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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 주머니

솔직하게 말해야겠다. 그랜드 펜윅의 표지를 간간이 서점이나 도서관에서 지나가듯 살펴본 적이 있고, 이것이 국제상황에 대한 풍자라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재미있는 내용일 줄 몰랐다. 중세와 현대의 중간계에 있는 듯한 생활상. 중세의 정신을 갖춘, 현대의 정치계를 어설프게 흉내낸 듯한 그랜드 펜윅의 정치계. 이 모든 것이 어딘지 모르게 귀여우면서(?)도 위트 있게 다가왔다.

앞의 세 권(뉴욕 침공기, 월스트리트 공략기, 달나리 정복기)을 읽지 못해 연관짓지는 못하고(얼마나 내용이 연관되어 있는지도 모르겠지만), 석유시장 쟁탈기에 대한 감상으로 국한시켜 얘기해보도록 하겠다.

<약소국 그랜드 펜윅의 석유시장 쟁탈기>는 거의 모든 에너지의 원천이 되고 있는 석유의 가격폭등으로 인해 생길 수 있는 문제점과 그로 인해 야기될 손실을 그랜드 펜윅이라는 공국을 통해 보여주고 있다. 특히 타국가에 비하면 석유를 쓰는 범위가 극소한 그랜드 펜윅이 첫번째로 석유공급 중단의 희생자가 되면서 겪게 되는 문제들을, 공국 사람들이 겪는 불편을 통해 보여주고 있으며, 석유공급의 중단 원인(책상으로는 비렐리의 계략에 의해서이지만, 가격폭등에 의한 공급중단이 야기할 수 있는 사태라고도 볼 수 있다.)을 되짚어보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공국-마운트 조이 백작, 글로리아나 12세 대공녀, 코킨츠 박사 등-이 출동(?)하는 것이 내용의 전반을 이루고 있다. 여기에서 그치지 않고, 석유를 대신할만 한, 그것도 거의 공짜다싶은 대체물이 나올 경우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도 지적하고 있다. 물론 현재에 와서는 오히려 대체 에너지가 시급한 상황이지만, 마운트백작(혹은 작가)이 말하고자 하는 바는 캐치할 수 있었다.

1981년에 나온 책인만큼 21세기를 맞는 지금과 맞지 않는 면이 없잖아 있지만, 석유가 21세기에도 여전히 주 에너지원으로 사용되고 있는만큼 있을 수밖에 없는 연관성을 발견할 수 있었으며, 무엇보다 그랜드 펜윅 공국이라는 약소국을 통해 풍자하는 형식이다보니 재미까지 갖추어 더욱 즐겁게 읽을 수 있었던 것 같다. 특히 우리의 영원한 "보보 아저씨" 마운트조이 백작이라는 캐릭터를 영원히 잊을 수 없으리라.

기회가 닿는대로 읽지 못한 앞의 세 권을 속히 읽어야겠다.

덧. 대공녀께서 마운트조이 백작을 "보보 아저씨"라고 부르는 게 잊혀지지 않는다. "보보 아저씨", 너무 귀엽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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