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설의 프로 트레이더 빅>은 이미 수십년전인 1991년에 쓰여진 책이다. 참고로, 91년은 인터넷이 아직 보급되지 않았고, HTS가 없어 전화나 객장에서 직접 주문하던 시절이었음. 그래서, 이 책은 시간의 검증을 통과해 고전(Classic)의 반열에 들어갈 가능성이 있는 책인 셈이다. 이미 고전중의 고전이 된 "현명한 투자자"와 "증권분석"의 번역자가 이 책을 번역했다는 것도 그러한 정황을 뒷받침한다.
그러나, 오래전에 쓰여졌음에도 책의 내용은 현재 진행형으로 느껴질 정도로 생생하고 익숙한 장면이 많다. 투자자가 고민하고 경험하는 상황은 그때나 지금이나 별로 달라지지 않음을 보여준다. 불확실한 상황에서 부분적 정보만 가지고 미래에 대해 최선의 의사결정을 해야 하는 게 투자이고, 그렇기 때문에 투자자는 늘 상당한 스트레스를 견뎌야만 한다.
책의 주요 내용은 어느정도 투자 경험이나 기술적 분석을 알고 있는 독자를 대상으로 쓰여졌기 때문에 배경지식이 없다면 쉽지는 않다. 하지만,책 곳곳에 프로투자자를 위한 원포인트 레슨이 숨어있고, 그걸 발견하는 것은 오로지 독자의 몫이다.그래서, 대중적인 베스트셀러가 아닌 남들 몰래 보고 싶은 스테디셀러로 자리잡은 느낌이다.
책의 구성은 크게 기술적 분석, 매크로 분석 및 트레이더의 마인드셋로 나눠볼 수 있다. 우선 기술적 분석에서는 추세, 지지선과 저항선 등 익숙하지만 이론적 기초가 불분명한 개념들을 재정의하면서 기술적 분석의 허와 실에 대해서 꼼꼼하게 짚어준다. 그것도 자신의 사례와 스토리를 엮어서 유머러스하게... 즐겁게 읽다가 보면 아하!하는 순간들이 터져나온다.
다음으로 매크로 분석에서 호황과 불황은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때문이라는 독특한 뷰를 제시한다.(저자는 오스트리아 경제학파가 주장하는 자유방임주의와 건전 재정의 신봉자이며, 인플레이션은 철저히 화폐적 현상이라고 믿는다.) 주장의 옳고 그름을 떠나, 트레이더 관점에서 통화정책 등 주요 매크로 상황에 대한 통찰력과 접근 포인트를 보여주고 있다. 미 연준과 재무부는 경기를 활성화한다는 명분으로 시장에 과도한 신용을 주입하다, 문제가 생기면 과도한 긴축을 하는 경향이 있으니 투자자는 그러한 사이클을 잘 이용해야 한다는 요지다.
마지막은 위험관리와 마인드 컨트롤에 관한 부분으로 자신이 가르친 수많은 트레이더 지망생중에서 성공한 사람은 소수에 불과했던 이유를 설명하고 있다. 투자자로서의 목표와 인생의 목표에 대한 일관성(=intergrity)이 없다면 오래 살아남기 어렵고, 투자에 있어 오직 돈이나 투자수익을 목표로 하면 안되는 이유에 대해서도 잘 설명하고 있다.
책을 읽고 난 소감은 수십년간 성공적인 전문투자자로 살아온 대가의 경험을 즐겁고 생생하게 배웠다는 것이다. 아마추어 레벨을 넘어선 투자를 하고 싶은 분들에게 꼭 권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