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모두는 시공간 연속체라는 하나의 무대에서 살아가고 있다.
어릴 적 과학 탐구 과목 중 물리와 화학을 좋아했다. 그중 더 좋은 것을 꼽으라면 단연 물리였다. 사람들은 두 과목을 좋아한다고 하면 대부분 "공식 많고 외워야 하는 규칙이 많은 과목 아니냐, 그 어려운 게 뭐가 좋다고." 그런 반응들이었다. 그렇지만 그때마다 그저 순수한 호감일 뿐이라고 말하곤 했다. 물론 좋아한다고 점수가 잘 나오는 과목도 아니었기에. 그래도 처음의 호감은 지금까지 이어져오는 듯하다.
작가는 자칭 문화물리학자라고 말한다. 물리학과 문화가 어떤 관계가 있을까 싶지만 책을 접하고 나의 편협한 생각이 깨지는데는 얼마 걸리지 않았다. 작가는 물리학과 문화 사이에 필연적인 관계가 있다고 보았는데 이는 물리가 문화의 탐구 대상 안에 포함된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이 책은 작가가 그 연결고리를 찾아나가는 과정을 추적한 내용이다.
작가는 기본적으로 미래를 낙관적으로 보는 사람이라 느꼈다. 나는 디스토피아에 가깝다고 생각하는 사람인데 당신은 어떤가. 세계는 가까워졌지만 사람들 간의 거리는 멀어졌고 환경은 점차 안 좋아지고 있지 않나 해서다. 작가는 다윈의 진화론을 들며 인류의 미래를 너무 염려스럽게 생각하지 말자고 이야기한다. '인간은 적자생존의 원리에 따른 생존경쟁만을 하는 것이 아니라 약자에 대한 동정심과 공동체의 윤리 같은 인간 특유의 현상을 통해 약자를 배려하고 생존을 보장하는 방향으로 진화해 가고 있다'기 때문이다. 과도한 걱정을 내려놓고 우리가 그려나갈 미래를 그리고 그것을 위해 노력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이야기한다. 희망적인 이야기이긴 한데 과연 인간의 동정심과 공동체의 윤리가 현재도 남아있는 건지는 모르겠다. 하물며 미래는? 내가 너무 비관적인건지.
한편 한국의 과학 기술이 세계에서 통하려면 우리 자신에게서 찾아야 한다는 작가의 성토는 공감이 많이 되었다. 대표적으로 최근에 개봉한 승리호 이야기를 든다. 이전보다는 나아졌다지만 여전히 결과물은 좋지 않았다. '세계에서 통하는 과학 서사를 만드는 능력은 특수효과 기술력만이 아니라 인류의 기원과 미래를 탐구하는 깊은 주제 의식, 고난과 선입견을 극복하는 인물들, 편견과 편협한 도덕률을 벗어나려는 과감함, 그리고 그 모든 것을 서사라는 캔버스에 담아내는 자유로운 사고력이다'.
이를 확장해보면 결국 창조력의 문제로 귀결되는 것 같다. 창조력이란 있는 것을 연결지어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능력이라 할 수 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전혀 생뚱맞은 것에서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 창조력은 새로운 것이기도 하지만 영향력이 있어야 한다. 둘은 어쩌면 양 극단에 있는 개념 같은데 새롭다고 해도 사람들에게 너무 낯선 것은 아닌, 인상을 받을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는 말이다. 어렵기는 하지만 오히려 창조력이 신선함과 새로움만으로 귀결되지 않는다는 것은 누구나 충분히 창조력을 강화할 수 있다는 생각도 든다.
그리고 최근 들어 우리 생활에 어느덧 익숙해진 AI에 대한 질문들이 가장 많았다. 당장 몇 년 후가 될지 모르지만 진화하는 AI가 인간을 앞서게 될 거라고 우려섞인 표현들이 많지 않나. 하긴 내 직업 분야도 처음에는 AI를 보조적인 도구로 쓰다가 이제는 필수로 사용하는 단계에 이르렀음을 느낀다. 이제 더는 단순히 질문에 대한 답을 구하는 것을 넘어서 더 나은 응용 결과물을 얻기 위해 고민하는 상황이 되었다는 이야기다. AI에 질문을 던져보면 늘 같은 대답을 하지 않는다. 오류가 있거나 엉뚱한 답변을 하는 경우도 잦기 때문에 AI가 던진 답을 그대로 썼다가는 곤란해진다. 반드시 여러 검증을 통해 그 답변이 정말 옳은 것인지 팩트체크를 해야 한다. AI는 제대로 된 검증을 해주지 않는다는 말이다.
한편 이런 질문도 던진다. 만약 전세계인이 같은 언어를 사용한다면? 과연 그런 경우 소통의 문제가 없을까? 그렇다 해도 나는 본질적으로 사람의 생각의 패턴은 다 각기 다르고 삶의 경험들이 달라 소통이 완벽해지기는 어려울 것 같다. 그래서 문학, 역사, 철학이 그래서 여전히 가치를 발휘하는 것 같다. 과거의 사람들을 만나며 고민을 듣고 스스로를 돌아볼 수 있으니 말이다.
개인적으로 가장 설렜던 내용은 엔트로피에 대한 내용이었다. 과학 이론서를 읽은 것이 몇 안되지만 그중 가장 재밌게 읽었던 책이 <엔트로피>였기 때문이다. 외부의 자극으로 질서에서 무질서로 변화한 정도를 나타내는 이 이론은 우주는 계속해서 더 무질서한 상태로 변화한다는 ‘열역학 제2법칙’과 함께 현재도 많이 언급된다. 질서가 있던 것도 무질서하게 나아간다면 미래도 어떻게 흘러갈지 모른다고 자유롭게 상상하는 재미가 있지 않을까. '모든 예측은 본질적으로 불확실하다'
사실 이번 달 독서 모임 함께 읽기 책으로 선정되어 읽게 되었다. 솔직히 내가 스스로 이 책을 읽었을 것 같지는 않았는데 제목만 보면 너무 자기계발서 같이 느껴져서다. 그런데 막상 읽어보니 독자에게 질문을 던지는 내용이 많았다. 정답이 없는 질문들이 많지만 스스로 고민해보고 타인을 통해서도 관찰해보고 하는 과정을 거치다보면 지금보다는 더 나은 답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