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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사가 죽어야 나라가 산다
  • 이주한
  • 13,500원 (10%750)
  • 2013-01-30
  • : 861

   [한국사가 죽어야 나라가 산다]. 과격한 제목이다.  무슨 이야기를 하려고 제목부터 이렇게 강하게 나오는가 싶어서 펴든 책이다. 한국사가 죽어야 나라가 산다고....? 부제는 "한국사를 은폐하고 조작한 주류 역사학자들을 고발한다." 부제 또한 과격하다. 책의 논조는 더욱 과격하다. 책을 읽다 말고 여러번 책 앞날개에 실린 글쓴이 소개를 살펴보게 되는 책이었다. 글쓴이 이주한. "단채 신채호 선생 기념사업회 간사를 역임했으며, 현재 한가람역사문화연구소 연구위원이자 역사비평가로 활동 중"(책앞날개).

 

   책을 읽다보면 다른 책보다 좀더 꼼꼼하게 읽게 되는 책들이 있다. 설렁설렁 읽어도 글쓴이가 무슨 말 하고 있는지 알아들을 수 있어서 더러는 편하게 드러누워서 읽게 되는 책들이 있지만, 이 책은 엎드려 읽기 시작했다가 벌떡 일어나 책상에 정자세하고 읽었다. 오랫만에 밑줄까지 그으면서, 소화되지 않을까 싶어서 꼭꼭 씹어가며 읽었다. 책읽다가 몇번이나 글쓴이 소개 다시 보고, 책 읽다가 글쓴이가 책에서 언급하고 있는 역사학자들에 대한 정보가 궁금해서 스마트폰으로 찾아보기도 하고... 그렇다고 결코 산만하게 읽었다는 소리가 아니다. 너무나 엄청난 이야기들을 하고 있어서 그렇게 되더란 말이지... 내가 책을 읽다가 글쓴이에 대한 소개를 여러번 다시 읽어본 것은, 이 분 이런 글 쓰고도 위험하지 않을까 싶어서다. 예전에 내가 읽었던(그러니까 이 책에서도 가끔 언급되고 있는 역사학자가 쓴) 책 도입부에서 그 책의 글쓴이는 "이러한 주제로 이런 인물에 대한 글을 쓰려고 한다"고 했더니 주위에서 만류하더라는 이야기를 했었다. 이미 죽은지 몇백년 전의 인물에 대해서 쓰려고 하는데도 주위에서 그런 만류를 했던 것은, 그가 이야기하려고 하는 인물이 현재까지 미치는 영향력이 엄청나기 때문에 자칫 부정적으로 기술했다가는 많은 적을 만들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고 말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지난 번에 읽었던 그 책도 그렇지만, 이 책 [한국사가 죽어야 나라가 산다]를 읽으면서 "역사"라는 게 얼마나 가볍게 이야기할 수 없는 중요한 학문의 분야인지 새삼스레 생각해보게 된다. 대학교에서 역사를 배우면서 가장 놀라웠던 사실은 내가 중고등학교 때 배웠던 역사, 그러니까 국사 교과서에 언급되어 있는 것들이 사실이 아닐 수도 있다는 것이었다. 누구도 내게 그런 이야기를 해 준 적 없다. 교과서에 실린 역사는 "사실"이므로 그대로를 암기 잘 해서 시험만 잘 치면 되는 과목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그러나 글쓴이에 의하면 그건 나 같은 "학생"들이 만든 문제가 아니다. "세계에서 한국만큼 자국 역사를 소홀히 여기고, 의미나 흥미를 잃게 하고, 암기해야 할 지겨운 교과서 과목으로 전락시킨 나라도 없다."(p26). 그러니까 이건 우리나라 역사학의 뿌리에서부터 비롯된 문제?

 

   그런데 대학교에 와보니 우리 역사에는 수많은 "이견"들이 존재하며 "사실"이라고 암기해왔던 것들은 그 이견들 중에서 좀더 입김이 쎈 쪽 그러니까 주류학계의 주장일 뿐이더란 말이지. 내 문제의식은 거기까지였다. 핑계를 대자면 공부가 부족한 탓이 가장 클테고, 내 앞에 놓인 현실에 목졸려서 한국사학계에 존재하는 그 많은 논쟁들을 감히 깊이있게 공부해봐야겠다는 생각조차 못해봤다. "그렇구나." 정도에 그쳤던 부분인데 글쓴이는 그 부분들에 대해 이야기해보자고, 할 얘기가 많다고 이 책에서 "선전포고"를 하고 있는 셈이다. 그 선전포고의 대상은 바로 대한민국 역사학계의 "주류"들... 그 주류들이 누구냐 하면 이병도를 시작으로 이기백, 노태돈, 송호정으로 맥을 이어오는 서울대학교 국사학과 출신들의 역사학자들. 글쓴이에 의하면 대한민국 역사학계의 지금 현실은 첫단추부터 잘못 잠근 상태라는 것. 일제의 식민사관을 만들었던 쓰다소키치, 이케우치 히로시 같은 일본인 사학자들을 스승으로 둔 이병도가 한국역사학계의 주류가 되면서 일제의 식민사관을 끝내 극복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너무나 엄청난 이야기들이라 내 역량으로 이 책의 내용을 오해의 소지없이 정리해낼 수 있을지 모르겠다만 내가 이해한 범위내에서 간략하게 정리해보면 이렇다. 주류 사학자들은 고조선과 단군을 부정, 왜곡하고 한반도의 역사는 위만이라는 "이민족"의 침입에 의한 선진문물의 도입으로 우리의 역사가 비로소 시작되었다는, 식민사관을 부인하지 않는다. 내가 늘 궁금하게 여겼던 부분도 이 부분이다. 현행 중고등학교 교과서를 통해서는 단군신화 이후의 고조선에 대한 역사는 너무나 빈약하다. 그러다가 갑자기 한무제에 의한 한사군의 설치 이야기가 언급되어 있고, 철기시대의 국가들(부여, 고구려, 옥저, 동예, 삼한)에 대한 이야기는 전혀 뜬금없이 등장하다가 다시 고구려, 백제, 신라의 역사전개로 넘어가고 만다. 그 시간의 연결고리가 무척 궁금했었는데, 내가 이해한 바로는 글쓴이의 문제제기 또한 비슷한 측면이 있는 것 같다. 고조선의 영역이나 한4군의 위치비정에 관한 문제, 그리고 [삼국사기] 초기 기록을 둘러싼 논쟁들을 제대로 풀어내어야 이 부분에 대한 제대로 된 역사 서술이 가능할 것 같다. 또한 글쓴이는 현재 주류 역사학자들의 논리는 일본의 식민사관이나 임나일본부설, 그리고 중국의 동북공정에 제대로 맞설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그런 왜곡된 주장들을 지지 내지는 뒷받침해준다."아무도 식민사학자라고 자칭하지 않지만 한국 주류 사학은 여전히 식민사학이다."(p117).

 

   나는, 아직 공부가 거의 되지 않은 터라 이 책에서 말하는 논쟁들의 많은 부분에 대해 어느 쪽을 편들 수(? 표현이 좀 이상하다만) 없다. 부끄럽다. 심정적으로는 어느 쪽이 더 맞는 말을 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지만, 내가 아는 것과 연결을 시켜보기에는 아직까지 모르는 게 너무 많으므로.... 좀더 역사공부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우선은 책을 덮어둔다. 앞으로 역사책을 읽을 때 좀더 따져보면서 읽게 될 것 같다.

 

    "역사는 해석이 다양할수록 진실에 가깝게 다가선다."(p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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