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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에서

미리 귀신


눈에서는 무엇이 나올까
나를 사랑하는 눈물말고

눈동자는 무슨 맛이 날까
영혼의 맛이 이럴까

눈에서 나오는 빛을 빛이라 할 수 있을까. 눈에서 나왔다고몸의 것이라 할 수 있을까. 눈빛은 미리 귀신일까. 아빠 가고달 열흘을 울고 방문을 연 엄마의 눈빛을 뭐라 할까. 280일간 검은 물에 떠 있다가 생전 처음 컬러로 된 내 얼굴을 마주 보던 내딸의 눈에서 나오던 빛은 뭘까.

우리는 영혼의 뒤꿈치로 보는 걸까
우리는 선 채로 꾸는 꿈일까

식기 전에 먹자면서
생물의 시신을 나누는
가족의 눈에서 나오는- P223
빛은 무얼까

바닥에 쏟아진
두 모금의 물이
되쏘는 빛은 뭘까

문 닫은 창 앞에서 서성거리는
별의 눈빛은 어떨까

죽은 다음에도 보는 일을 쉬지 않는
저 슬픔을 뭐라 할까- P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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