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의 생활사에 대한 깊고도 풍성한 기록이자 생명들의 삶과 한(恨)에 대한 극진한 연민과 사랑의 세계인 우리의 「土地」는 여기 마침내 완결편에 이른다. 우리 근현대사의 어두운그늘 속에서 민족적 삶의 의의와 가치를 풍부하게 길어올린 「土地」는 온갖 사상과 이념의 틀을 넘어서 생명세계의 소망이 가득히 깃든 거룩한 생명관과 우주관의 세계를 열어 놓고 있다.
이 완결편에 이르러 침략과 정복의 망상에 절은 일본의 패전(敗戰)은 각일각 다가오고,
이 신(新)새벽의 어스름 앞에서도 깊은 상처를 사는『土地」의 주인공들은 짓누르는 역사의 무게속에서 삶의 허무를 보듬으며, 다시금밑바닥으로부터 강렬한 생의 의욕을 자각한다.
사랑의 상처에 괴로워하는 양현과 그녀를ㅈ모정으로 거두는 서희, 명희가 보낸 자금으로조직 재건에 힘을 얻은 지리산사람들, 사상의편견과 개인적 고뇌를 아파하며 조국의 독립만을염원한 만주의 인물들, 이들 모두는, 마치지리산이 생명들의 생사(生死)와화전(和戰)의 갈등을 껴안아 주듯, 모신(母神)의 드넓은 품속에서, 저마다의 포한(恨)의 삶 깊은 곳에서 새로운 역사의 빛을, 새로운 생(生)의 빛을 예감한다.- P-1
「토지」는 소설로 시작했지만, 소설의 영역을
확장하면서 이제 끝에 다다랐다. 그 동안 작가는 끙끙 앓으면서 써왔고, 독자 또한 끙끙 앓으면서 읽어왔다. 이 땅의 바람도 앓았고 강도 앓았고 산도 앓았다. 삶이 앓는 모습이었지만, 이제 그 아픔으로 삶은 더 깊어지고 넓어진다. 이 『토지』는 단순한 대하소설이 아니다. 확장되면서 바로 그 넓이와 깊이 덕택에 또한 분산되고 지워지는 소설이다.
조선 말기에서 해방까지의 긴 시간을 통해 이야기가 확장되지만, 예정된 목적으로 몰려가고 끌려가는게 아니고 시간의 그물망 속으로 흩어지면서 퍼지고퍼지는 이야기 이야기가 전개되면서 인물들이 수없이 등장하지만, 단순히 최참판댁이라는 중심에 중속된 엑스트라가 아니고 모두 나름대로 생명의 접지점이자 분기점인 그들. 많은 인물들과 사물들을창조해내면서 작가의 힘이 팽창하는 듯하지만,
오히려 바로 그들 사이사이 그들의 숨결 속으로 잦아드는 작가의 소리. 배경으로서 역사의 무게가 너무 무거워지는듯하지만, 그것에 짓눌리는게 아니라 오히려 그것에 틈과 구멍을 내고 실핏줄을 내는 문학. 그러면서 모든 생명체의 실존에 거룩함을 주는 문학.
金鎭奭 인하대 교수- P-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