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에 대한 수많은 책들이 쏟아지고 있다. 주제도 테마도 다양하게 소개되고 있는 이 때 어떤 역사책이 내 수준에 맞으며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까하는 고민도 하게 된다. 무엇보다 역사는 내가 앞으로 꾸준히 잡고 공부해야 할 분야이니 역사 분야만큼은 신중하게 보는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오늘날 ‘문화 교류사’, ‘문명 교류사’ 쪽으로 이동하고 있는 역사학의 흐름을 잘 보여준다. 어느 특정한 한 시대, 한 지역만을 집중적으로 보는 것도 좋지만 사실 우리가 사는 시대는 이제 더 이상 그것은 불가능하다. 브렉시트가 오늘 한국의 증권 시장을 흔들고, 그곳에 제품을 수출하는 기업에서 근무하는 가족의 경제적 상황까지 바꿔버리는 세상에 이 책은 단순히 문명의 교류가 오늘날의 일만은 아니었음을 보여준다.
역사는 전지구사적인 관점에서 봐야한다. 이미 오래 전부터 역사학계는 그 흐름을 타고 있다. 그런데 우리는 학교에서 ‘세계사’를 배우는 데도 인색하다. 선택과목으로 선택하지도 않는다. 어쩌다 의식있는 선생님이 계시는 곳의 고등학교에서는 ‘세계사’ 배우지만 대다수는 한국사와 상당수 겹치는 ‘동아시아사’를 배우거나 다른 사회과 과목을 선택한다. 틀렸다기보다 문제는 우리가 사는 세상은 이제 우리나라, 우리 경제, 우리나라 사람만을 생각하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세상이 되어버렸다. 전세계에서 일어난 일이 실시간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럴 때 ‘세계사’ 교육은 정말 더 중요하다. 물론 지금의 ‘세계사’ 교과서가 그런 부분을 충족시켜주는 것은 결코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사는 이 지구에 다양한 민족, 다양한 국가의 삶을 엿보지도 못하고 알지도 못한 채 살아간다면 우리의 시선은 한계를 가질 수 밖에 없다. 흔히 요즘 말하는 ‘국가 경쟁력’이 떨어지는 것은 당연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것보다 ‘국정교고서’를 만드는 것이 우선인 이 나라의 행정관, 정치인들은 무슨 생각을 하는 걸까? 우리 민족이 우수하고, 우리 민족이 얼마나 고대 사회에서부터 찬란한 문명을 가지고 내려왔는지를 지금의 아이들이 왜 그토록 많은 양을 외워야 하는가. 근현대 사회가 어떻게 변화 되어왔는지, 그 안에서 세계는 어떻게 움직이고 있는지를 알지도 못한 채.
단군, 고조선도 중요하지만 오늘날 역사를 배우는 과정에서 얼마나 의미를 가질까? 아버지 시대의 일을 과대, 왜곡 시키는 작업을 하면서 엄청난 세금을 들이고, 52만 명의 고등학교 신입생을 볼모로 새로운 실험(?)을 하는 것이 과연 경제를 발전시키는 일인가?
이 책은 정치, 경제 중심의 역사 서술이 아니다. 그래서 참 좋다. 지배층의 역사, 주류의 역사만을 나열식으로 늘어놓은 흔하디 흔한 책이 아니다. 먹는 것, 입는 것, 해를 끼치는 것, 이로운 것, 거룩한 것,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해적이야기에서 생각지도 못했던 유대인과 창녀촌, 우리의 현실을 생각하게 하는 베를린 장벽 이야기 까지.
정말 흥미롭고, 진지하면서도 아프고, 새로운 사실을 정말 많이 알게 된다. 무엇보다 재밌다. 이런 역사 책이 계속 나왔으면 좋겠고, 기회가 된다면 이런 책을 많이 읽고 싶다.
그런데 그러기 위해서는 역사에 대한 좀 더 단단한 배경지식이 있어야 한다는 것도 깨닫는다. 이제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