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과학적 방법론은 과거에는 본질적으로 같다고 생각한남성과 여성의 몸을 전혀 다른 개체로 분리시켰다. 이 변화는 생물- P78
학적인 성적 차이가 사회적으로 해석되는 과정, 혹은 거꾸로 사회적으로 강조되기 시작한 성적 차이가 생물학적으로 정당화되는 과정이다. 같은 맥락에서 남녀간의 신체적 차이뿐만 아니라 계층간의 몸과 인종간의 차이의 근거가 생물학적으로 설정되고 해석되었다.- P79
몸을 읽는다는 것은 몸을 둘러싼 사회적 코드를 읽는 것이다. 몸은 결국 보이는 외모를 통해 가치를 인식하는 표상이다. 그리고 이- P91
표상은 다양한 권력 속에서 만들어지고, 인지되며, 해석된다. 따라서 타자의 몸에 대한 담론은 결국 그 몸을 통해 <보고자 하는 것>이수반하는 가치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그리고 그 가치를 유추하고, 추출하여 정립하기 위해 한 시대의 합리적 방식, 즉 이른바 <과학적 방법들이 적용되었다. 여기서 19세기의 <과학>이 <타자의 몸>을 규정한 것이 아니라, <사회적 목적>을 띤 가치를 몸에 투영하기위해 당시의 과학을 <동원>했음을 강조할 필요가 있다.- P92
사라바트만의 명성은 제국주의의 남성성을 설명하는 중요한 단초가 된다. 호텐토트의 비너스는 이상화된 제국주의적 남성성의 상대적 극단을 형성하는 정수였고, 여기서 만인 앞에 공개적으로 전시되어야하는 당위성이 발생한다. 검은 피부와 기형적으로 커다란 엉덩이와소음순을 가진 그녀의 벌거벗은 몸은 수많은 관찰과 응시를 힘없이받아내야 하는 대상이다. 그녀의 <몸>은 <절제>와 <균형>으로 무장하고 정신적 가치를 추구하던 19세기 영국의 남성성과 가장 극단적으로 대비되는 것으로서, 제국주의가 낳은 지극히 전형적인 <타자>의 표상이었다.- P1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