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리뷰] 산곡미풍
거리의화가 2026/06/09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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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곡미풍
- 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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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0) - 2026-0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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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심코 알라딘을 보던 중 레이더망에 걸려든 책이다. 위화 산문집이라니 어떤 내용일까 궁금했다. 소설로는 몇 권을 읽었지만 산문집은 또 다른 느낌일테니... 무엇보다 제목이 눈길을 끌었다. ‘산곡미풍‘ 골짜기에서 불어오는 산들바람. 습기가 가득한 주변의 공기가 순간 산뜻한 봄바람을 맞은 것 같은 느낌이었다.
산문집의 내용은 작가의 삶의 기억 어느 순간으로 데려간다.
작가는 현재 베이징에 생활하지만 태어난 곳은 항저우, 어린 시절은 그 부근의 하이옌이란 곳에서 십수년을 살았다. ‘바닷물이 왜 푸르지 않고 누렇지?‘라는 질문을 품고 그는 강에서 바다를 향해 나아간다. 바다는 늘 푸르다고 이야기하는데 정작 작가가 마주한 현실의 바다는 누렇기 때문이었다. 의문을 품은 그는 직접 뛰어들었고 그것이 수영을 진화하며 배우는 계기가 되었다.
세월이 흘러 그는 바다가 보고싶어져 부모님과 함께 갔다. 과거에는 바다를 자신이 더 좋아했지만 이제는 부모님이 바다를 더 좋아하는 것 같다고 그는 말한다. 이는 자식이 크고 부모와 떨어져 살면서 함께 만나 경험하는 시간이 줄어들었기 때문일 것이다. 가족들과 함께 간 바다란 특별하다. 장소가 특별하다기보다는 역시 함께하는 시간이 중요하겠지. 좀 울컥했다. 부모님과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은 줄어드는데 날로 부모님의 건강은 좋아지기보다는 나빠지기 때문이다.
쿠스트리차 영화 감독의 신발끈은 늘 풀려있었다. 주변인들은 그가 왜 신발끈을 풀고 다니는지 궁금해했다. 마침내 얻은 그의 대답은 경직된 태도를 갖지 않고 몸과 마음을 이완시키기 위해서라고 했다. 작가는 유년 시절 말더듬증이 있었다고 한다. 극복하기까지 꽤나 오랜 시간이 걸렸다고. 나도 좀 비슷한 경험이 있는데 발표 시간만 되면 온몸이 떨려오면서 심하면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혼미해지곤 했다. 말더듬은 물론이고 그건 거의 공포에 가까운 경험이었다. 발표시간만 되면 주눅이 들어 한마디도 하지 못하고 누군가 내게 질문이라도 할까봐 그 시간이 빨리 끝나기만을 바랐었다. 그때 나는 몸의 긴장을 푸는 법을 몰랐던 것 같다. 지독한 긴장이 낳은 증상이 아니었을지.
천당풍의 여름 풍경은 눈을 감고 떠올리면 더 오롯이 즐길 수 있는 간접 경험이었다. 산들바람은 거센 바람도 얕은 바람도 아니다. 그 미묘한 세기의 느낌을 말로 정확히 표현하기란 쉽지 않을텐데 작가는 그 느낌을 내게 전해주었다.
유년 시절의 먹거리 중 프티드 마들렌을 이야기하자 작가도 그렇지만 자동스레 나도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가 떠올랐다. 내 어린 시절의 먹거리는 뭐였지 하는 생각을 했다. 지금처럼 빵집이 많았던 시절도 아니었기에 마들렌은 귀한 것이 아니라 아예 명칭 자체가 낯선 것이었다. 내겐 분식 메뉴가 그나마 가까웠다고 할 것 같다. 특히 중학교 시절 학교 앞 맞은편의 분식점에서 먹었던 떡볶이와 고구마 맛탕 맛은 잊을 수가 없다. 이처럼 맛은 추억을 재현하는 효과가 있는 것이 분명한 것 같다.
작가의 부모님은 모두 의사 출신이다. 아버지는 외과의사였고 어머니는 내과의사로 일하셨다고. 그런 환경 덕분인지 5년 정도의 치과 의사 경력이 있는데 좋아서 한 일은 아니었기에 자연스레 그만두었다고. 어쨌든 이런 환경이었기에 그는 병원이라는 환경과 친할 수밖에 없었다. 그가 10년 간 살던 집의 방은 창문 맞은 편으로 영안실이 있었기에 망자들이 오가는 곳이었다. 그래서 죽음은 상상으로 그치지 않았고 현실과 가까이에 있었다.
지금의 아이들은 어떻게 유년 시절을 보낼까 하는 질문을 던지기도 한다. 물질이 유혹하는 소비주의 시대를 사는 아이들은 예전보다는 풍족하게 생활할까. 그렇지는 않을 것 같다. 부익부빈익빈이 더욱 심해지지 않았는가. 오히려 비교할 거리가 더 넘쳐나는 요즘은 나의 부족함을 받아들이기 더 어려워진 환경에 놓인 게 아닌가 싶다.
작가는 베이징을 좋아한다 말했다. 모르는 사람 사이를 걷는 것을 즐기기 때문이라고. 나 또한 그렇다. 일을 더 이상 할 수 없는 때가 오더라도 과연 내가 도시를 떠나 살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종종 하곤 한다. 평생을 이동하며 살아오긴 했지만 나도 도시를 떠나 산 적이 없다. 완벽한 타인의 도시에 정착한 사람들은 어떤 질문을 품으며 일상을 살아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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