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이를 낳기 전부터 나는 박혜란 선생님의 《믿는 만큼 자라는 아이들》을 읽으며 결심했었다. 내 아이만큼은 무한정 믿어주리라고,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어 남들이 불안함에 휩쓸릴 때도 나는 의연하게 선행학습은 하지 않으리라는 방향을 고수하리라고 말이다. 현재 학교에서 배우는 수준의 구몬 학습지 정도만 하며 학원은 수영, 피아노, 태권도 등의 예체능만 보냈다. 하지만 현실은 생각보다 훨씬 입체적이었다. 초등학교 4학년때였던가? 공개 수업에서 영어는 다른 과목과는 달리 선뜻 발표 하고 싶다고 손들지 못하는 아이의 모습을 보고 뒤늦게 부랴부랴 영어 과외를 시작했다. 그래도 과한 선행은 싫다는 마지막 고집으로 중학교 때까지 수학도 동네 교습소 정도만 보내며 버텼다.
진짜 고민은 지난 겨울 아들이 예비고1을 맞이하면서 시작되었다. 복잡한 고교학점제에 대해 배우고, 학원을 알아보고 레벨테스트를 하고 상담을 하며 현실을 마주하는 과정에서 내가 그간 너무 안일했구나-라는 자책을 하게 되었다. 다른 아이들은 공통수학 선행을 몇 바퀴나 돌렸다는 이야기에 마음이 덜컹 내려앉기도 했다. 하지만 스스로 과목별 학원을 결정하고, 뒤늦게 시작했음에도 수학에 재미를 느끼고 욕심을 내며 잘 해나가며 상급반으로 점프해낸 아들의 대견한 모습을 보며 깨달았다. 사교육을 무조건 색안경 끼고 볼 게 아니라, 아이 성향에 맞춰 필요한 도구라면 적절히 활용하는 게 훨씬 효율적인 전략이라는 걸 말이다.
그 연장선에서 《한 권으로 끝내는 입시 이야기》는 내게 단순한 정보 이상의 지침서가 되어주었다. 이 책은 입시를 단순히 성적을 올리고 대학을 잘 보내는 기술로만 다루지 않는다. 부모 세대의 경험과 지금의 판이하게 다른 입시 환경을 객관적으로 비교해주면서도, 결국 '공부는 학생이 해내는 것'이라는 묵직한 원칙을 다시금 일깨워준다.
특히 내 마음을 울렸던 건, 입시라는 폭풍우 속에서도 부모가 원칙을 지키며 의연하게 서 있어야 한다는 대목이었다. 저자는 아이 앞에서 부모의 불안과 걱정을 여과 없이 드러내며 결론 없는 이야기를 반복할 필요가 없다고 단호하게 말한다. 아이들은 이미 충분한 자극과 버거운 시간 속에 놓여 있기에, 우리가 굳이 불안의 말을 보탤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괜찮다, 실수해도 괜찮고 넘어져도 괜찮다"는 그 짧은 한마디. 굳이 화려한 수식어를 붙이지 않아도, 아이들은 자신을 길러준 부모의 목소리 톤만으로도 그 안에 담긴 진심을 귀신같이 알아챈다. 리더로서 우리 팀을 관리할 때도 때로는 '말 한마디'보다 '신뢰의 태도'가 더 큰 힘을 발휘하는 것을 느꼈는데, 입시에서도 내가 엄마로서 해줄 수 있는 최고의 전략은 아이가 스스로 일어설 수 있도록 묵묵히 자리를 지켜주는 것임을 깨달았다. 그래, 이제 더 이상 불안을 동력 삼아 아들을 다그치거나 불필요한 말을 보태지 않기로 했다. 그저 담담하게, 아이가 걷는 길의 든든한 배경이 되어주는 연습을 시작하려 한다.
