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터
다시 찾은 그곳이 초록으로 우거져 있는 것을 보고서야 그동안의 믿음이 깨졌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지우며 헐며 사는 일이 그나마 나을 것이라 생각했던 믿음 말입니다 삶은 너의 너머에 있지 않았고 노래가 되지 못한 것만 이내 몸에 남아 있습니다- P34
마음을 미음처럼
미음을 끓입니다 한 솥 올립니다 회회 저으며 짧게 생각합니다 같이 사는 동안 보여주지 못한 나의 수선이 아른거립니다 이내 다시 되작거립니다 체에 밭쳐둡니다 아시겠지만 진득하게 남는 것은 버려야 합니다 묽어져야 합니다 고개를 파묻습니다 나는 아직 네게 갈 수 없다 합니다- P35
다시 공터
네가 두고 간 말을 아직 가지고 있어 어디에 쓰는 것인지도 모르는데 내가 어떻게 버릴 수 있었을까 그러니 마냥 넣어두고 다녔지 작은 열쇠처럼 가끔 잘 있나 꺼내보았다가도 이내 다시 깊숙이 넣어두고 혼자 있게 했지- P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