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과 팸이 동시에 경험한 것은 서로의 모습을 보고 받은 충격이었다. 여기엔 늙어 보인 것뿐만 아니라, 또하나의 달라진 점이 작용했다. 밥이 보기에 팸은 부자였다. 그녀가 부자들이 입는 옷을 입었다는 게 그가 생각할 수 있는 전부였다. 회색 슬랙스, 몸에 붙는 진청색 상의. 헤어스타일은 머리카락을 ㅡ그가 기억하는 것보다 숱이 더 없었다ㅡ턱 아래 길이로 자른 것이었다. 하지만 눈은 익숙한 눈빛으로 그에게 미소를 지었다.
팸의 입장에서는, 이 남자, 밥 버지스, 자신의 첫 남편의 모습을 보고 놀라 죽을 뻔했다. 단지 늙어 보여서가 아니었다. 그는 흐트러져 보였다. 청바지는 헐렁하고 재킷은 몹시 낡아서 칼라가 얼마간 나달나달해져 있었다. 이런 생각이 그녀의 마음을 스쳤다. 주유소에서 일한다고 해도 믿겠어. - P110
그생각을 한 순간 그녀는 자신이 끔찍한 속물이 된 것을 깨달았다. 주유소에서 일하는 게 뭐가 잘못이라고? 커트한 모양새가 형편없는 머리카락이 눈 바로 위까지 내려왔다. 밥! 그녀가 팔을 내밀었고, 그들은 마스크를 쓴 고개를 돌린 채가볍게 포옹했다. 그리고 팸이 침대로 걸어가 앉았다. 밥은 방안 구석에 있는 안락의자에 천천히 몸을 파묻었다.
"좋아 보인다." 팸이 말했다.
"당신도 그래." 밥이 말했다.- P111
올리브 키터리지는 그녀 주변의 모든 기록되지 않은 삶에 대해 생각하고 있었다. 루시 바턴이 올리브를 처음으로 만나 올리브가 어머니 이야기를 하는 것을 들으면서 그 표현을 썼다. 기록되지 않은 삶, 그녀는 그렇게 말했다. 그래서 올리브는 그것에 대해 생각했다. 이 세상 어디에서나 사람들은 자신들의 삶을 기록에 남기지 않으면서 살아가고 있었고, 그 사실이 지금 그녀를 강타했다. 그녀는 루시 바턴을 다시 불렀다.- P126
그날 오후 두시경에 올리브는 종이에 편지를 썼다. 루시 바턴이 그러는데 그리고 곧 중단했다. 루시가 무슨 말을 했는지 정확히 기억나지 않았다. 하지만 다시 쓰기 시작했다. 세상에서 서로 연결되어 있다고 느끼는 사람들은 극소수래요. 나는당신과 연결되어 있다고 느껴요. 사랑을 담아, 올리브.
그녀는 그것을 봉투에 넣고 다리를 건너 이저벨의 방을 지나지 않고 곧장 간호사실로 가져갔다. "이저벨 굿로가 떠나기 전에 이걸 꼭 받아볼 수 있게 해주겠어요?" 올리브가 물었고, 보호사는 놀란 표정을 하더니 말했다. "이저벨이 떠난다고요?"
그런 다음 올리브는 다시 아파트로 돌아갔다. 마치 죽음을- P268
기다리는 기분이었다. 그녀는 이저벨이 당장 떠나버렸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이저벨이 떠나는 것을 전혀 원하지 않았지만 말이다. 올리브는 첫 남편 헨리가 뇌졸중으로 쓰러졌을때 만큼의 감정적인 고통을 경험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때는 할일이 있었는데, 그 끔찍한 뇌졸중 요양원으로 매일 그를찾아가는 것이었다. 그녀는 매일 그곳에 갔고, 심지어 ㅡ날씨가 괜찮으면 ㅡ그들의 개를 데리고 가기도 했다. 그리고 헨리를 휠체어에 태워 주차장에 데리고 나와 개가 그의 손을 핥게 했다. 그러면 헨리는 말은 할 수 없었지만 얼굴에 미소를 떠올린 채 휠체어에 앉아 있었다. 그는 뇌졸중으로 쓰러진 뒤로 다시는 말을 하지 못했다.- P269
토요일에도 이저벨에게서는 여전히 연락이 없었다.
그래서 올리브는 생각했다. 내가 직접 그리로 가서 작별인사를 하는 일은 없을 거야.
그리고 일요일이 되었을 때 정오에 올리브의 전화벨이 울렸다. 이저벨의 번호였고, 올리브는 물끄러미 쳐다보다 전화기를 집어들고 억양 없이 말했다. "여보세요?"
"이리 건너와요." 이저벨이 말했다. "올리브, 내가 싫다고했어요. 마침내 내가 말했어요. 애들이 이런저런 양식에 서명할 때 내가 그냥 ‘나는 안가‘ 하고 말했어요. 처음에는 애들이 믿지 않는 눈치였고, 결국 내가 아르준에게 나가달라고 부탁했어요. 그리고 에이미에게 말했어요. ‘잘 들어, 에이미.- P271
네가 나를 가까이 두고 싶어하는 거 알아. 하지만 메인은 내집이야. 네가 아기였을 때부터 내 집이었어. 남편하고 함께지낸 내 집이었고, 그리고 지금은 여기가심지어 요양원이라 해도-내 집이야. 내겐 다른 누구와도 바꿀 수 없는 올리브라는 친구가 있어. 에이미, 나는 안 가. 너는 내가 스스로판단할 능력이 없다고 선언해야 할 거야 어쩌면 넌 그럴수 있겠지 하지만 나는 끝까지 거부할 거야. 분명히 말하는데, 나는 갈 수 없고, 가지 않아."
올리브는 아무 말 하지 않았다.
"내 말 들었어요?" 이저벨이 말했다.
"다시 말해줘요." 올리브가 말했다.
그래서 이저벨이 말했다. "올리브, 몹시 피곤해요. 나보고이 이야기를 전부 다시 하라는 건 아니죠? 아니요, 나는 안가요. 애들이 방금 떠났어요. 애들이 떠났어요. 올리브!"
그러자 올리브가 말했다. "내가 곧장 그리로 갈게요."- P27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