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으로서의 정치_ 막스 베버
내가 생각하는 베버는 띵가띵가 놀면서 너무 똑똑해서 유명해진 학자 1이었는데 법학과 교수에 뭐에.. 한 게 많더라고요? 배신감 들긴 하지만 그건 중요하지 않음. 어차피 내가 아는 베버는 지위 불일치 현상 설명하기 용이한 아저씨일 뿐. 리뷰 레츠꼬.
<직업으로서의 정치>는 베버가 죽기 전에 강의한 내용을 바탕으로 낸 책으로 사실상 베버의 모든 생각이 집약되어 있는 내용이라고 보면 된다. 말로 한 걸 정리해서 책으로 냈기 때문에 목차도 따로 없고 그리 친절하지도 않다. 대충 추려보면 1. 정치란 무엇인지 2. 직업으로서의 정치란 3. 유럽의 정치사 4. 윤리 로 볼 수 있다. 일단 나는 이렇게 이해함.
임의로 정한 1장에서는 국가와 정치 개념, 그리고 지배 정당성 유형에 대해서 논한다. 2장에서는 직업정치가 유형을, 3장에서는 유럽의 정치사인데 영국과 미국을 중심으로 보면서 독일의 정치사에 대해 논한다. 마지막 4장에서는 정치 윤리에 대해서 논하는데, 여기서 내 개인적인 생각을 미리 밝히자면 4장의 경우 앞서 이야기하던 것과는 괴리가 있는 내용이었고 죽기 전에 강의한 내용치고 아쉽고 어렵게 느껴서 처음 책을 펼친 지 3달이 넘은 이 시점에도 글을 미적거리면서 쓰고 있다. 찾아보니까 제대로 이해하려면 플라톤부터 보고 그 다음에 칸트부터 다시 쭉 봐야 하는데 도저히 엄두가 안 남.
이 책의 리뷰들을 검색해보면 1,2,3장까지 매우 잘 설명된 글들을 찾아볼 수 있다. 뿐만 아니라 기사에서도 정치인들이 이 책에 대해서 논하고 유우명한 교수들도 우리나라 정치에 대해 논하면서 이 책도 끼워서 얘기하고 있다. 당연하지만 이 책이 그만큼 의미있고 상당히 말이 되는 소리를 썼기 때문임. 직업으로서의 정치는 어쩌고저쩌고. 한국 정치는 어쩌고저쩌고. 그런데 1, 2, 3장 알고 싶으면 그냥 서치해서 보는 게 정신건강에 훨씬 좋다고 자부한다. 대신 4장은 서치해서 보면 안 된다. 나처럼 멍청하게 3달 동안 책 표지만 하염없이 바라보게 됨.
베버가 말하길 윤리와 정치 이 둘은 수상한 관계를 맺어오고 있다. 일단 정치는 폭력이라는 수단을 갖고 있는 걸 인지하고 있어야 한다. ‘어? 얘 왜 폭력을 음흉하게 만지고 있지?’ 이러면서 다가가야 한다. 그런데 정치에게 있어 폭력이라는 수단은 자신을 존재하게 만들어주는 필수불가결의 요소다. 일단 윤리를 둘로 나누면 신념윤리와 책임윤리로 나눌 수 있다. 신념윤리는 선 수단, 후 목적. 책임윤리는 선 목적 후 수단. 신념윤리의 문제는 그대들이 생각하는 정의를 위해서라면 그것이 어떤 결과를 초래하든 상관하지 않는다는 것. 베버는 “신념윤리를 따르는 사람은 세계의 윤리적 비합리성을 견뎌내지 못한다”라고 말한다.
그런데 이 비합리적인 세계를 탄생시킨 게 바로 종교다. 정치 이놈이 폭력을 음흉하게 만지는 줄 알았더니만 그런 정치 뒤에서 그림자처럼 납작 숨은 게 종교였던 거지! 찾았다 내 세상 망치러 온 나의 구원자 대 종 교. 여기서 잠깐 앞으로 돌아가면 볼 수 있는 게 베버의 탈주술화. 지배정당성 설명하면서 말한 세 가지, 정통적 지배, 카리스마적 지배, 그리고 합법성에 의한 지배. 베버는 앞에 두 과정을 지나 합법성에 의한 지배로 넘어오는 것을 탈주술화라고 보았다. 즉 베버가 말하는 근대 국가라 함은 탈주술화된 사회. 다시 이야기로 돌아와서 정치랑 종교는 뗄래야 뗄 수가 없다. 그리스와 로마 같달까. 그래서 베버는 정치가 종교로부터 완전히 탈피할 때 비로소 근대사회에 진입할 수 있다고 보았다. 다만 여기서 문제는 진입한 순간부터 정치-정의는 사회에서 사라진다. 똑똑똑, 저 정의 찾으러 왔어요. 네? 정의요? 그딴 거 없으니까 근대국가에서 나가세요!가 될 수도 있는 거임. 왜냐하면 근대사회로 진입하면 정치체계는 권력투쟁만이 중점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누가 권력을 갖는가. 누가 이 세상을 돌아가게 (지배하게) 만들 것인가. 어쩌면 근대국가라고 한 게 관료제를 다른 시각에서 본 것일 수도 있는 것. 베버도 관료제적 국가가 근대국가의 특징을 일정 부분 갖고 있다고 인정한다.
