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끝내 나를 울린 코미디(?)
깜장눈사람 2003/11/30 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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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전, 서울의 한 중학교로 발령받은 나는 머릿속에 오직 '휴직' 두 글자만을 넣고 다녔다. 아이들은 무척이나 예쁘고 아름다웠지만, 학교는 아이들을 온전히 사랑할 수 있는 공간이 못 되었다. 교사인 내 눈으로 봐도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관행과 권위들이 똬리를 틀고 있었고, (영길의 기이한 행동은 그에 비하면 차라리 낫다.) 그 속에서도 아이들은 참 무던히도 견디고 있었다. 하지만 애들보다 못한 나는 학교를 빠져나갈 궁리만 하고 있을 때였다.
그 힘든 초임 시절을 버티게 해 준 건, 이 작품 <반항하지마>였다. 처음엔 그저 '재밌는 만화를 봐야겠다'고 생각해서 고른 것이었지만, 단순한 코미디로 보기엔 예사롭지 않은 이야기들이 많았다. 학교로 면접을 보러 간 영길이 퇴학생들을 '쓰레기'라고 모욕하는 교감선샏님에게 단번에 린치를 가하는 장면부터, 앵정 이사장과 그의 제자인 여교장의 갈등에 이르기까지(이 갈등은 매우 극적인 반전으로 풀린다.)...코믹함 속에 뼈를 묻고 있다고나 할까...
이 만화를 보고 나도 교감선생님 차 위로 몇 번이고 떨어졌다. 물론 상상 속에서..^^6 '어차피 앞으로 계속 아이들을 만날 것이고, 그 아이(레미)는 그저 한 아이에 불과하다'고 말리는 교감 선생님에게 불같이 화를 내며, 어머니에게 상처받고 자살하려는 레미에게 성심을 다해 달려갈 때, 어느 덧 나도 같이 뛰고 있었다. '아이들에게 하루는 어른에게 10년과도 같다'며, 아이들이 결코 잊을 수 없는 시간을 만들어 주기 위해 동분서주할 때, 나는 아이들의 '지금'을 얼마나 소중히 여기고 있는가, 되돌아 보았다.
결국, 아이들을 사랑하고, 그들을 소중히 여긴다면, 몸이 부서지고, 일부에서 지탄받는다 해도, 교사는 할 만한 일이라는 것을, 하루하루를 전쟁 치르듯이 버티던 내게 영길은 가르쳐 주었다. 이후에도 난관에 부딪힐 때마다 가끔 영길을 생각한다. 영길처럼 오토바이 폭주는 못하더라도 내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야 하는 건 아닌가...하고..가끔 내 주위에서 힘들어하는 교사가 있으면 나는 이 책을 추천한다.
그리고, 영길도 대단하지만, 여기 등장하는 아이들도 대단한 것 같다. 중 3으로 나오는데, 내가 만나는 중 3보다 훨씬 성숙한 것이, 고등학생 이상인 듯 싶다. (일본의 학제가 어떤지는 잘 모르겠지만..) 결국 영길이 끝까지 갈 수 있었던 것도, 그를 믿고 따르는 아이들 덕분이 아니었나 싶다.
지금 한 사립학교에서는 부당하게 퇴학당한 학생 편을 들었다는 이유로 한 선생님이 파면당했고, 그 선생님을 지키기 위해 아이들이 발벗고 나섰다. 힘들고 고된 싸움을 하고 있다고 한다. 같은 교사로서, 그렇게 서로를 믿고 사랑하는 선생님과 아이들이 만화가 아닌 현실에도 있다는 사실이 자랑스럽다. 아이들,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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