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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에서

自序

호흡의 살결과 흐름, 내용의 농담 혹은 의식의 유형에 따라작품을 앉혔다. 언어의 리듬과 이미지의 리듬이라는 것이있다. 그 만남에도 유의했다. 그러다 보니 한자리에 앉히기가 어려운 것들이 있었다. 많이 유보해 두었다. 헤프다면 헤펐던 것 같다. 도둑이 다녀가셨다』 이후 3년여에 걸친 소산들 가운데서 간추렸다. 되도록 자연분만의 것들을 택했다. 제왕절개의 것들은 함부로 내놓기가 안쓰러웠다. 이시집도 몸이후의 시집들과 連帶性을 지니고 있음을느낀다. <몸은 시간 속의 우리 존재와 영원 속의 우리 존재를 함께 지니고 있는 실체>란 나름대로의 깨달음을 實物化하려는 나의 간절함을 스스로 느끼고 있을 따름이다.
2004년 雨水節
清洌


이 겨울 내내 내가 들여다보고 있었던 것은 동상 걸린내 발가락들 사이 사이 깊게 박힌 서릿발들, 날카롭게 반짝거렸다 해동 무렵에야 그게 무에라는 걸 겨우 터득했다 만져지는 빛, 삼십 년만의 추위가 있던 날 어둠 하늘에서 내 몸에 避接된 별들의 눈물, 이런 降神도 있다 차가운
立春


햇볕들도 재잘재잘 작아질 때가 있다 사량도 앞바다에 떨어져선 예쁘게 구겨졌다 자주자주 몸을 펴는 햇볕들 뒤채긴다는 말은 너무 무겁다 느리다 저토록 끝없는바다가 각자 작아지다니! 눈이 부시다 빛들이 일시에 출산을 하고 있었다 粒子들, 진종일 내 사랑도 자주자주 사소해졌다 萬坪쯤 예쁘게 사소해졌다
봄비


미리 젖어 있는 몸들을 아니? 네가 이윽고 적시기 시작하면 한 번 더 젖는 몸들을 아니? 마지막 물기까지 뽑아올려 마중하는 것들 용쓰는 것 아니? 비 내리기 직전 가문날 나뭇가지들 끝엔 물방울들이 맺혀 있다 지리산 고로쇠나무들이 그걸 제일 잘한다 미리 젖어 있어야 더 잘젖을 수 있다 새들도 그걸 몸으로 알고 둥지에 스며들어날개를 접는다 가지를 스치지 않는다 그 참에 알을 품는다

봄비 내린다
저도 젖은 제 몸을 한 번 더 적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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