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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나는 이런 책을 읽을때마다 (사실 그리 자주 읽는편도 아니지만) 리뷰쓰기가 곤란하다. 머리속으로 정리가 잘 되지 않는것도 있지만 저자의 글이 와닿치 않는 경우가 간혹 발생하기도 하고, 내머리속의 이야기는 어떻게 글을 끄적여 나가야할지 막막함이 앞설때가 많다. 물론 읽을때는 이 책의 어느부분에서는 내가 생각지도 못한 이야기를 하는 저자의 글에 고개를 끄덕이지만 나와 다른 생각이 보이면 공감하고 싶다는 생각이 싸악 가시기도 한다.
<선량한!!!!!! 차별주의자>라.... 제목부터 끌린건 사실이다. 차별주의자인데 선량하대. 그게 말이돼?
처음 제목봤을때부터 반감이 있었다. 내 머리속은 아니, 내 관념속은 이미 '선량한 사람은 차별하지 않아.' 라는 강한 명제를 깔고 살아가는 그저 그런 단순한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선량한 사람=착한 사람, 뭐 그런 생각으로 연결되다보니 그런 사람들은 절대 차별하지 않는다는 강한 신념이 있었다. 그래서 제목부터 반감. 그냥 책 많이 팔아보려고 제목도 거참 낚시질 파닥파닥 하셨네. 라는 비판으로 들어갔다고나 할까. (아, 근데 그러고보니 나도 나름 선량한(?????) 시민에 속하는데 비판적인 마음으로 이 책을 시작한 것인가.) 비판과 차별은 그냥 막 다르다 치자고 혼자 결정해 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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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거나 저러거나 나는 선량한 사람이고 착하기까지는 아니더래도 나름 평범한 시민으로서 차별을 막 대놓고 하진 않는다라는 생각이 있었다. 아, 솔직히 말하면 그 생각은 있다. 남녀평등을 부르짓는 사람은 아니라는 거다. 남자와 여자의 신체적 특성은 어차피 다르고 그에 따른 특성에 맞게 차별이 존재할 수 밖에 없음을 엄청나게 인정하는 사람이라는 거다. 아주 보수적(?)이고 폐쇄적인 생각일 수 있지만 나는 그런 전제를 깔고 살아가는 사람이다. 물론 똑같이 할 수 있는 일임에도 보수가 차이나거나 차별을 받는건 받아들일 수 없다. 하지만 일에 있어 업무의 양이나 하는일이 다르다면 차별은 어디서나 존재 할 수 밖에 없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현재 내가 하는 일도 그렇고.... (꼭 여자가 해야하는 일은 아니지만... 그러고보니 나도 승진에 있어 차별을 받고 있구나..라는 생각을 이제 막 하고 있다. 그러나 그걸 항의조차 할 생각없이 그냥 그대로 받아들이고 있는 나는 선량한 사람인건가 아닌건가?)
어쨌거나 이 책에서 말하고자 하는 바는 인종, 성별, 국가, 종교, 연애관 등등 모든것에 있어서 우리는 스스로도 모르게 차별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먼저 말하고 있었다. 나? 원래 뭐 차별은 존재하고 있었던 사람이긴 한데 그러고보니 내가 첫 전제를 깔았던 말과 나의 차별은 모순점이 있구나. 처음부터 글러먹었다. 그러니 이런 책을 읽으면 정리가 안된다는 거다. 선량하다고 생각해서 차별하지 않는다는 것부터 삐그덕한다.
게다가 나는 남녀차별을 하고 있었고 종교, 인종에 있어서 차별을 하고 있었고, 국가, 연애관 등등 아주 무수한 차별을 마음속에서 이미 하고 있었다. 선량하지만 나는 차별주의자 였던 거다. 인정은 하고 있었지만 이렇게 대놓고 생각해보니 대박으로 뭔가 못된 사람인거 같은 느낌이 든다. 차별주의자=나쁜사람의 내 마음의 와르르 무너지면서 선량한 차별주의자라는 제목에 고개를 이제서야 끄덕인다.
이 책속에서 특히나 제주 난민 사건을 얘기하고 있는데 나도 그때 대놓고 말하진 않았지만 안전상의 문제로 반대를 했었던거 같다. 그러나, 그들이 실제 그런 많은 문제를 야기했었나? 딱히 뉴스에서 그리 본거 같진 않다. 하지만 우리는 일어나지도 않는일을 들어 먼저 그들을 차별하고 문을 닫아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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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외에도 성소수자들의 퀴어축제에 대한 편견을 여실히 드러내고 반대를 하는 사람들편에 나는 생각을 했고, 그들이 나서지 않았으면 했다. 다수의 기분을 위해 소수가 나서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을 나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역시 그 마져도 차별이라는 것에 나는 진짜 차별의 마음을 달고 사는 사람이었구만... 이라는 생각을 너무 많이 했다. 그러면서도 이 책 하나로 내가 그 차별의 마음이 사라질꺼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차별에 대한 각인과 반성은 했으되, 딱히 그걸 또 숨기고 싶은 생각은 없어서 이 책을 읽은 의미가 퇴색된 느낌이랄까. 솔직히 책을 읽으면서도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의도는 알면서도 나는 그냥 그대로 내 차별을 받아들이고 쭈욱~ 살아가고픈 생각이 강했다. 그냥 마음의 문을 꽁꽁 닫은 사람처럼...... 내 삶의 방식이 책 한권으로 그리 쉽게 변할까.
하지만, 그래도 또 그 나름의 깨달음은 있다. 굳이 하지 않아도 될 차별을 나는 받아들이고 있었다는 거. 굳이 괴롭히지 않아도 될 그들을 차별함으로서 그들의 마음을 괴롭히고 있었다는 거. 각자의 의견은 다른 수 있고 내세울 수 있지만 굳이 그러지 않아도 될 것들에 있어 고집을 피우고 인종에 따른, 혹은 나라에 따른 차별을 내비치지는 않았지만 하고 있었다는 점에서 급 반성을 하고 볼 일이긴 하다.
선량한 사람이었지만 선량한 차별주의자가 확실한 나는 그래서 책을 읽으며 불편감을 느꼈고 반성을 하면서도 반성이 되지 않을거 같은 불안함을 느꼈던 거 같다. 하지만, 정녕 모든것에 있어서 차별이 없을 수 있을까? 반성을 하면서도 나는 그 질문에 대한 해답은 "NO" 일 수 밖에 없다고 자각한다. 인종, 성취향, 장애인등의 차별이 아니래도 어차피 인생의 살아감에 있어 태어난 그 순간부터 우리는 이미 차별지어진 삶이 되어버린것을 자각한 것이다. 심지어 살아가면서 빈부의 격차를 겪어본 사람으로서 이미 그 자체에서의 차별을 받아 들일 수 밖에 없음을 생각하는 것이다. 물론 저자는 빈부에 대한 이야기는 전혀 없었지만 내 생각의 대부분은 그 부분이 가장컷다. 최소한의 차별타파를 위해 조금이나마 노력은 하겠지만 굳어버린 내 머리속의 차별은 쉽게 사라지진 않을 듯 하다.
저자가 뭘 원하는지 어떻게 나아가야 하는지 알지만 나는 또 엉뚱한 방향으로 나아가는 글을 쓰며 '차별은 어쩔수 없음'을 얘기하고 있다. 나 선량한 사람 맞는가? 책의 의미를 제대로 간파한 것은 맞는가? 그냥 한번쯤은 저자에게 그러고 싶었다. 전부가 평등할 수는 없다..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