또 다른 문제는 종교가 없는 정치는 사람들을 강제할 수가 없다. 베버는 책임윤리에 대해서 “강제적인 수단을 가지고 책임윤리의 길을 걸으면서 활동하는 정치행위에 의해서 추구되는 모든 것은 ‘영혼의 구제’를 위태롭게” 한다고 말한다. 합리적인 세계를 찾아서 왔더니 국가를 유지할 수가 없다. 베버는 강의 초반에 국가를 구성하는 세 가지를 말했다. 영토, 국민, 주권. 그런데 이 ‘주권’은 국민들이 공통적으로 공유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합리적인 세계에서는 국민들이 공통적으로 공유할 수 있는 게 없다. 그냥 국민과 지배체제. 그럼 다시 국민을 결집하기 위해서 보이지 않는 강제력을 이용해야 한다. 끊임없이 돌고 도는 딜레마에 직면하게 된다. 그래서 책임윤리와 신념윤리 사이에서 선을 잘 타야 한다는 거겠지만. (-> 이 단락은 그냥 내 맘대로 해석한 거라 베버 말은 아님요. 도통 무슨 소린지 계속 중구난방으로 흘러감. 제가 완전 말도 안 되는 거 쓴 거면 그냥 악플 ㄱㄱ. 그런데 결국 베버는 근대국가로 넘어가는 게 거의 불가능하다는 투로 얘기하지 않았나요? 근대국가를 완벽하게 구현하기는 어렵다고 봤다고 생각했는데.. 그러면 근대국가 진입했다 싶으면 권력다툼이 시작될 수도 있으니까 그걸 경계하면서 근대국가를 이륙해야 한다는건가? 모르겠으묘.)
이처럼 정치와 윤리는 특수한 관계를 맺고 있다. 정치에게 있어 윤리라는 존재는 이 세계에 존재하는 성스러운 윤리가 아닌 평행세계에 있던 윤리1-1이라고 보면 된다. 국가가 갖고 있는 ‘정당한 강제력’은 또다시 새로운 종교를 만들어 낸다. 베버는 하나의 예시를 들고 와 이렇게 설명한다. 신념 투쟁가의 경우 추종자라는 인적 기구가 필요한데, 이때 그들에게 내적 및 외적인 포상을 약속해줘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그 기구는 움직이지 않기 때문이다. 그 지도자의 성공 유무는 자신이 그들에게 지속적인 보수를 줄 수 있으냐 없느냐에 따라 달려있다. 추종자들의 마음속에 생성된 동기에 지도자는 자신의 운명을 기대야 한다. 베버는 추종자들의 마음에 어떠한 동기를 만들어내는 것을 윤리적으로 매우 야비하다고 보았다. 그러면서 그들이 갖는 그 믿음이란 결과적으로 권력에 대한 “욕망을 윤리적으로 ‘정당화’라는 것에 지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정치적인 속물이들이나 기술자들의 판에 박은 상투어의 구성요소”가 된다고 말했다. 추종자를 프롤레타리아의 성질로 바꿔 버리는 것이 성공조건의 하나가 되어버리기 때문에 신념투쟁가의 추종자들이 권력을 얻게 되면 결국 “아주 평범한 수록자층”이 되어버린다.
이러한 문제들을 방지하기 위해 정치를 직업으로 삼고자 하는 인간들은 정신 똑바로 차리고 살아야 한다. 베버는 이러한 “윤리적 역설을 의식해야 하며, 또 그 역설의 압력을 받으면서 자기 자신으로부터 나올 수 있는 것에 대한 자신의 책임을 의식해야 한다”라고 미래의 정치가들에게 조언한다. 또 “자기 영혼과 다른 사람들의 영혼을 구제하려는 사람은 이 일을 정치라는 수단을 통해서 하지 않습니다.”라고 말한다. 결국 정치라는 것은 어쩔 수 없이 윤리적인 역설을 내재하고 있다. 정치가들은 관료가 아니다. 신념윤리와 책임윤리 그 사이에서 작두타기를 하면서 열심히 춤을 춰야 한다. 광대나 정치인이나 똑같다고 생각하는 입장에 있는 누군가는 ‘어쩌면 나 정치인 일타강사 될지도?’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베버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정치란 정열과 목측 능력을 동시에 갖고서 단단한 널빤지에 강하게 또 천천히 구멍을 뚫는 일입니다. ... 자기가 제공하고자 하는 것에 비해서 세계가 자기 입장에서 볼 때 너무 어리석거나 너무 야비하더라도 이에 좌절하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하는 사람, 그 어떤 일에 직면해서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dennoch)!’라고 말할 수 있다고 확신하는 사람, 이런 사람만이 정치에의 ‘소명’을 갖고 있는 것입니다.”라고 말하며 강의를 끝낸다. 이 얼마나 가슴 벅찬 말인가요? 어렵지만 아름다운 강의였습니다.
그렇지만 분명히 베버는 윤리 파트에서 얼버무린 부분이 있으며 이 부분은 결코 사회과학을 과학이라고 말하지 못하게 만드는 문제임은 자명합니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이 부분은 칸트와 베버가 열심히 싸우는 수밖에 없습니다. 어쩔 수가 없어요. 저는 옆에서 관망할렵니다.
끝. 아참 왜인지 모르겠는데 을/은이 혼동되어 쓰인 문장이 몇몇 있음
베버 발표해야해서 컴터 뒤지다가 발견한 3년 전에 쓴 글... 어 기억 안 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