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근
1958년 전북 부안에서 태어났고 1981년 반(反) 집에시 「수유리에서」 등을 발표하면서 시단에 나왔다. 시집으로 취업공고관 앞에서(1984) 대열 (1987) 김미순(1993) 지금도 그 별은 눈뜨는가』(1997) 저 꽃이 불편하다』(2002), 산문집으로 「공장옥상에 올라』(1983) 오늘, 나는 시의 숲길을 걷는다.
(2004) 등을 펴냈으며, 제12회 신동엽창작상(1994), 제5회 백석문학상(2006)을 수상했다. 2006년 5월 11일 결핵성 뇌수막염과 패혈증으로 타계했다.
탑
저 탑이
왜 이리 간절할까
내리는 어스름에
산도 멀어지고
대낮의 푸른빛도 나무도 사라지고
수백년 시간을 거슬러
무너져가는 몸으로
천지간에
아슬히 살아남아
저탑이 왜 이리 나를 부를까
사방 어둠속
홀로 서성이는데
이내 탑마저 지워지고
나만 남아
어둠으로 남아- P10
문득 뜨거운 이마에
야윈 얼굴에 몇점 빗방울
오래 묵은 마음을
쓸어오는
빗소리
형체도 없이 탑이 운다
금간 돌 속에서
몇송이 연꽃이 운다- P11
슬픈 눈빛
내 안에서 누군가 울고 있다
돌아가고 싶다고
오래 나를 흔들고 있다
한밤중인데 문밖에선 비 떨어지는 소리
아직도 그곳에서는 봄이면 사람들이 밭을
갈고
논물에 비쳐드는 노을의 한때를
흥건하게 웃고 있는가
아버지와 어머니와 형제들과
돌아갈 저녁 불빛이 있는가
종소리
시간의 먼 집으로 돌아가는
종소리- P66
낡은 시영아파트 곁마당엔 노란 산수유가
피고
울던 아이들은 젖을 물고 잠이 드는가
아직도 그곳에서는 사람들이
뜨거운 손을 잡고 노래를 부르고
누군가
아픈 몸으로 시를 쓰고 있는가
빗소리에 꿈 밖 어둑한 머리말이 젖고
슬픈 눈빛 하나가
나를 보고 있다- P6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