데 그 전에는 더욱더 독립 열망이 깊었다. 잉글랜드로부터 독립 의지를 탄압받고 있던 스코틀랜드는 파나마 지협에 식민지를 건설해서 대외 무역을 통해 경제적 예속을 벗어나고자 했다. 이 계획이 성공했다면 오늘날의 영국은 없었을 지도 모른다. 그러나 오랫동안 인류를 괴롭혀왔던 말라리아에 의해 결국 이 시도는 실패하고 막대한 재정적 위기에 봉착해서 결국 주권을 포기하고 오늘날의 영국의 한 부분이 되 버렸다.
그 유명한 흑사병은 14세기 유럽을 황폐화시켰다. 이 병이 전 유럽을 휩쓸어서 엄청난 사망자가 나왔고 인구가 붕괴되었다. 아이러니하게 인구가 줄게 되자 사회에는 이득이 되었다. 일종의 인구 과잉 상태였던 당시 사회는 많은 사람들이 빈곤 상태에 있었는데 흑사병으로 인구가 확 줄자 상대적으로 인구 대비 농산물의 생산이 많아졌고 더 다양해졌으며 결국 식품 가격이 하락하고 생활 수준이 향상, 사회적 이동성 증가가 나타났다. 치명적인 유행병에 인간은 속수무책이었지만 그 광풍이 지나가고 난 뒤에 더 나은 삶의 전개되었던 것이다.
마지막 장의 '인지편향' 편은 인간은 자신이 믿고 싶어하는 것을 믿는 다는 명제를 명확하게 보여준다. 뭔가 이상하고 잘못되었다는 것을 느끼면서도 자신이 믿는 것이 결국 맞다는 생각으로 끝까지 간다는 것이다. 인간은 생각보다 아는 것이 많지 않고 늘 틀릴 수가 있고 착각할 수 있다는 것을 대부분 잘 모른다. 책에서는 콜럼버스가 이야기가 나온다. 보통 신대륙을 발견했다고 하지만 그가 그런 목적으로 간 것은 아니란 것은 많이 알려져 있다. 콜럼버스는 대서양의 서쪽으로 건너는 항로를 통해 좀 더 빠르게 인도에 도착하고자 했다. 그러나 그가 도착한 곳은 오늘날의 아메리카 대륙인 카리브해였고 그는 죽을 때까지 거기가 새로운 곳에 왔다는 것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여러 증거를 통해 동아시아와는 다르다는 것이 밝혀져도 자신이 믿고 싶은 것을 믿었던 것이다. 이른바 '확증 편향' 에 빠진 것인데 오늘날에도 이런 경우가 제법 있다. 아메리카 대륙의 발견은 언젠가는 이루어졌겠지만 이런 결함이 있은 콜럼버스 덕분에 그 시기가 당겨졌다고 할 수 있는 것이다.
책은 여러 방향에서 인간의 부족함을 이야기하고 있지만 결국 결함을 통해서 더 나은 진화를 이룬 것을 나타내고 있다. 결과적으로 단점이 장점으로 승화된 것이다. 어떻게 보면 인간은 좋은 점도 있지만 나쁜 점에서도 좋은 결과를 나타냈다고 볼 수 있다. 책 내용은 지은이의 주장을 잘 반영하는 역사적인 사실을 흥미롭게 이야기하면서 전체적인 이해를 돕고 있다. 과학과 역사를 잘 버무린 책이라서 흥미롭게 읽었던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