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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쌤과 책읽기
김혜린님의 작품에 나오는 인물들은.. 선이 가냘퍼서 그런지 더욱 슬퍼 보이고, 그래서 다들 한번쯤 끌어안아 주고 싶은, 그런 사람들이다.

어릴 때는 뭣모르고 '르네상스'라는 순정만화 잡지에서 봤을 때는 그저 혁명과 사랑 이야기구나 이렇게 생각했었다. 그리고 대학생이 되어서 다시 볼 때는....책을 덮고 나서 밤새 잠을 이루지 못했다. '프랑스 대혁명'.. 지금이야 글자 여섯 자에 불과하지만, 그것이 삶의 전부였던 이들.. 그 안에서 한숨쉬고 아파하고, 비통해하고, 좌절했던 그 이들이 어른거려, 나 자신을 많이 되돌아 보았던 것 같다. 그리고 알륀느가 자기 부모를 죽인 유제니를 끝내 사랑하고 용서했던 것처럼, 나도 아픈 것들을 끌어안고 사랑할 수 있는 힘을 갖기를 바랬던 것 같다.

(이 책에서 기억나는 장면 중의 하나.. 유제니가 자기 친부를 반혁명죄로 단두대로 끌어내게 하자, 알륀느가 '남의 부모를 죽게 하더니, 자기 부모도 죽게 할 셈이야?'라고 화내던 장면이다.....내 부모는 네가 죽였어도, 네 부모만큼은 그러면 안된다는..이보다 더 큰 용서가 있을까.. 물론 이미 유제니도 자기 아버지를 살릴 수 없는 상황이었지만..)

물론, 이 작품 전체에서 가장 안쓰런 어깨를 가진 이는 유제니다. 그가 혁명 와중에서도 더 이상 잃을 것이 없었던, 버림받은 이이기 때문이어서가 아니다. 본문 어디쯤에 유제니가 '나는 (배우지 못해서) 말주변이 별로 없다'고 말하는 장면이 있었다. 그래서, 말하지 못한 아픔과 슬픔이 안으로만 고여서 그렇게 단단한 사람이 되었나 보다. 알륀느에게도 사랑한다는 고백 한번 제대로 못했나 보다. 그게 마음이 아프다. 아마도, 그런 이들을 위해서 만화가, 문학이, 영화가 있어야 하나 보다. 그리고, 그래서 이 작품이 더욱 소중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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