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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에서

그러니 이 솜털을 달고 있는 씨앗들은 우리가 걱정하는 꽃가루 알레르기와는 전혀 상관이 없는 존재랍니다. 그런데 이맘때면 꽃가루알레르기 문제와 함께 미움을 받고 있으니 억울해도 한참 억울할 것입니다.
솜털은 주로 바람에 의해 꽃가루를 옮기는 풍매화인 능수버들, 수양버들, 갯버들 같은 버드나무 종류, 은사시나무, 이태리포플러 같은사시나무 종류에서 많이 생깁니다. 이 솜털들이 도시의 거리를 몰려다녀서 좋을 것은 없습니다. 더러운 도시의 먼지까지 함께 묻어 다니니 말입니다. 물론 미움을 받으며 도시를 구석구석 떠돌다 씨앗을 묻을 한 줌의 흙도 만나지 못하고 싹조차 틔우지 못한 채 그 일생을 다할 씨앗에게도 불행입니다. 하지만 이것은 전적으로 환경을 더럽힌사람 탓입니다.
어쨌든 오늘 제가 소풍길에서 만난 그 솜털은 무척이나 부드럽고사랑스럽고 자유로워 보였습니다.- P29
자연의 세계에는 아무런 의미 없는 것은 없는데 모두 사람의 작은 머리로 유용함과 불필요함을 규정하고 있는 것이지요. 그러고 보니 조릿대는 약도 되고, 차도 되고, 쓸모가 많지요. 조릿대란 이름도 조리를 만들던 대나무란 뜻이랍니다.
선거가 끝나고 보니 서로 나쁜 편이라고 갈려 싸우던 대립은 더욱 깊어만 갑니다. 아무리 나빠 보여도 제가 조릿대를 미워한 만큼은 아닐 듯 합니다.
그래서 편견에 갇혀 보지 못했던 가치를 자연에서나 인간사에서나다시 찾아볼까 싶습니다.- P46
은행나무가 이토록 오래 살아남은 것은 나무의 성분 속에 무언가 특별한 게 있지 않을까 하는 의문을 품게 되었고, 이것을 연구하다 찾아냈다지요. 우리가 자연의 이치를 조금씩만더 엿볼 수 있다면 세상은 얼마나 달라질까요?
이산화탄소와 햇볕으로 에너지를 생산해내는 위대한 녹색의 생산자식물. 그러나 그 공(功)에 무관하게 대지에 뿌리를 박고 말없이 버티고 서 있는 모습에서 더 큰 경외감을 느낍니다.
혹시 세상살이에 한껏 움츠러들고 계신다면, 올 휴가는 나무의 초록기개를 배우고 기운을 얻어내 자신을 충전하는데 쓰셔도 좋을 듯합니다. 숲으로 다가가 두 팔을 벌리고 가슴깊이 나무를 한번 안아 보십시오.- P61
실제로 중요한 꽃가루받이를 하는 꽃들은 그 안쪽에 있는 꽃들입니다. 불필요한 꽃잎이나 꽃받침은 모두 퇴화하고 암술머리, 씨방, 꽃밥들이 잘 배치되어 딴 생각 않고 혀꽃을 보고 찾아온 곤충들의 도움으로 튼튼한 종자를 만드는 일에 열중합니다. 통모양으로 길쭉하다고 하여 통꽃 혹은 통상화라고 합니다.
코스모스는 이런 기능적인 역할을 달리하는, 하나로 보면 보잘것없는 그들이 모여 가장 아름다운 꽃차례를 만드는 꽃입니다. 코스모스라는 말이 ‘질서‘와 조화, 나아가 완전한 질서 체계를 가진 ‘우주‘를 의미하며, 한편으로 조화를 이룬 것은 아름답다는 뜻으로 ‘아름답다‘는어원도 갖고 있는 것을 보면, 코스모스 한 송이를 작은 우주라고 말하는 것은 전혀 지나친 비유가 아닙니다.
혹시 사랑하는 연인이 있는데 수십 송이의 장미를 선사할 만큼 주머니가 넉넉하지 않다면 코스모스나 구절초 같은 국화과 꽃 한 송이를건네십시오. 이는 실제로 수십 송이의 꽃들이며, 화려한 겉멋에 치우친 꽃들보다 작은 꽃들이 모여 조화와 아름다움을 자아내는 것처럼 서로 나누고 합하며 살아가자는 마음도 함께 선사할 수 있을 테니까요.- P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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