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쓰메 소세키 기담집』
나쓰메 소세키 지음
하가시 마사오 엮음
김소운 옮김
글항아리 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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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호 괴기 컬렉션’시리즈 중 1탄인 <나쓰메 소세키 기담집> 은 기이하고 아름다운 열세 가지 이야기로, 역은이 히가시 마사오는 당시의 시대를 생각하며 읽어야 한다며 삭제나 개편없이 초고 그대로 실었다고 했다.
(개인적으로 그냥 현대 시각에서도 누군가 해석을 해주셨음 좋았겠다는 생각도 든다. ㅠㅠ 대부분의 소설 내용이 이해되지 않아 필사도 해보았지만 마찬가지. 아무래도 그 시대 어떤 생각으로 이런 글을 썼는지도 일본의 배경에 대해, 영국 유학시절동안의 어떠했는지도 글을 통해서는 두루뭉실한 느낌만 있어서 답답했다.)
나쓰메 소세키 작가는 유년시절 양자로 갔다 본집을 오가는 불안정함 때문인지 특유의 외롭고 쓸쓸함이 있는데 그런 우울함들의 글이 좋았었다. 기담집에서는 요괴나 미스터리같은 기담뿐 아니라 자신의 어두운 감정을 소설, 시 처럼 형식없이 썼는데, 무섭다기 보다 분위기 자체가 음침하여 귀신에 홀린 사람 환각을 본 듯한 착각 같은 글이 많았다.
마지막 맥베스 유령에 관한 이야기는 문학적으로 접근하여 등장인물 중 유령이 누구인가에 대하여 말했는데, 환영은 흥미를 망치기 때문에 등장시켜서는 안된다고 하며 급하게 글을 마무리한 느낌이어서 조금 더 이야기를 듣고 싶었다.
나쓰메 소세키는 내면 깊은 곳까지 시커멓게 어두웠던 것 아닐까. 요괴나 유령, 귀신 같은 이야기의 무서움보다
어쩌면 외로움과 낯섦이야말로 가장 무서운 일이라고 느끼며 살았던 것은 아닐런지.
🔖 편안하게 누워 한가로이 햇빛을 쬔다기보다는 운신할 자리가 없어 가만히 있는 듯했다. 아니, 말로는 미처 표현할 수 없다. 죽도록 께느른하긴 한데 움직이려니 더욱 적적해서 차라리 꾹 참고 견드는 듯 보인달까. P47 고양이
🔖나는 불안한 마음으로 키 큰 군중에 떠밀리며 어쩔 수 없이 두세개의 큰길을 돌았다. 돌 때마다 어젯밤 내 몸을 뉘었던 칙칙한 집과는 차츰 반대 방향으로 멀어지는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눈이 피로할만큼 수많은 사람 속에서 말할 수 없는 고독을 느꼈다. P55 인상
🔖 만세 소리에는 '살려줘'라거나 '죽여버리겠다'처럼 비열한 의미가 없다. "와ㅡ" 자체가 곧 정신이다. 그것은 영 靈이고, 인간이며, 진심이다. 그리고 인간세계의 숭고한 감정은 이 진심을 들을 수 있을 때 비로소 누릴 수 있는 것이다. 또한 진심에 귀를 기울여서 수십 명, 수백 명, 수천 명, 수만 명의 진심을 한꺼번에 들을 수 있을 때 이 숭고한 감정은 비로소 더없이 절대적인 현묘한 경지에 다다른다. P141 취미의 유전
🔖 문학은 과학이 아니다. 과학이 환영을 인정하지 않는다고 해서 문학 또는 환영을 받아들이면 안 된다는 주장은 과학과 문학을 혼동한, 도리에 맞지 않는 편향된 주장이다. 문학에서 독자 혹은 관객의 감흥을 불러일으키는 동시에 과학의 요구를 충족하고자 이를 배척하는 어리석은 짓을 해서는 안 된다. P327 맥베스의 유령에 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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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안하게 누워 한가로이 햇빛을 쬔다기보다는 운신할 자리가 없어 가만히 있는 듯했다. 아니, 말로는 미처 표현할 수 없다. 죽도록 께느른하긴 한데 움직이려니 더욱 적적해서 차라리 꾹 참고 견드는 듯 보인달까. - P47
나는 불안한 마음으로 키 큰 군중에 떠밀리며 어쩔 수 없이 두세개의 큰길을 돌았다. 돌 때마다 어젯밤 내 몸을 뉘었던 칙칙한 집과는 차츰 반대 방향으로 멀어지는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눈이 피로할만큼 수많은 사람 속에서 말할 수 없는 고독을 느꼈다.- P55
만세 소리에는 ‘살려줘‘라거나 ‘죽여버리겠다‘처럼 비열한 의미가 없다. "와ㅡ" 자체가 곧 정신이다. 그것은 영 靈이고, 인간이며, 진심이다. 그리고 인간세계의 숭고한 감정은 이 진심을 들을 수 있을 때 비로소 누릴 수 있는 것이다. 또한 진심에 귀를 기울여서 수십 명, 수백 명, 수천 명, 수만 명의 진심을 한꺼번에 들을 수 있을 때 이 숭고한 감정은 비로소 더없이 절대적인 현묘한 경지에 다다른다. - P141
문학은 과학이 아니다. 과학이 환영을 인정하지 않는다고 해서 문학 또는 환영을 받아들이면 안 된다는 주장은 과학과 문학을 혼동한, 도리에 맞지 않는 편향된 주장이다. 문학에서 독자 혹은 관객의 감흥을 불러일으키는 동시에 과학의 요구를 충족하고자 이를 배척하는 어리석은 짓을 해서는 안 된다. - P3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