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저런 고민 끝에 아이를 영어유치원에 보내게 되었다.
유치원에서 하루 종일 영어만 쓰다 오고 방과 후에도 영어 숙제를 하기 때문에
아이는 7세에 영어로 에세이를 쓸 정도가 되긴 했다.
하지만 국어 부분에 대해 걱정이 되기도 했다.
집에서 엄마아빠와 쓰는 일상 언어야 당연히 한정적일 테고,
요즘 아이들이 수학, 영어는 다 잘해서 수능시험도 언어영역이 희대의 불수능이었다고 그러고..
한동안 조기 영어교육으로 난리더니 이제 변별력 가르는 트렌드가 국어 쪽으로 간 것 같은 느낌.
어쨌든 이미 교육 시장에 내던져졌으니 마냥 고민만 하고 있을 수도 없고
하루하루 엄마표로 아이와 국어 공부를 시작한지 어언 1년 정도 지났다.
너무 거창한 목표를 세우다 아이와의 관계를 망칠 수 있으니
매일매일 30~40분 정도, 못해도 주 2~3회는 꼭 루틴으로 하도록 계획을 세우고
아이가 영어유치원 숙제도 많으니 스트레스 받지 않는 선에서 같이 하고 있는 중이다.
국제학교가 아닌 일반 초등학교 입학을 준비하고 있는 영유 재학생을 키우는
국어에 대한 비슷한 고민이 있을 분들이 계실까 하여 리뷰를 몇 자 적어본다.
일단 내가 구입한 국어 문제집들이다.
선정한 기준은
1) 매일매일 같은 양을 공부할 수 있는 Daily 구성일 것
2) 아이가 풀기에 너무 고루하지 않을 것
3) 그러면서도 책임감 있게 초등 교과과정을 아우를 것

일년 전에 국어를 엄마표로 해야겠다고 마음 먹고 제일 처음 구매한 책은 <세토독>이다.
서점에서 직접 보니 일단 제일 컬러풀했고 본문 글씨가 크고 굵었다.
하지만 세토독은 데일리로 풀기에 어떤 날은 양이 너무 많았고 어떤 날은 너무 적었고
첫 단원이 제일 어렵고 뒤로 갈수록 쉬워지는 구성이 아쉬웠다.
그래도 끝까지 다 풀긴 풀었다.
두번째로 산 책은 <뿌리깊은 초등국어 독해력>.
세토독에 비해 다소 글씨가 작고 제법 본격적인(?) 독해에 들어간다.
매일 루틴하게 풀도록 구성도 잘 되어 있다.
하지만 이 이후부터는 독해를 잘하기 위해서는 어휘가 뒷받침 되야 하는 걸 느꼈다.
독해를 접하며 아이는 "엄마 000는 무슨 뜻이야?"라고 계속 되물었다.
꼭 영어유치원에 다녀서 그런다기보다 이맘때 아이들이 국어지문을 풀 때
갑자기 일상생활에서 안 쓰는 낯선 단어들이 우르르 나오니 자연스레 겪는 과정일 것이다.
그래서 살펴보니 국어 문제집의 큰 갈래가
독해, 문해 / 어휘 (속담,관용어,사자성어..)인 것 같았다.
어휘력도 신경써야겠구나.. 할 게 참 많구나.. 실감하며
어휘력 교재로 지학사 <어휘력 자신감>1단계를 선택했다.
매일매일 풀 수 있도록 구성이 되어 있다.
이게 별 거 아닌 것 같지만
매일 정해진 분량을 완성한다는 작은 성취가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꼭 고려한다.
어떤 날은 문제 양이 많거나 어려울 경우 아이들이 버거워하는 경우가 생기므로
매일 지문 한 쪽을 읽고 관련된 문제 9개씩 푸는 구성이 마음에 들었다.

습관 들이기의 연장선 상에서 이렇게 매일매일 학습하고 스티커 붙이는 활동판도 좋았다.
참고로 <뿌리깊은 초등국어>에도 비슷한 활동판이 있는데
어른들 시각에서는 아무것도 아닌 것 같지만 아이는 어찌나 좋아하던지..
그래서 이번 문제집에도 있는 걸 보니 반가웠다.

디자인 또한 키즈 프렌들리 하다고 생각됐다.
독해력 문제집을 풀다보니 본문 밑에 새로운 단어 뜻이 있어서 아이가 놓치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 문제집은 바로 옆에 어려운 단어들이 정리되어 있어서
독해 중 모르는 단어가 나와도 시선이 크게 분산되지 않는 선에서 참고 가능했다.

그리고 한자도 아이들이 너무 생경하다고 안 느끼도록 애쓴 모습이 보였다.
(사실 처음에 學敎부터 나오는데 쓰기 쉬운 것부터 하는 중이다.)
다른 어휘력 문제집들은 1학년 난이도여도
밑도 끝도 없이 사자성어부터 툭 던져주는 경우가 많다.
한자를 단순히 문제집에 이것도 넣었고 저것도 넣었어요 식으로 구색 맞추려고 넣은 게 아니고
처음 국어를 접할 아이들의 시각에서 어렵지 않게 접하도록 고심한 게 느껴졌다.

엄마표로 한달이라도 수업을 해본 분들은 느낄 거다.
아무 고민없이 만든 문제집 내부 디자인이 얼마나 걸리적거리며
글씨 크기, 여백, 종이질 등이 얼마나 중요한 요소인지.
그리고 생각없이 끼워넣은 불필요한 고난이도 문제가 아이의 사기를 얼마나 떨어뜨리고
가르치는 엄마에게도 슬픔을 가져다 주는지 ㅠㅠ
수학이든 국어든 가끔 헛웃음 나올 정도로
아이를 함정에 빠뜨리기 위해 까다로운 문제를 만드는 데만 몰두하여
불필요하게 꼬고 또 꼬았다는 생각이 드는 문제가 포함된 문제집이 많은데
가장 기피해야 할 문제집이 그런 문제집이라고 생각한다.
서점에 가면 많고 많은 문제집이 있지만
많이 구입해보고 풀어본 결과 전통적으로 공신력 있는 출판사 제품이 그래도 낫다.
기본의 힘을 아는 게 느껴진달까.
트렌디하고 마케팅 잘하는 문제집이 많지만
그만큼 쥐도 새도 모르게 사라지는 문제집이 많기도 하다.
레드오션인 교육계에서 나 어릴 때부터 있던 지학사가 아직도 건재하다니 참 신기하다.
지학사의 <어휘력 자신감>은 전체적인 부분에서 만족감을 주었고,
특히 매일 같은 분량을 아이주도적으로 풀게 하고 싶은
루틴의 힘을 아는 엄마들에게 이런 이유로 지학사 <어휘력 자신감>을 추천한다.

*교재를 제공 받아 직접 사용한 후 작성된 후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