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 같으면 ‘이거 뭐야? 뭘 이런 걸 다 책으로 내지?’하며 약간의 비웃음으로 쳐다보지도 않았을 책이다. 하지만 『서민적 글쓰기』에 이미 매혹된 나는 이 책에 소개된 책이 궁금해졌고, 새로운 세상을 보게 할 것 같은 기대감에 망설임 없이 집었다.
기대는 어긋나지 않았고, 세 가지 주제처럼 무지에서 살아남고, 편견에서 살아남고, 오해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책들이 소개되었다. 저자의 명쾌한 서평은 읽는 이로 하여금 언젠간 그 책을 구해서 읽어봐야지 하는 다짐을 하게 한다.
책을 읽으면서 내가 알지 못하고, 생각하지 못했던, 정말 생각의 끄트머리에도 가 있지 않았던 세계를 소개받는 느낌이었다.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사람이 ‘한 권의 책만을 읽은 사람’이라는 우스갯소리가 하찮지 않게 다가온다.
하나의 장르, 특정한 작가, 전문 분야의 책만 고집하면 삶을 윤택하게 하지 못한다. 인격적 성숙은 말할 것도 없다. 자칫 책에서 주는 메시지에만 함몰되어 세상을 현실성 있게 살아갈 수 없는 함정에 빠지는 순간이 온다면 그건 다양한 장르, 다양한 작가의 책을 읽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가 왜 책을 읽어야 하는지, 왜 책을 읽어야만 내가 체험하지 못했던 세상을 더 보게 하고, 느끼게 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책’이다.
오랜 만에 가벼우면서도 결코 가볍지 않은 ‘좋은 책’을 읽었다. 기분이 좋다. 이러다가 서민 선생님 팬이 될 것 같다.
이 책에서 마음을 쳤던 구절 중 하나는 오찬호가 쓴 『우리는 차별에 찬성합니다.』를 소개하면서 마무리에 “20대 여러분, 쌍용차 정리 해고가 적법하답니다. 이제 행복하십니까?”라고 한 말.
친구를 경쟁상대로 여기고, 내가 그를 밟고 올라가지 않으면 낙오한다는 망상에 사로잡혀 현재 가까이 있는 사람들을 배려하고 존중하는 법을 배우기보다 오로지 앞만 보고 달려가고 있는 젊은이들에게 '제발 주변을 한 번 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아파하면서 살아가는지! 너희들이 그렇게 자기개발과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몸부림치는 동안 누군가는 너희들이 가고자 하는 그 세상에 의해 죽어가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하고 점잖게 일갈하고 있는 듯한 한 마디!
사실 자기 개발서가 아닌 이런 책을 읽는 젊은이라면 그런 생각조차 하지 않을 수도 있고, 결국 우리 모두에게 한 말이 아니겠나 싶다. 나 역시 기도하는 사람이라고 보여 지고 있지만 얼마나 이들의 아픔에 공감하고, 함께 하려고 노력했나하고 되돌아보면 지금의 20대와 다를 바 없다는 생각에 부끄러움이 앞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