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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편들, 한국 공포문학의 밤 화요일 : 사람의 심해
  • 이마음
  • 9,900원 (10%550)
  • 2024-09-20
  • : 85
<중편들,한국공포 문학의 밤>시리즈의 두번째 책. 브릿g에서 열린 '제 9회 작가 프로젝트'에 선정된 이마음 작가의 <사람의 심해>이다. 150페이지 남짓의 짧은 중편소설이다.

(스포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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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 정유의 가문엔 오래된 비밀이 있다. 소가 집안의 사람이라면누구나 죽은 몸에서 수산물이 쏟아져 나온다. 생선을 비롯한 어패류는 물론 관상어까지 그 종류는 바다에서 팔수 있는 모든 것을 아우른다. 그 수산물로 '소가 수산' 이라는 가업아래 대대손손 부유하게 살아왔다. 혈연의 죽음을 이용해 더군다나 시체에서 나온 수산물로 버젓이 부를 축적해온 가문의 파렴치한 형태에 질린 유정은 가문을 등지고 나오지만 가문 밖 사정도 만만치 않다. 성추행과 임금 체불과 늘어나는 빚, 타인의 희생과 고통을 밑바탕으로 굴려가는 사회 역시 정유를 서서히 절망의 구렁텅이로 밀어넣는다. 정유의 서사에 읽는 내내 마음이 저릿했다. 차라리 자신의 가문 아래서 죽은 사람을 이용해 사는 것이 좀 더 나은 삶일까.

사람의 심해엔 무엇이 있을까. 수산물이란 형태로 그 내면을 형상화시킨 점이 아주 신선했다. 어떻게 이런 생각을 했을까. (책의 초반에 정유의 작은아버지 기선의 에피소드는 정말 압권이었다.) 다소 기이한 소재를 바탕으로
생명과 죽음의 무게가 가벼워진 사회 구조 속에서 적당히 순응해서 살아가느냐 혹은 박차고 나올것이냐에 대한 묵직한 물음을 던진다.
이 가문의 오래된 가업은 과연 축복일까. 소신을 가지고 체제에 저항하고자 했지만 결국 삶을 져버린 정유와 안온한 일상속에서 적당히 방관했던 정민의 이야기에서 누구도 자유로울 수 없기에 이 책의 공포는 비로소 완성된다.





P90 정유는 얼굴을 감싸다 자신도 모르게 머리카락을 쥐어뜯었다. 이럴바엔 가문에 남는 게 나았을까? 산 사람이자 타인의 고통을 등지고 생활하는 것보다는 가족의 죽음을 밑받침 삼아 삶을 잇는게 나았을까? 정유는 산 사람을 이용하는 것과 죽은 사람을 이용하는 것 중 무엇이 더 질이 나쁜 행위인지 알 수 없었다.

P149 죽음을 죽음 그 자체로 다루는 일. 죽음은 부가 가치를 가진 재산이 되어선 안 된다. 그 누구도 그걸 누릴 자격이 없다. 죽음은 오롯이 한 사람의 삶이 종료되었다는 의미를 가져야 한다. 그 이상의 의미를 부여하는 순간 산 사람은 죽음을 똑바로 바라볼 수 없게 되니까. 죽음에 주렁주렁 매달린 각자의 이익을 탐하는 순간 망자는 마지막 휴식마저 취할수 없게 되니까.



-서평단으로 선정되어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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