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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에서

안개와 당국


목련은 안개 속에서 있었다 불투명과 반투명의 모호한 경계 속에서 안개는 흘러나오고 있었다 방금 막 밤과 헤어진 강물은 새벽과 몸을 섞고 있었다 목련 앞에서 웃음도 울음도 없는 얼굴이 반쯤 파묻히고 있었다 먹히느냐 먹느냐 그것만으로는 정의되지 않았다 당국은 공정과 정의를 부르짖었지만 구하여도 구할 수 없었다 괴로워도 괴로웠다 목련은 안개 속에 서 있었다 공정이냐 공정이 아니냐 그것만으로는 되지 않았다 중대재해도 중대처벌도 중차대하지 않은 당국은 미래가 현재와 현재가 과거와 과거가 미래와 악수하듯 아침엔 주천강 점심엔 동강 저녁엔 한강으로 이름을 바꾸며 흘러갈것이다 목련은 안개 속에서 있었다 불투명과 반투명의 모호한 경계 속에서 안개는 흘러나오고 있었다 삶처럼 죽음처럼 죽음처럼 죽음처럼- P-1
글쎄가 물음처럼 쌓여 가는 여름밤이었다


빚을 빛으로 돌을 금으로 술을 피로
시를 신으로 바꿀 수 있다고?

반려견도 반려묘도 못되는 주제에?

빛을 빚으로 금을 돌로 피를 술로
신을 시로 바꿀 수 있다고?

반려신도 반려자도 못되는 주제에?

*"글쎄"
막상 살아 보면 재밌을 거라고?

반려시도 반려술도 못되는 주제에?



*글쎄는 얼어 죽을- P-1
취향 없음


쇄빙선을 타고 북극으로 떠나는 남자가 있고 눈물을 얼리러 시베리아로 향하는 여자가 있다 국적도 없이 다시 돌아온 계절은 기후 위기와 함께 봉착했고 오늘 아침 지나간 장례 행렬은 지구 종말의 알레고리로 리사이클링 된다 내가 좋아하는 소설가는 처음처럼을 내가 좋아하는 시인은 참이슬을 마신다 소주 취향조차 없는 나는 소설가를 만나면 처음처럼을 시인을 만나면 참이슬을 마신다 위기와 종말도 사고파는 사람들은 다국적펀드로 무자비적 약탈도 서슴지 않는데 이념 취향도 없는 나는 물에 물탄듯 술에 술탄 듯 산다 쇄빙선을 타고 북극을 향해 가는 남자가 있고 눈물을 얼리러 시베리아로 떠나는 여자가 있다- P-1
장마


애플제라늄 옆에서 하루 종일 장맛비 소리를 듣는다

큰 틀에서 전생이 있다면 저 우중의 거리와 
같을까

사랑했던 사람들의 얼굴들 물안개처럼

잠깐 잠깐 피어올랐다 사라졌다

큰 틀에서 생각하면 그게 다 꿈이었을까?

애플제라늄 옆에서 하루 종일 장맛비 소리를 듣는다

큰비 속에 나를 세워 놓고 가만히 울다 보면

누구에게 받았는지 모르는 가시가 있다- P-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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