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서재

이론에 뿌리박은 현실
저널리스트 스타일의 프리랜서가 천문학에 대해 광범위하게 간략하게 쉽게 소개해주는 책이다.

천문학이 과학으로서 어떤 과정을 거쳐 근대적 과학으로 발전해왔는지 밝히는 것으로 시작한다. 그리고 우리가 살고 있는 행성인 지구가 속해 있는 태양계에 대하여 설명한다. 행성들마다 각각 한 챕터씩 할애하여 중요 데이터를 소개하고 또 각 행성들마다의 특징도 간략하게 곁들여 소개해준다. 아울러, 태양계라는 범위를 넘어 은하의 세계에 대해서도 설명해준다. 한편, 달 탐사나 인공 위성 발사 등과 같은 우주 정복의 역사에 대한 재미있는 이야기도 곁들이고 있다. 마지막으로 현대 물리학에서 진행중인 우주론 이야기를 간략하게 소개한다.

이 책의 장점은 천문학에 대한 지식이 거의 전무한 서평자 본인과 같은 일반 독자들도 매우 쉽게 천문학이 그동안 밝힌 우주에 대한 지식들을 소개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천문학의 과거와 현재의 역사, 천문학을 통해 밝혀진 태양계와 은하, 그리고 우주론에 대한 정보와 지식들을 동시에 쉬운 말로 전해들을 수 있어 매우 유익하다. 대신 이 책은 일반 독자에 대한 입문서격의 책이기 때문에 한 가지 주제에 대한 심도 있는 설명은 부족한 편이다. 가령 마지막 파트인 '제5부 우주의 운명'만 하더라도 왜 그러한 주제를 그것도 그렇게 얇은 분량과 지극히 짧기만한 설명으로 이 책에 포함시켰는지 의문이 든다.

그러나 천문학이나 현대 물리학에 대해 간략하고 쉬운 입문서를 구하지 못해 답답했던 사람들에게는 이 책이 정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다만, 흥미진진한 소설적 재미나 심도 있는 현대 물리학 이론의 지적 감동을 기대한다면 이 책이 적잖이 실망스러울 수도 있을 것이니 주의해야 할 것은 사실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나에게 일어났던 가장 특징적인 반응은 고등학교때 지겹게 외우며 문제 풀던 지구과학 내용이 잠깐 떠오르면서, 그 때에는 느끼지 못했던 우주의 장대함을 새삼 느끼게 되었다는 것이다. 지구가 속해 있는 태양계, 태양계는 '우리은하'의 가장자리에 속해 있으며, 태양은 우리은하에서는 2000억 개의 별들 가운데 하나에 지나지 않는다고 한다. 아, 우주의 장대함이여!

그런데, 문득 의문이 생겼다. 지구는 왜 자전하는 것일까. 태양계의 다른 행성들도 모두 자전을 한다. 공전은 중력에 따른 운동이라고 이해할 수 있겠는데, 자전은 이해하기 힘들다.

은하는 정말 크다. 그런데 그런 은하가 또 수천억 개 있다고 하며, 각 은하에는 수십억 개의 별이 들어 있다고 하니.. 우주는 일상적으로 사용하던 생활상의 수치에 대한 크기 감각을 가뿐하게 훌쩍 뛰어넘어버린다.

한편, 우주에는 눈에 보이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별이 있다는 거의 동일한 내용의 조르다노 브루노와 갈릴레이의 주장은 왜 그렇게 다른 취급을 받았을까 묻게 된다. 가톨릭 순회 사제였던 조르다노 브루노는 우주는 무한하며 지구는 우주의 중심이 아니라는 코페르니쿠스 우주관을 공공연하게 설파하고 다닌 철학자였다. 아리스토텔레스 우주관이 지배하던 당시의 교회 주장을 어긴 대가로 브루노는 혀에 쇠꼬챙이가 꽂히고 불에 살이 타며 죽었다고 한다. 반면, 별이 당시 통상적으로 생각하던 것보다 훨씬 더 많다는 것을 자신이 놀랍게 개선시킨 망원경을 통해 직접 관찰함으로써 보여주었던 갈릴레이는 죽음을 면했다. 어쩌면 동일한 내용이라 하더라도 사상적으로 주장했던 철학자 브루노는 지식-권력 집단에 무참히 짓밟혔지만, 관찰한 결과물을 과학적으로 설명해서 보여주었던 갈릴레이는 그래도 살아남았다. 구체적인 자료와 효과적이며 강력한 이론, 그리고 수학적 모델을 통한 설명은 대다수의 잘못된 지식을 가지고 있던 기존 지식 권력을 이길 힘이 상당하지 않을까.

엄청나게 큰 스케일의 우주에 대한 호기심이 생겼고, 또 다시 한 번 과학적 방법론의 중요성에 대해 깊이 깨닫게 되었다는 점이 이 책을 읽음으로써 얻은 소중한 소산이 아닐까 싶다.


  • 댓글쓰기
  • 좋아요
  • 공유하기
  • 찜하기
로그인 l PC버전 l 전체 메뉴 l 나의 서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