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내가 무척 좋아하는 가수가 네이버에서 <지식인의 서재>에 빌 브라이슨의 책을 권한 것을 보고 '빌 브라이슨, 그의 책을 언젠가는 꼭 읽고 말리라-'는 다짐을 했었다. 그리고 그보다 더 예전에 한 세미나에서 만난 어른께서 '가야 할 길을 알지 못해 방황하는 젊은이들에게 자동차로 미국 대륙을 횡단해보기를 권하고 싶다'(그분은 실제로 미국 대륙을 자동차로 횡단하셨다고 하면서, 엄청나게 넓은 땅을 횡단하는 것이 매우 지루하기도 하지만, 그 가운데 인내와 깨달음을 얻을 수 있다고 하셨다)라는 말씀을 듣고는 미국 대륙 횡단에 대해 잔뜩 호기심을 갖고 있었다. 그리고 나는 이제서야, <빌 브라이슨 발칙한 미국 횡단기>를 통해 그 두 가지를 모두 접할 수 있게 되었다.
너무도 많은 기대를 가져서일까, 아니면 미국 문화에 대한 내 사전 지식이 부족해서일까. 이 책은 마냥 재밌게만 읽히진 않았다. 보통 다른 책들은 출퇴근길에만 읽어도 하루나 이틀만에 다 읽었는데, 이 책은 일주일도 넘게 걸렸다. 어찌보면 이 책을 읽는 것 자체가 나에게는 또 다른 의미로 '미국 횡단'을 하는 느낌이었다. 비슷한 풍경이 끝없이 이어지고 반복되는 것에 지쳐있던 빌 브라이슨처럼 나 또한 책의 어느 부분들에서는 그런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다(물론 또 다른 부분들은 익살맞고 재미난 것도 많았지만). 그렇게 책을 읽다가 몇번이나 다시 맨 앞장에 그려진 미국 지도로 돌아가 '지금은 이 인간(빌 브라이슨씨;;)이 어디쯤 와 있나'를 짐작하는 것에서 소소한 재미를 느꼈다(뭔가 미국 지리 공부를 하는 느낌도 들었다는ㅋ).
하지만 그의 관찰력이나 발칙한 상상력, 유쾌한 글솜씨만은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아무래도 이 책은 미국 문화나 역사에 관심을 갖고 난 후,
곰탕처럼 몇번 더 진득하게 읽어낼 수록 그 맛이 진하게 우러날 것만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