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에서 말하는 '적절함' 이란 킬링타임용의 적절함을 이야기한다.
원래 아멜리 노통과 베르나르 베르베르를 제외한 프랑스 작가는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프랑스풍의 소설 자체가 그다지 취향이 아니라서. 그런데 기욤 뮈소의 작품들은 왠지 평이 너무 좋았다. 난 호기심이 많다. 그래서 그냥 샀다. 항상 그렇듯, 또 충동구매를 했다.
지하철에서 책을 펼쳐들고 읽었다. 책장이 그냥 술술술 넘어간다. 사건 전개가 너무 빨라서 어지러울 지경이다. 우울한 하루하루를 살아가던 여주인공이 운명의 상대를 만났지만 고향으로 돌아가는 길에서 죽을 운명이었는데 안 죽었댄다. 그런데 뜬금없이 모든 걸 되돌려야 한다는 사람이 나타나서 그녀를 죽이려 한다? 그런데 또 새로운 등장인물이 나타나서 또 새로운 사건이 전개된다? 사건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남자 주인공의 과거, 현재의 사건이 자꾸 이어진다. 반전이 자꾸 거듭되다 보니 나중에는 뭐가 반전이고 아닌지조차 모르겠다. 한 마디로 정말 정신이 없다. 결국 결론은 'Power of love' 로 무난하게 마무리. 이런 뻔한 결말을 내려고 이렇게 미친듯이 달려왔나 하는 생각에 허무함마저 느껴졌다. 그러나 글쓴이가 해피엔딩을 좋아한다니 어쩔 수 없는 노릇이기도 하고.. 뭐, 모두 다 멸망하는 배드엔딩보다는 뒷맛이 깔끔해서 나쁘진 않다.
한번 붙들면 뒷이야기가 궁금해서라도 계속 보긴 봐야 하는 책이니 시간 보내는 데에는 몹시 적절하다. 별로 생각하고 자시고 할 것도 없고. 게다가 '사랑은 열라 위대하다' 라는 교훈까지 주니 어찌 아름답지 않겠는가. 그러나 이런 정돈되지 않은 정신없이 달려가는 분위기를 싫어하고, 신파적인 러브 스토리는 더욱 싫어하는 나 같은 사람에게는 별로 취향이 아닌 책이었다. (나는 잘 씌어진 소설과 내가 좋아하는 소설은 확연히 구분한다. 이것은 잘 씌어진 소설이긴 한데 내가 좋아하는 부류는 아니다)
참고로, 책장을 덮고 나서 '영화로 나오면 오히려 볼만하겠다' 라는 생각을 했었는데 마침 영화화된다는 이야기가 '역자의 글' 에 있었다. 이런 류의 소설은 오히려 영화로 보는 편이 더 재미날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