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각은 산책한다
보내고 돌아온 사람의 곁에
망각은 있다
비가 다녀간 흔적이 있군요
흙이 마르려면 시간이 걸리겠어요
망각은 커튼을 걷고 찻물을 데운다
다 타기까지는 두 시간도 걸리지 않았어요
새하얀 식탁보를 바라보며
선 채로 허물어지는 사람 곁에
망각은 창을 열고 손짓한다
망각의 손짓 한 번에 노랑턱멧새가 날아온다
멧새는 텃새예요 텃새는
계절이 바뀌어도 떠나지 않고 머무는 새를 뜻해요
물은 쉽게 끓는점에 도달하고
산책할까요?
당신은 축복받은 새에게서
시끄러운 새.- P88
닫히지 않는 불의 입구를 본다.
한 마리의 몸을 가르고
수십 마리로 날아오르는 새들을
당신은 모든 것을 등뒤로 보내려 하고
망각은 오르막길을 좋아한다.
한 걸음 뒤에서 걸으면
당신의 쏟아지는 뒷모습
발자국까지 집어삼킬 수 있기 때문이다
끓어요, 휘발되도록
뒤돌아보면 아무것도 없게
지워줄게요, 전부
잡아먹히며 평온한 하루가 간다- P8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