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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sa님의 책 이야기
  • 듣는 사람
  • 박연준
  • 16,200원 (10%900)
  • 2024-01-15
  • : 4,655

『듣는 사람』

박연준

난다



 <여름과 루비> 작가님으로 소설에서 루비가 뒤라스 소설을 읽는 장면과 이 책에서 친구와 읽고 괜히 부끄러워져 소리질렀다는 문장에서 작가님의 자신의 이야기였다 걸 알게됐다. 크.. 책을 읽고 감명받는 것보다 왜 이런 발견이 더 즐거운 건지 ㅎㅎ


어떤 책을 읽어어할 지 모르겠을 때 책을 추천받을 수도 있고 <듣는 사람> 제목처럼 책, 작가, 간략한 내용과 느낀 것에 대해 정보를 얻게 되어 좋았다. 

이 책을 대표하는 문장같아서 꼽아본다. 깨달음은 들은 사람의 몫이라는 걸 알려준 작가님.


🔖 만약 꾸준히 독서하는 사람이 조금이라도 현명하다면 그 이유는 ‘침묵 속 경청’에 있을 것이다. 독서는 남의 말을 듣는 행위고 듣기는 침묵이란 의자에 앉아 있는 일이다. 타인의 생각 속에서 기다리고 머무는 일이다. 혼자 책 읽는 사람을 보라. 침묵에 둘러싸여 얼마나 아름다운지! P112



01 <무서록> 이태준, 범우사,1993

쓰는 사람이 넘쳐나는 세상이지만 ‘멋’이나 ‘체’없이 기품이 있는 책. 고전에서 무언가를 배우려는 것보다 느껴보는 것을 먼저 해보라고 한다. 


가을꽃들은 아지랑이와 새소리를 모른다. 

찬 달빛과 늙은 벌레 소리에 피고 지는 것이 그들의 슬픔이요. 또한 명예다(무서록P39)


음악의 시작이 그렇듯이 글의 시작은 중요하다. 허공을 가르고 ‘새로운 생각’이 태어나는 순간이기 때문이다. P22


02 <호밀밭의 파수꾼> J.D. 샐린저, 민음사, 2001

책을 읽고 싶게 만들었다. 나도 내가 쓸모없게 느껴지기도 좌충우돌이 전부인 시기를 지나고 있는 것 같아서. 읽으면 나를 바라볼 수 있을 것 같아서. 


05 <봉별기> 이상 소설 전집, 이상, 민음사, 2012

금홍이와의 만남과 이별. 이별하는 자리에서 한곡조 뽑다니. 금홍이라는 인물이 얼마나 매력인지. 화자는 속이 문드러지겠지만. 


“속아도 꿈결 속여도 꿈결 굽이굽이 뜨내기 세상 그늘진 심장에 불 질러버려라 운운云云”(127쪽) 당신이 나를 속여도 내가 당신을 속여도 꿈결이라니……. 속절없다. 


좋은 소설은 겪지 못한 인생을 '살아보게'한다. 다 읽은 후 고치처럼 몸을 말고 웅크리게 만든다. 마치 상처받은 것 처럼. 이야기가 몸에 상처를 내고 들어와 나를 재구성하는 과정이랄까. 어떤 이야기는 읽기 전으로는 결코 돌아갈 수 없게 만든다. P49


08 <헬렌 니어링의 소박한 밥상> 헬렌 니어링, 디자인 하우스, 2018

먹는 음식의 중요함. 어떤 음식을 먹느냐에 따라 삶의 방향을, 죽음의 질을 결정한다는 말. 

건강뿐만 아니라 음식으로 내 경제적 위치를 가늠할 수 있고, 내 몸의 중심을 잡아준다는 것에 공감된다. 행복은 항상 매일 가까이 느낄 수 있는 법인데 요리책 하나로도 즐거움을 얻을 수 있다면 책을 보는 재미를 더해주는 법이지. 


09 <사양> 다자이 오사무, 민음사, 2018

다자이 오자무 작가의 일생은 어두웠지만 소설 속 인물에서 희망을 그리고 있었다. 

왠지 정이가는 마음이 가는 작가. 고독한 인생을 소설 인물에서 질문하고 그려내던 다자이 오자무는 왜 그토록 자살을 바랬고 결국 성공까지했을까. (시대적 배경이 만들어낸 비극적 작가는 아니었을지)

화가 칸딘스키는 예술 작품을 두고 "영혼이 거칠어지는 것을 막아주며, 마치 소리굽쇠로 악기의 현을 조율하듯 영혼의 음조音調를 맞추어준다"고 했다. 만약 우리 영혼이 세상을 부유하는 음표라면, 어둡고 깊은 영역까지 헤엄쳐본 음표가 더 우아한 삶을 살 수 있을지 모른다. 다자이 오자무의 소설을 읽는 일은 우리가 내려가지 못한 영역까지 영혼의 음표들을 내려갔다 돌아오게 하는 일과 비슷하다. P74


10 <우리를 슬프게 하는 것들> 안톤 슈닉  문예출판사. 2017

그 작가의 글이 좋다면 인생의 오점도 그를 안타깝게 바라보고 슬프게 하는 것들로 바라보아야 한다지만. 문학과 작가가 별개로 보이지 않았다. 백퍼센트 가공물에도 자신의 생각과 마음을 녹여만든 문장들을 담는 책이지만 과연 잘못이 실수였다고 말할 수 있을런지. 그냥 그 자체로 실수를 한 작가가 정말 슬프다. 


