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시라기 히로키의 <절망 독서>(다산초당, 2017)는 절망의 기간을 어떻게 보내야 할지 알려주는 책이다. 사실 절망했을 때 가장 중요한 것은 그 시기를 어떻게 보낼까 하는 것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절망을 극복하는 방법이란 쓰러진 상태에서 어떻게 일어서서 다시 발걸음을 내딛는가 하는 것을 말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사람은 일단 쓰러져버리면 빨리 일어서지 못 할 때도 있다. 그 일어서지 못하고 쓰러져 있는 시기를 어떻게 보내는지가 결국은 절망을 극복하는 데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다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저자는 자신이 겪은 13년간의 절망 체험을 바탕으로 절망의 기간을 어떻게 보내면 좋을지에 대해 쓰고 있다. 신동욱(배우)은 추천사를 통해 "이 책에서 저자는 그저 절망에 빠졌던 자신이 이야기를 조곤조곤 들려주면서 차분하게 자신만의 방법을 제시(15)"하고 있으며, "시련과 절망의 순간에 놓인 사람들이 공감하기 위한 책(16)"이라고 말한다. 이 책은 총 2부로 구성되었다. '왜 절망의 책이 필요할까?'로 시작된 1부에서는 절망의 기간을 어떻게 보내면 좋을지에 대해 설명하고, 절망에도 종류가 있다고 주장한 2부에서는 절망했을 때 곁에 다가와주는 이야기들을 책이나 영화 그리고 드라마를 통해 소개하고 있다.
31쪽의 이야기는 현실을 알려준다에서, 우리는 전혀 모르는 거리를 걸을 때 헤매이지 않을까 불안을 느끼며, 꽤 오랫동안 돌아다닌다고 해도 거리 전체의 모습을 한눈에 파악하기란 상당히 어렵다고 한다. 하지만 길을 걷기 전에 먼저 그 거리의 모형을 살펴보면 대략적인 모습을 금방 알 수 있다는 것이다. 이때 모형은 실제의 거리 그 자체는 아니지만, 거리를 이해하도록 도와주기 때문이다. 나 역시, 낯선 거리를 걷다가 이정표를 잃고 당황했던 적이 꽤 많다. 이제부터라도 길 떠나기 전에 모형을 활용해봐야겠다. 사람은 절망했을 때 되도록 빨리 극복하려 한다. 그야말로 절망한 순간부터 바로 거기서 빠져나오려고 발버둥 친다는 것이다. 아이젠이라는 학자는 이러한 심리에 대해 '부정적 감정의 수복 경향'이라는 이름까지 붙였다고 저자는 말한다. 절망과 같은 부정적인 감정이 발생하면, 사람은 의식적 혹은 무의식적으로 그 감정을 줄이는 방향으로 가려고 한다는 것이다. 많은 공감을 하면서 읽었던 대목이다. 자신의 절망적인 상황을 즐길 사람은 없을 테니까 말이다.
하지만 과연 절망했을 때 책을 읽고 싶은 기분이 들까? 아무래도 그럴 상황이 아니지 않을까? 아무것도 손에 안 잡히지 않을까? 독서 같은 건 완전히 불가능하지 않을까? 아마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그렇다. 절망에 빠졌을 때 선뜻 독서를 하겠다고 나설 사람은 그리 많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절망의 기간이 길어질 때, 그 기간을 견디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책이 필요하다고 저자는 조언한다. 예를 들어 고통을 느끼는 격통의 순간에는 책 같은 건 못 읽지만, 고통이 계속 지속되어 오래도록 견뎌야 할 때 아무것도 없다면 너무 괴로워진다는 것이다. 따라서 절망의 밑바닥에 꼼짝 않고 가라앉아 있을 때, 함께 있어주는 것이 바로 책이라는 것이다.
예를 들어, 저자는 네덜란드인으로, 저항 운동에 참여했다는 이유로 나치스에게 체포되어 다하우 수용소에 수감이 되었을 때, 수용소 안에서 '니코 로스트'가 쓴 <다하우 수용소의 괴테>라는 책을 읽었다고 한다. 그는 가능한 한 가지 책을 집중해서 읽었는데, 그때 읽었던 책을 저자는 '절망의 순간 빛나는 책의 가치'라고 표현한다. 이처럼 절망의 순간을 이겨낼 수 있게 만들어준 독서는 '인생에 짓눌릴 때 우리를 지탱해 줄 뿐만 아니라, 독서의 진짜 맛'을 느낄 수 있게 한다고 저자는 말한다. 이처럼 저자는 절망에 빠졌을 때, 책 속에서 새로운 희망을 찾았고, 책 속에서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용기를 얻었고, 책 속에서 무엇보다 반짝거리는 자기 믿음을 건져냈던 것이다. 그렇게 저자는 모든 절망의 순간에도 포기하거나 실망하지 않고, 책 속에서 길을 찾았던 것이다. 그가 인생 각본을 수정해야만 할 때, 부디 자신의 인생이 시나리오대로 흘러가기를 간절히 바라면서 말이다.
그러니까 우리가 살아가면서 슬프거나, 억울하거나, 고통스럽거나, 패배했거나, 실연했거나, 배신당하거나, 기타 등등 우리를 고난의 늪으로 빠뜨리는 모든 절망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독서'라는 것이다. 그에 알맞은 책을 가까이 함으로써 그런 아픔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으며, 상처 받은 영혼을 치유할 수 있는 대상은 오직 독서뿐이라는 것을 주장한다. 처음에 <절망 독서>라는 책명만 접했을 때는 그에 대한 본질을 쉽게 짐작하지 못 했다. 그래서 '도대체 '절망 독서'가 상징하는 것이 무엇일까?'라고 스스로에게 문답을 요구해 봤지만 허사였다. 그렇다고 실망할 필요는 없다. 이 책의 첫 장을 펼쳐서 한 줄 한 줄 읽다보면, '아하! 바로 이 뜻이었구나!'하고 '절망 독서'의 상징성을 어렵지 않게 찾아낼 수 있기 때문이다.
흔히들 경험만큼 값지고 소중한 공부는 없다고들 한다. 이 책의 탄생 비화 역시 다년간에 걸쳐서 터득하고 도출해낸 저자의 경험을 바탕으로 구성되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일까? 이 책을 읽으면서, 책은 결코 사람을 배신하지 않는다는 사실 하나가 내내 머릿속을 맴돌았다. 세상을 살다보면 "누구에게나 좌절하고 포기하고 싶은 순간이 있다. 절망의 시기, 곁에 다가와 위로를 건네는 공감의 문장들(책 뒤표지)"을 <절망 독서>에서 만나 보기를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