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래도 땅에 뿌리를 박은 식물보다 수분의 공급이 편치 않을 테니까요. 가지는 자라면서 탄력이 생겨 늘어집니다. 바람 잘 날 없는나뭇가지에서 세고 단단한 가지로 바람에 저항해 부러지는 것보다는순응하는 전략을 택했겠지요. 척박한 땅에 뿌리를 내리고 생존을 위해 땀 흘리는 나무 위에 흙 하나 묻히지 않고 올라 앉아 양분을 가로채는 얄미운 겨우살이.
실제로 겨우살이가 기생하는 나무는 생장속도가 무척이나 느려지고, 수명이 짧아지며, 줄기에 박힌 겨우살이의 쐐기형 뿌리 때문에
목재로서의 가치를 잃고 맙니다. 또 겨우살이가 뚫고 들어간 틈 사이로 해충이나 병균 등이 침입해 병을 일으키기도 하니 이래저래 밉상입니다.
한 식물학자가 겨우살이도 부분적으로 광합성을 하니까 양분을 역류시켜 숙주를 먹여살리는 일은 없을까 하고 실험을 했습니다. 겨우살이가 기생한 줄기와 잎을 잘라 양분을 차단해 보았더니 결국 둘 다 말라죽어 버렸답니다. 결국 겨우살이는 받을 줄만 알고 줄 줄 모르는철저한 이기주의 식물이었던 것이지요.
더불어 사는 지혜와 그 삶의 즐거움을 익히지 못하는 헛똑똑이는 인간세계뿐 아니라 자연의 세계에도 있는 모양입니다.- P119
나무들은 더러 뿌리를 내릴 수 있는 터전을 확대하는데 겨울 추위를 이용하기도 한답니다. 절벽의 바위틈에 살고 있는 나무들은 워낙물이 부족하므로 실뿌리를 많이 만들어 주변의 습기를 가능한 한 최대로 모아 놓습니다. 기온이 영하로 내려가면 물이 얼어 부피가 늘면서 바위가 벌어지고, 그 틈새로 뿌리는 깊이깊이 들어가는 것이지요.
나무뿌리가 바위를 자르는 힘의 원천은 뿌리가 모아놓은 작은 물방울들과 자연을 끌어들인 나무의 지혜였습니다.
사실 나무가 추위로 피해를 입는 계절은 대부분 겨울이 아닙니다. 겨울은 이러저러한 방법으로 완벽하게 준비했으므로 걱정이 없지요.
오히려 봄이 온 줄 알고 방심하여 연한 조직을 내어놓은 이른봄에 동해를 입는 경우가 많답니다.
겨울이나 삶의 어려움도 미리 준비하면 견뎌내기 수월치 않을까 싶습니다. 더욱이 우리는 겨울을 지낸 나무들이 더욱 강인해진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P1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