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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에서 현재 상영중인 '무인시대' 후속작품으로 '이순신' 100부작을 방영할 예정인데 그 내용은 소설 <칼의 노래>와 <불멸>을 바탕으로 한다는 기사를 읽고 이 책 <불멸>의 제목을 처음 접하게 되었다. 그 이후 어떤 다른 소설가가 <불멸>에서 김탁환씨는 영웅 이순신을 부당하게 너무 깎아내렸다면서 비판했다는 모 인터넷 신문 기사를 통해 <불멸>이라는 제목을 두 번 접하게 되었다. <방각본 살인사건>이라는 최근 출간된 책의 저자가 바로 김탁환이였기에 '김탁환'이라는 이름은 이미 내 귀에 익어 있었는데 바로 그 김탁환씨가 이순신에 대한 소설을 썼다는 것을 들으니 귀가 정말 솔깃해져서 <불멸>을 읽어보게 되었다.
한문을 잘 몰라서 조선 시대 역사서나 당시 선각자들의 저서를 직접 읽지 못해 안타까워하는 본인과 같은 독자들에게 <불멸>은 친절하게 한글로 그 시대의 대표적 지식인들과 군왕, 정치가, 장수들의 고민과 생각을 잘 그리고 재미있게 풀어서 이야기해주는 역사소설의 진수라고 할 만 하다. 물론, 저자인 김탁환씨의 주관적 역사 해석 한쪽으로만 독자가 일방적으로 정보를 받아들여야 하는 위험도 있긴 하므로, 잘 가려서 읽도록 노력해야 하겠지만.
작가가 책 머리글에 그 소설을 창작하게 된 경위를 간략하게나마 충분히 잘 소개해두었다. 죽음 앞에 무력한 인간이 사랑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은 곧 그 인간이 불멸을 믿기 때문이라고 보아야 한다는 도스토예프스키의 어느 한 구절을 인용하면서 소설은 시작되는데, 바로 책 제목 '불멸'이 작가의 책 전체적인 집필 의도를 잘 드러내주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영웅 이순신, 간사한 원균, 음흉하고 권모술수 가득한 권율, 괴팍하고 비정상적인 것 같은 선조, 철없는 반항아 허균 등과 같이 이미 우리에게 고정된 이미지로 착 달라붙어 있는 역사적 인물들이 실제로 현재 우리 인간들처럼 어떤 인간적인 고민을 하며 자기 삶을 힘들게 살아갔는가 하는 내면의 과정을 잘 그려내고 있다. 바로 이러한 점에서 이 책은 그저 일단 한 번 뒤집어서 해석해보자는 둥 하면서 가볍게 알맹이 없이 쑤셔보는 류의 책과 확연히 구별된다.
해전에서 단 한 번도 지지 않았다고 알려진 전설적 군인인 이순신은 왜 그렇게 지지 않는 전쟁만 하는 완벽주의 기질의 사람이 되어야 했을까. 이순신과 쟁공하며 일견 사사건건 이순신과 반대되는 듯한 장계를 올리고 실제 그러한 행동을 취한 원균은 왜 그렇게 무모하다 싶을 정도로 맹렬하고 열정적으로 싸워 이기는 전쟁을 고집하려 했을까. 자기 아닌 어느 장수나 어느 신하에게 권력과 민심이 쏠리는 것도 용납하지 않으려고 한 나머지 자기 아들까지도 냉정하게 대했고, 또 늘 이순신을 좋게 대해주지 않고 심지어 전쟁이 끝난후에는 이순신을 죽이려고 했던 선조는 왜 그렇게 비정상적일 정도로 반역에 대한 의심에 집착했을까. 조정 신하들은 명나라와 왜, 그리고 여진족이 실제 어떤 역학 관계에서 자기들 이익만을 좇아 조선을 이용하려고만 든다는 것도 무시한 채 우물한 개구리처럼 소중화 의식에 집착하고 벼슬 자리에 자기 사람 심는 것에만 혈안이 되었는데 그 이유는 무엇인가. 허균은 명문 집안에서 태어나 빼어난 글재주를 가지고 있었음에도 왜 그렇게 당시 이단으로 치부되던 도가, 불교 사상에 심취하고 역성혁명을 옹호하는 듯한 위험한 발언도 서슴지 않게 되었을까.
이 세상에 태어난 인간이 어떤 시련을 통해 자기 자신이 짓이겨짐을 당하고, 그러한 과정을 이겨내고 자기만의 불멸의 무언가를 이룩하기 위해 얼마나 필사적으로 노력하고 또 뜨겁게 고민하는가 하는 내면의 과정을 저자는 바로 이 소설 <불멸>을 통해 참으로 적절하게 잘 그려내었다. 한문을 몰라 이 땅 한반도에서 우리 세대를 훨씬 앞서 살았던 선배들이 어떤 고민을 했고 어떤 운동을 했으며 각종 예기치 않은 장애물을 만났을 때 어떻게 대처해 나갔는가 하는 것을 배울 수 있는 좋은 기회이니 이 책을 꼭 읽어볼 것을 추천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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