24 <일방통행료> 발터 벤야민. 길. 2007

아이디어가 필요할 때 찾아 읽는 책. 

엘피판에서 느끼는 음악의 그 시대 정서와 문화를 벤야민의 글에서도 암울한 시대상, 내면의 두려움, 시적 몽상, 이야기릉 꺼낼 때의 열기, 천재성, 향수, 멜랑콜리를 느낄 수 있다고 말한다. 주관적일 수 있겠지만 이렇게 좋았다는 글을 보면 어렵더라도 읽으며 나도 다르게 보는 눈을 경험해보고 싶다. 


쓰는 사람에게 필요한 것은 ‘다르게 보는 눈’이다. 사실 그게 다다. 벤야민에겐 ‘다른 눈’이 있었다. 중얼거림과 선언, 비밀과 발설을 넘나드는 발화 방식은 그 눈를 더욱 특별하게 만들어준다. P164


25 <여름의 책>. 토베 얀손. 민음사. 2019

왠지 책보다 작가의 해석이 다한 것 같은 부분. 

나도 할머니와 함께 자라서인지 무척 공감이 되고 내 어릴적, 지금의 아이들 생각도 함께 떠오른 글. 🩷


할머니의 노화와 엄마의 부재가 소피아를 그늘지게 만들지 않는다. 조부모와 자란 아이들은 죽름이 삶의 일부라는 것을 무의식적으로 안다. 불안이 행복의 이면에 있음을 안다. P170


<여름의 책>은 시작부터 끝까지 환하다. 슬픔은 있어도 청승은 없다. 아무것도 숨기지 않지만 무엇도 함부로 드러내지 않는다. 슬픔도 기쁨도 이야기 사이에 풀잎처럼 껴 있다. 그것을 발견하는 일은 오롯이 독자의 몫이다. P171


27 시는 내가 홀로 있는 방식. 페르난두 페소아. 민음사 2018

흔히 시인을 견자見者 라 한다. 보는 사람. 정확히는 다르게 보는 사람. 눈으로 세상을 압인하여 언어로 재창조하는 사람. 페소아는 자신이 본 것을 바탕으로 세상을 믿는다고 쓴다. 세상이 생각하라고 만들어진 게 아니듯 시 또한 이해를 위한 장르가 아니다. 보고 받아들이면 충분한 예술이다. 우리가 나무나 구름, 장미를 받아들이고 좋아하듯이. P182



#듣는사람 #박연준 #난다 #읽을만한책 #추천도서 #교양 #책추천 #독서 #서평


만약 꾸준히 독서하는 사람이 조금이라도 현명하다면 그 이유는 ‘침묵 속 경청’에 있을 것이다. 독서는 남의 말을 듣는 행위고 듣기는 침묵이란 의자에 앉아 있는 일이다. 타인의 생각 속에서 기다리고 머무는 일이다. 혼자 책 읽는 사람을 보라. 침묵에 둘러싸여 얼마나 아름다운지!- P112
가을꽃들은 아지랑이와 새소리를 모른다.

찬 달빛과 늙은 벌레 소리에 피고 지는 것이 그들의 슬픔이요. 또한 명예다(무서록P39)



음악의 시작이 그렇듯이 글의 시작은 중요하다. 허공을 가르고 ‘새로운 생각’이 태어나는 순간이기 때문이다. - P22
"속아도 꿈결 속여도 꿈결 굽이굽이 뜨내기 세상 그늘진 심장에 불 질러버려라 운운云云"(127쪽) 당신이 나를 속여도 내가 당신을 속여도 꿈결이라니……. 속절없다.



좋은 소설은 겪지 못한 인생을 ‘살아보게‘한다. 다 읽은 후 고치처럼 몸을 말고 웅크리게 만든다. 마치 상처받은 것 처럼. 이야기가 몸에 상처를 내고 들어와 나를 재구성하는 과정이랄까. 어떤 이야기는 읽기 전으로는 결코 돌아갈 수 없게 만든다. P49- P49
화가 칸딘스키는 예술 작품을 두고 "영혼이 거칠어지는 것을 막아주며, 마치 소리굽쇠로 악기의 현을 조율하듯 영혼의 음조音調를 맞추어준다"고 했다. 만약 우리 영혼이 세상을 부유하는 음표라면, 어둡고 깊은 영역까지 헤엄쳐본 음표가 더 우아한 삶을 살 수 있을지 모른다. 다자이 오자무의 소설을 읽는 일은 우리가 내려가지 못한 영역까지 영혼의 음표들을 내려갔다 돌아오게 하는 일과 비슷하다.- P74
쓰는 사람에게 필요한 것은 ‘다르게 보는 눈’이다. 사실 그게 다다. 벤야민에겐 ‘다른 눈’이 있었다. 중얼거림과 선언, 비밀과 발설을 넘나드는 발화 방식은 그 눈를 더욱 특별하게 만들어준다. - P164
흔히 시인을 견자見者 라 한다. 보는 사람. 정확히는 다르게 보는 사람. 눈으로 세상을 압인하여 언어로 재창조하는 사람. 페소아는 자신이 본 것을 바탕으로 세상을 믿는다고 쓴다. 세상이 생각하라고 만들어진 게 아니듯 시 또한 이해를 위한 장르가 아니다. 보고 받아들이면 충분한 예술이다. 우리가 나무나 구름, 장미를 받아들이고 좋아하듯이. - P1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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