그렇기에 이 책의 백미는 부모의 '자기 관리'를 입시의 중요한 변수로 다룬 점에 있다. 입시 책에서 달리기, 명상, 독서 코스를 제안받게 될 줄은 몰랐다. 아이에게 말을 보태는 대신 그 에너지를 나 자신의 몸과 마음을 돌보는 데 쓰는 것, 부모가 먼저 자신의 일상을 가꾸고 멘탈을 관리해야 아이를 지지할 수 있는 단단한 토양이 생긴다는 논리에 고개가 절로 끄덕여졌다. 내가 숨을 고르고 건강하게 서 있어야, 아이도 그 안정감 위에서 자기만의 속도를 낼 수 있을 테니까.
이제는 사교육을 무조건 배척하지도, 그렇다고 불안에 쫓겨 맹목적으로 따라가지도 않으련다. 아들과 의논해 최적의 도구를 찾아주고, 그 과정에서 나 역시 나의 일상을 단단하게 지켜내는 것. <한 권으로 끝내는 입시 이야기>는 입시라는 미로 속에서 아들과 내가 각자의 중심을 잃지 않고 함께 성장할 수 있다는 현실적인 용기를 주었다. 완벽한 계획보다 중요한 건 지속 가능한 실천이며, 결국 입시도 우리 삶의 한 과정일 뿐이라는 담담한 진리를 잊지 않으려 한다.
덧붙여, 나는 이 책을 아들이 고등학교 1학년이 되는 출발선에서야 만났지만, 책장을 덮으며 '조금 더 일찍 만났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이 책은 단순히 고입이나 대입 직전의 전략만을 다루지 않는다. 초등학생 부모를 위한 기초 체력 다지기부터 중학생 시기에 점검해야 할 구체적인 조언들까지, 각 연령대에 맞춘 세밀한 가이드가 담겨 있기 때문이다.
입시라는 긴 레이스에서 부모가 언제 중심을 잡느냐에 따라 아이가 느끼는 공기의 온도가 달라진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초등 부모님들에게는 막연한 공포를 걷어내는 지도가, 중등 부모님들에게는 흔들리지 않는 나침반이 되어줄 것이다. 입시가 닥쳐서 허둥대기보다, 한발 앞서 부모의 마음가짐과 일상의 루틴을 정비하고 싶은 모든 분께 이 책을 기꺼이 추천하고 싶다.
힘든 입시 시기에도 부모가 원칙에 바탕을 두고 자녀 교육을 한다면 앞으로 자녀의 삶이 성공적으로 나아가도록 방향을 잡아줄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아이 앞에서 어른의 불안과 걱정을 그대로 드러내며, 결론없는 이야기를 반복할 필요는 없습니다.- P26
적절한 피드백은 결코 쉬운 기술이 아닙니다. 노력과 과정을 인정하라는 말을 수없이 들어도, 막상 아이 앞에서는 마음과 다르게 말이 엇나가기도 합니다. 그럴 수 있습니다. 부모도 연습이 필요합니다. 부모가 자신을 믿고 긍정적인 언어를 선택하려 애쓰는 모습 자체가 아이에게는 본보기가 됩니다. 아이는 말보다 태도를 더 오래 기억합니다. 부모가 스스로를 신뢰하는 방식을 배울 때, 아이 역시 비슷한 방식으로 자신을 대하게 됩니다.- P154
부모의 컨디션은 생각보다 빠르게 가족에게 전달됩니다. 좋은 에너지도, 예민함도 모두 거울처럼 비칩니다.
한 달에 2주라면, 바쁜 일정 속에서도 충분히 도전해볼 만합니다.
달리면 좋습니다.
명상도 좋습니다.
독서도 좋습니다.
세 가지를 하루 중에 짧게라도 실천하면 됩니다. 스트레스 수준이 낮아지는 것은 물론이고, 체력도 자연히 따라옵니다. 독서와 필사(초급단계)는 사고를 정리하게 하고 불안을 낮추는 데 도움을 줍니다.- P290