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의 말
이건 연습이에요.
연습일 뿐이에요.
2024년 9월
고영민- P-1
늙은 시
꺼내 다시 읽어보니
그새 늙어 있다
망실되었구나. 너도 나처럼
서랍 속에서
원망하지 마라
네가 널 이렇게 만든 것이다
무엇에도 도달할 수 없다
창밖의 눈송이가
눈보라로 바뀐다- P-1
마태복음
아버지 고창선은 어머니 김도화를 만나
6남 6녀 12남매를 낳고
큰형 고명규는 5남 2녀를 낳고
큰누나 고순희는 3남을 낳고
둘째 형 고흥규는 지금은 세상에 없지만
1남 3녀를 낳고
둘째 누나 고순흥은 2남을 낳고
셋째 형 고준규는 1남 1녀
셋째 누나 고선화도 1남 1녀
넷째 형 고상규는 지금은 세상에 없지만
1남 1녀를 낳고
넷째 누나 고난영은 2남을 낳고
다섯째 형 고운규는 1남 1녀
다섯째 누나 고난희는 2녀
여섯째 누나 고난미는 1남 2녀
12남매 중 막내인 나 고영민은
2녀를 낳고
.
.
.
분명 우리에게 내일은
슬픈 것
비로소 그때 새로운 사랑은 오지- P-1
나는 나의 감옥처럼
피 흘리는 짐승입니까
지나가는 사람입니까
쓰러져가는 담장
허공의 심장소리
방파제를 뛰어넘는 파도입니까
달려가는 냇물입니까
얼굴을 가리고, 지우고 가는
기억입니까
태어나자마자 갖게 된 병입니까
제풀에 꺾인 바람입니까
울 때 같이 우는 사람입니까
자꾸만 귀에서 나는
소리입니까- P-1
혼잣말
아까부터 왜 계속 저곳에서
서성이는 걸까
눈송이처럼
할말이 있다는 듯
머뭇거리다가 서둘러 사라지는
차마 꺼낼 수 없는 말을 맛보면서
혀끝으로 입천장을 만지면서
끝내 아무 말도 못하고, 삼키고
더이상 네가 보이지 않게 되었을 때
무람해진 너를 위해
오늘은
그곳에 있을게
우리는 지금 막 만났고
나를 웃게 해- P-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